美 밀착 견제·올림픽 보이콧 대응·한반도 영향력 과시

장하성 주중 한국대사가 중국 국영 중앙(CC) TV와의 인터뷰하고 있다.(CCTV 캡처)
장하성 주중 한국대사가 중국 국영 중앙(CC) TV와의 인터뷰하고 있다.(CCTV 캡처)

 

중국 외교 수장인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이 최근 장하성 주중 대사를 만나 주목된다. 미중 간 패권 경쟁 속 미 동맹국들의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가능성이 제기되고, 한반도에서는 종전선언 추진이라는 외교현안이 있는 가운데서다.

26일 인민망 등에 따르면 양 정치국원은 지난 25일 베이징에서 장 대사와 만나 "현재 중한 관계는 양호하게 발전하고 있다"며 내년이 한중 수교 30주년인 만큼 고위급 교류와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자고 했다.

또한 교류와 협력을 확대해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새롭게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했다.

장 대사는 "한국은 한중관계의 발전을 매우 중시한다"며 아울러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원만한 성공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우리 외교부는 이번 면담이 통상적인 양국 간 고위급 교류의 일환이라고 했다. 한중관계를 비롯해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세부 내용은 "외교 관례상 답변 드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양 정치국원과 지난 2019년 4월 부임한 장 대사가 공식적으로 '일대일 면담'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언론에 공개된 것을 기준으로 장 대사는 같은 해 5월 당시 문희상 국회의장이 양 정치국원과 만났을 동행한 적만 있다.

이에 양 정치국원이 2년6개월 만에 장 대사와 일대일 면담을 가진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먼저 현재 미중 간 첨예한 대립 구도 속 한국이 미국에 더욱 기우는 걸 막기 위한 의도가 있다는 관측이다.

중국은 한국이 미국과의 '밀착' 행보를 보일 때마다 어김없이 영향력을 과시해 왔다. 특히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중 견제를 위한 '동맹네트워크 확대' 구상과 관련해 핵심 요소 중 하나로 손꼽히는 한미일 3각 협력이 부각될 때 더욱 그랬다.

대표적으로 지난 4월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가 열리는 기간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중국 푸젠성 샤먼을 찾아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가졌다. 당시 방중은 중국 측 초청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아울러 베이징 동계올림픽이라는 빅 이벤트를 앞두고 있는 중국은 최근 외교적 보이콧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 한국의 적극적 협력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 언론들이 장 대사가 '올림픽 성공을 기원했다'고 말했다고 강조해 보도한 부분은 이같은 관측에 힘이 실린다.

또한 종전선언이 논의됐을 가능성도 있다. 앞서 양 정치국원은 지난달 28일 리룡남 주중 북한대사와 면담한 바 있다. 우리로서는 종전선언에 대한 북측의 반응 등을 중국을 통해 파악하려 했을 수도 있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최근 중국이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종전선언 추진과 관련해 '중국 역할론'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지난 22일 YTN '더 뉴스'에 출연 '베이징 동계올림픽 계기 종전선언 체결' 가능성에 대해 중국이 정전협정 체결국임을 언급하며 "(종전선언에 대해) 뭔가를 하더라도 중국하고 상의해서 하는 게 맞다"고 주장한 바 있다. 양 정치국원이 장 대사에게 비슷한 논조로 얘기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중국은 1차적으로 한국이 미국 쪽에 완전히 밀착하지 못하게 막으려는 목적, 또한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도 의식해 한국이 고위급 사절을 보내줄 것을 언급했을 수도 있다"며 "종전선언 관련해서도 얘기가 오갔을 것이다. 중국은 당사자로서 일단 발을 담그겠다는 그러한 기류가 읽힌다"고 말했다.

박상룡 기자 psr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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