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연 보고서…"북한 문제, 주요 의제로 다뤄지지 않아"
"회담 뒤 미국, 중국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검토 공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으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아리랑TV 캡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으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아리랑TV 캡처)

 

미중 정상의 첫 정상회담은 베이징발 한반도 평화 시나리오에 불확실성을 증대시켰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외교전략연구실 성기영 연구원은 지난 24일 낸 '바이든-시진핑 정상회담 평가와 미중관계에 대한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달 16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화상으로 첫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성 연구원은 당시 회담에서 "한반도(북한) 문제는 이란, 아프가니스탄 문제 등과 함께 지역 현안의 하나로 논의되었을 뿐 주요 의제로 다뤄지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 외교부의 회담 브리핑에서 북한 관련 질문이 나왔으나 대변인은 '한반도 문제를 포함한 지역 이슈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는 원칙적 설명만을 내놓았다. 백악관 브리핑에서는 이란핵 문제에 관한 질의응답만 오갔을 뿐 북한 문제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 美 ‘책임있는 경쟁’ 中 ‘건강한 경쟁’ 강조

정상회담 이후 미국측은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논의한 이슈들 중 대만문제와 인권, 경제통상 문제를 특히 강조했다. 중국측은 ‘하나의 중국’ 원칙 등 대만문제의 비타협성을 부각시키면서도 미중관계 전반에 대해서는 상호존중, 평화공존, 윈윈(win-win)협력 등 3원칙을 재강조했다.

백악관과 중국 외교부의 설명에 따르면 미중 양국 정상은 미중경쟁의 확대가 국제환경 변화에 가져올 막대한 영향력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이뤘다. 이를 기반으로 미국측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책임있게’ 경쟁을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고 중국측은 ‘건강한’ 경쟁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미중 정상 간 화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의 파상적이고 공세적인 대중외교는 한숨을 돌리면서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감지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경쟁의 양상은 미국이 인권과 국제규범, 무역 불공정과 핵심기술 절취, 국제 체제에 대한 도전 등을 내세워 중국을 파상적으로 압박하는 한편, 중국은 대만과 남중국해 등 핵심이익 관련 사항에 적극대응하면서도 국제적 책무와 중국 특색 대국외교를 강조하며 영향력 확대에 치중하며 장기전을 준비하는 행동패턴을 보여왔다.

그러나 정상회담 종료 이후 미국측은 동맹 및 주변국과 국제사회를 향해 미중 경쟁의 수위와 속도를 확대해석하지 않도록 하는 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른바 ‘가드레일(guardrail)’론이 대표적이다. 미중 경쟁이 충돌로 이어 지지 않도록 가드레일을 세우는 것이 이번 정상회담의 목적이었다는 것이다. 중국 외교부도 미중경쟁 3원칙을 내세우며 미국을 향해 아태지역의 연대성(solidarity) 증진에 도움이 되는 건설적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 한반도 문제는 지역 현안으로만 언급

한편, 미중정상회담에서 한반도(북한) 문제는 이란, 아프가니스탄 문제 등과 함께 지역 현안의 하나로 논의되었을 뿐 주요 의제로 다뤄지지는 않았다. 중국 외교부의 회담 브리핑에서 북한 관련 질문이 나왔으나 자오리젠(趙立堅) 대변인은 ‘한반도 문제를 포함한 지역 이슈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는 원칙적 설명만을 내놓았다.

백악관 브리핑에서는 이란핵 문제에 관한 질의응답만 오갔을 뿐 북한 문제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오히려 미중정상회담 이후 베이징올림픽에 대한 미국의 ‘정치적 보이콧 검토’ 사실이 공개되면서 내년 2월 베이징발 한반도평화 시나리오에는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는 모양새이다.

이번 화상정상회담을 계기로 미중 간 갈등은 표면적으로 전방위적 확산보다는 ‘질서있는 경쟁’ 쪽으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중국이 불참했던 G20 정상회담과 바이든 대통령이 별도 소집한 공급망 정상회담에서 보여주었듯 미국은 다자무대에서 여전히 중국 배제 전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 역시 미국의 이러한 행태를 ‘선별적 다자주의’라고 비난하면서 중국이 더이상 규칙수용자(ruletaker)가 아닌 규칙제정자(rulemaker)라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과시하고자 할 것이다. 중국은 미중이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일 때 국제환경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중국이 제공하는 국제질서는 미국에도 열려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의 규범파괴 행위가 국제질서를 불안하게 하는 핵심요인이라는 인식을 바꿀 생각이 없어 보인다. 오는 12월 바이든 대통령이 예고해놓은 ‘세계민주주의 정상회의’는 미국의 이러한 결의를 다시 한번 과시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성 연구원은 첫 미중 정상회담은 격론 끝에 양국의 견해차만을 확인했다고 평가하며 "오히려 미중 정상회담 이후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미국의 '정치적 보이콧 검토' 사실이 공개되면서 내년 2월 베이징발 한반도 평화 시나리오에는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는 모양새"라고 진단했다.

앞서 정상회담 뒤 미 백악관은 "두 정상은 북한, 아프가니스탄, 이란을 포함한 역내 주요과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중국 외교부는 "쌍방은 아프가니스탄, 이란 핵문제, 한반도 정세 등 공동 관심사인 국제 및 지역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전문가 등은 미중 양국이 북한문제를 논의했다고는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견해차'만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 '원론적 수준'에서만 논의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제기하기도 했다.

다만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중 사이에서도 기본적인 공감대는 형성됐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미중 관계서도 전략적인 긴장이 격화되는것 아니냐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기후환경 못지않게 한반도 평화, 안정을 위해서도 미중 정상이 일정하게 협력할 필요성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공감대는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화와 협력의 가능성, 비핵화와 평화 정착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 이런 부분은 작년보다 조금 더 높아져 있는 상황으로 평가한다"며 한반도를 대화와 협력 정세로 전환시키는 일이 "그렇게 비관적이진 않다고 본다"라고 전망했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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