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자' 유동규 잡은 檢, 대장동 베일 뒤 정관계 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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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자' 유동규 잡은 檢, 대장동 베일 뒤 정관계 조준
  • 오동윤 기자
  • 승인 2021.10.03 2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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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타깃은 김만배…설계 과정에 정관계 로비·윗선 개입 규명 주력
법원 영장 발부로 '배임·뇌물 구조' 힘 실려

검찰이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3일 구속하면서 난맥으로 얽힌 의혹들의 첫 실타래를 푸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 29일 동시다발로 대규모 압수수색을 벌이며 본격 수사에 착수한 지 나흘 만이다. 상당히 빠른 속도다.

◇ 유동규 잡은 檢…'사업 설계' 규명 주력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유 전 본부장에 대한 피의자 심문을 벌인 뒤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이 적용한 특경가법상 배임과 특가법상 뇌물 혐의도 어느 정도 소명됐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시행사 '성남의뜰' 주주 협약서에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넣지 않아 민간 사업자는 4천억원대의 이익을 챙긴 반면 성남시는 1천830억원의 이익을 얻는 데 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도시개발공사 직원으로서 성남시 이익을 최대화할 임무가 있는데 이를 위배해 손해를 끼쳤다는 판단이다.

검찰은 그 동기로 유 전 본부장과 민간 사업자들 간의 유착을 의심한다. 유 전 본부장이 화천대유 측에 유리하게 사업 설계를 해주는 대가로 11억여원을 받았고, 추가로 700억원의 배당 수익을 받기로 돼 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정영학 회계사가 제출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유 전 본부장 등의 대화 녹취록이 핵심 증거가 됐다.

물론 유 전 본부장은 11억원은 차용증을 쓰고 빌린 돈이며, 700억원 부분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농담처럼 주고받은 얘기일 뿐 실제로 약속한 적도, 받은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향후 유 전 본부장을 상대로 민간 사업자 선정 과정이나 수익 배당 구조 설계에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경기지사의 지시가 있었는지까지 확인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 다음 타깃은 수익자 김만배

유 전 본부장 구속으로 수사에 탄력받은 검찰의 다음 타깃은 대장동 개발로 엄청난 수익을 올린 김만배씨다.

김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는 성남의뜰에 5천만원을 투자해 최근 3년간 577억원의 배당을 받았다. 김씨의 가족, 지인 등이 실소유주로 알려진 천화동인 1∼7호는 3억원 투자금으로 1천배가 넘는 3천463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검찰은 이 막대한 수익이 어디로, 어떤 명목으로 흘러갔는지 용처를 파악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성남도시개발공사 투자사업팀장을 지낸 정민용 변호사와 함께 세운 유원홀딩스가 이 수익의 목적지 중 한 곳이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정 변호사를 불러 유원홀딩스 설립 이유 등을 조사했다.

김씨가 지난해까지 화천대유에서 빌린 473억원의 행방도 검찰 수사로 풀어야 할 과제다.

김씨는 이 돈 중 100억원은 대장동 아파트 분양 대행업체 대표 이모씨에게 전달했다. 이씨가 급전이 필요하다고 해 빌려줬으며,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는 거래라고 김씨는 해명했다.

그러나 이씨가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먼 인척 관계라는 점 때문에 의혹의 눈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박 전 특검은 화천대유의 고문을 지낸 적이 있는 데다, 딸도 직원으로 근무하다 퇴직하며 화천대유 보유분의 아파트를 분양받아 특혜 의혹 제기와 함께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 정관계·법조계 로비 의혹으로 수사 확대될까

검찰은 화천대유 측 인사들의 정관계 로비 의혹도 규명해야 한다.

정영학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엔 관계자들이 여야 정치인과 법조인, 성남도시개발공사 등에 로비 명목으로 제공할 자금 350억원을 누가 얼마나 부담할지 언쟁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김씨는 "개발 이익이 예상보다 증가해 투자자들 간 이익 배분 비율에 있어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예상 비용을 부풀려 주장하는 과정에서 과장된 사실이 녹취된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이지만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퇴직하며 받은 50억원을 두고도 대가성 있는 돈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있다. 검찰도 관련 고발장을 접수하고 지난 1일 아들 병채 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병채 씨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이재명 지사의 대법원 선고를 둘러싼 '재판거래' 의혹도 실체를 밝혀야 한다.

김씨는 이 지사 사건 선고를 전후해 권순일 전 대법관실을 여러 차례 방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권 전 대법관은 이 지사 사건 선고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한 인물이다. 권 전 대법관은 대법관 퇴임 후 화천대유 고문을 지냈다.

이 때문에 김씨가 이 지사 측의 부탁을 받고 권 전 대법관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려달라고 청탁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일고 있다.

오동윤 기자 ohd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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