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1일 오후 5시에 발사될 예정인 한국형 발사체인 누리호(KSLV-II)의 발사날에 맞춰 자신들의 인공위성 발사 '성공'을 조명했다.

조선중앙TV는 이날 지난 2016년 2월7일 발사한 지구관측위성 '광명성 4호' 발사 성공을 기록한 기록영화를 방영했다.

한국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우주 발사체 ‘누리호’를 21일 발사한데 맞춰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날 지난 2016년 2월7일 발사한 지구관측위성 '광명성 4호' 발사 성공을 기록한 기록영화를 방영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북한이 최근 미국과 한국을 압박하고 있는 ‘이중기준’ 철회의 명분으로 이용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한국이 우주 발사체를 발사하는 것이나 북한이 위상 발사를 하는 것이 목적상 차이가 없고 국제사회 규범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북한이 향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발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 국제사회, 南 누리호와 北 광명성 달리 평가…유엔 제재 위반 여부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21일 시험발사된 한국의 첫 국산 우주발사체 ‘누리호’는 당초 계획했던 대로 추진체와 페어링 등이 차례로 분리됐지만 인공위성 모사체를 목표 궤도에 안착하는 데는 실패했다.

반면 북한은 한국보다 앞서 지난 2012년과 2016년 광명성 3호와 4호 위성을 탑재한 우주발사체를 쐈고 각각 궤도 진입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북한 모두 우주를 활용하기 위한 인공위성이라고 표방했지만 국제사회의 평가는 전혀 달랐다.

누리호 발사에 대해 국제사회는 한국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하며 전 세계에서 6개 나라에 불과한, 1t 이상의 위성체를 쏘아 올릴 수 있는 발사체를 보유한 국가군으로의 진입에 성큼 다가섰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광명성 발사에 대해 북한은 당시 평화적 우주 이용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유엔 결의를 위반했다고 비난하고 제재를 결의했다.

북한이 이처럼 한국과 대조적인 평가를 받은 이유는 우주 개발이라는 북한의 명분은 허울뿐 사실상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개발이 진짜 목적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우주발사체는 탑재물이 위성체, ICBM은 탄두란 차이만 있을 뿐 로켓추진체를 이용해 탑재물을 대기권 밖으로 쏘아 올린다는 기본원리는 같다.

한국의 로켓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한의 우주발사체는 옛 소련의 ICBM 연료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했다고 말한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춘근 명예연구위원은 "옛날 소련이 ICBM에 쓰던 RD250이라고 있다. 그 엔진을 직접 도입했거나 카피했거나 해서 거기에 적용했다고 얘기를 하는데 연료체계가 그러니까 그건 바로 ICBM이다"고 말했다. 

북한의 발사체 연료는 같은 액체연료이긴 하지만 상온에서 보관이 쉽고 준비 시간도 짧은 하이드라진을, 그리고 산화제는 적연질산 또는 사산화이질소를 사용한다.

한국은 우주 개발이라는 명분에 맞게 위성을 꾸준히 개발했지만 북한은 2016년 광명성 4호 발사 이후 한 번도 위성을 발사하지 않고 화성 14호와 15호 같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로 기술을 전용했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발사체를 개발하고 나서 뭘 했느냐 하면 그것과 굉장히 비슷한 엔진을 역설계를 했는데 그게 화성 미사일이다"며 "그 화성 미사일을 개발하기 위한 전 단계였다는 게 기술적으로 보면 맥락이 이어진다"고 말했다.

북한이 광명성을 발사할 당시 국제사회 제재를 받은 것은 앞서 2006년부터 지속했던 핵무기 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2012년 핵 보유를 헌법에 명시하기까지 했지만 한국은 핵 없는 한반도를 목표로 북한의 비핵화를 부단히 요구해 왔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2012년 헌법에 아예 핵 보유국이라고 명시를 했다. 그런데 북한이 말하는 핵 보유라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불법으로 이미 유엔 제재 결의안으로 여러 차례 통과되면서 확실하게 명시된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아무리 평화적 이용이라고 얘기해도 이것이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달 한국의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의 시험발사 성공을 계기로 자신들의 핵 무력 증강 활동을 정당한 주권 행위로 인정하라는 ‘이중기준’ 철폐를 미국과 한국에게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압박하고 있다.

북한은 또 최근 신형 SLBM을 시험발사하며 무력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번 누리호 발사를 계기로 북한이 어떤 대응에 나설지 주목된다.

누리호는 비록 위성 궤도 안착엔 실패했지만 무게 1.5t에 달하는 위성을 싣고 고도 700km까지 올라간 데 비해 북한이 쏘아 올린 광명성 위성은 무게가 불과 100kg~200kg으로 추정된다.

박원곤 교수는 "북한이 누리호 발사를 계기로 이중기준 문제 제기를 한층 본격화하면서 SLBM처럼 사실상의 장거리 미사일인 우주로켓 발사로 대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SLBM과는 달리 장거리 로켓 기술은 북한이 이미 완성한 기술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예민할 수 있다"며 "설사 우주발사체라는 명분으로 시험발사를 한다고 해도 이는 대미관계에서 레드라인을 넘는 행동이라며, 이를 감행하기엔 북한 안팎의 사정이 녹록치 않다"고 진단했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코리아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