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핵 문제와 관련해 이란과 ‘간접 협상’을 재개하지만 북한과의 협상은 여전히 재개 조짐이 없다. 복잡한 북핵 문제의 진전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기대감이 낮은 데다 북한의 계속되는 강경 기조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첫 화상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도 논의했다. 백악관은 회담 직후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두 정상이 “역내 주요 과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면서 아프가니스탄과 이란을 비롯해 북한을 명시했다.

이튿날 미-중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중국과 협력할 주요 역내 문제로 이란 핵 문제와 함께 북한을 꼽았다. 이란과 북한 핵 문제는 “미국과 중국이 역사적으로 협력해왔고 현재 중요한 순간을 맞은 임박한 도전과제”라는 것이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이란은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핵 합의(JCPOA) 파기 이후 고농축 우라늄 비축량을 늘리며 줄곧 핵 개발을 위협하고 있다.

북한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와의 비핵화 협상 결렬 이후 2년 넘게 교착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원자력기구 IAEA는 최근 북한이 “핵 프로그램 개발에 진력하고 있다”고 밝힌 상황이다.

미국 정부는 북한과 이란의 ‘핵 위협’을 주요 현안으로 다룰 것임을 거듭 확인하고 있지만, 표면적으로 두 문제는 ‘관여’ 측면에서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북 대화는 아직 열리지 않고 있지만 이란 핵 합의(JCPOA) 복원을 위한 협상은 이달 말 재개를 앞두고 있다.

미국과 이란은 JCPOA 복원을 위해 지난 4월부터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럽연합(EU) 중재로 ‘간접 협상’을 벌였다. 양측은 한 달 넘게 이어진 협상에서 일정 부분 ‘진전’을 보였지만 지난 6월 이란에서 강경파인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협상은 잠정 중단됐다.

그러다 이란 외무부가 최근 협상 재개 입장을 밝히고 다른 JCPOA 서명국들이 이에 동의하면서 오는 29일 빈에서 약 5개월 만에 협상이 다시 열린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무부는 "이란이 선의로 돌아오길 희망한다”면서 “이란이 진지하다면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 핵 문제 해결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기대감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바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비확산 문제를 담당했던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22일 VOA와 전화통화에서, 이란과 북한의 핵 문제가 본질적으로 다른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미 합의가 이뤄진 JCPOA에 대해선 복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지만 새로운 합의를 맺어야 하는 북한 문제에선 주요 진전을 도출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세리모어 전 조정관은 이란의 경우 핵 활동을 제한해 핵무기 보유를 막는 것이 목적이지만, 북한의 경우 핵과 운반수단을 이미 보유한 사실상 ‘핵 보유국’을 비핵화해야 하는 만큼 더욱 복잡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미 오랫동안 외부로부터 고립된 북한보다 이란이 경제적 압박과 군사적 위협에 더욱 취약한 것도 큰 차이점으로 지적했다.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여전히 강경 입장을 유지하며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것도 북한 문제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는 주요 요인이다.

지난 4월 말 대북정책 검토를 완료한 바이든 행정부는 ‘실용적이고 조율된 접근법’을 통한 외교를 모색하며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거듭 제안했다. 또 한국과 함께 식량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등 대북 인도적 지원을 논의하며 관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미-한 연합군사훈련 중단 등과 같은 ‘대북 적대정책’ 철회에 대한 구체적 행동을 요구하며 미국의 대화 제의에 호응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차단을 명분으로 지난해 초부터 시행한 국경 봉쇄를 유지한 채 국내 문제에 집중하며 외부와의 관여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워싱턴 소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지난 15일 주최한 포럼에 연사로 나선 리처드 존슨 미 국방부 대량살상무기(WMD) 담당 부차관보는 이와 관련한 바이든 행정부의 인식과 대응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미국이 대북 접촉에 대한 관심을 명확하게 표명했지만 북한의 반응이 없으며 코로나를 주요 요인으로 이해한다면, 미국은 지역의 전략적 안정 유지와 동맹과 파트너 보호를 보장하기 위해 다른 것들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존슨 부차관보는 미국이 한국 등과 대북 관여 방안을 계속 모색하면서 동시에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간과하지 않고 동맹 방어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종전선언에 대해 미국은 “계속 논의할 것”이라는 원칙만을 밝히고 있다. 

웬디 셔먼 부장관은 지난 17일 미-한-일 차관협의회 뒤 연 기자회견에서 종전선언과 관련한 질문에 “미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확실히 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에 대한 한국, 일본 그리고 다른 동맹과 파트너와의 협의에 매우 만족한다”면서 즉답하지 않았다. 종전선언과 관련해 “조만간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는 한국 측의 분위기와 차이가 난다.

설리번 보좌관은 지난달 26일 종선선언에 대한 백악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각각의 조치를 위한 정확한 순서, 시기, 조건에 관해 다소 다른 관점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밝힌 바 있다.

김태훈 기자 thk@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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