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비핵화·북과 대화·동맹 '방점' 차이…한미 대북 입장 간극 드러나
노규덕, 종전선언·대북 인도적 협력 사업·으미 있는 신뢰구축에 무게
성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한미일 동맹·북미대화 필요성 강조

성 김 美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8일 한미 북핵 수석협의를 마치고 관련 내용을 발표하는 가운데 노규덕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지켜보고 있다.(VOA 캡처)
성 김 美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8일 한미 북핵 수석협의를 마치고 관련 내용을 발표하는 가운데 노규덕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지켜보고 있다.(VOA 캡처)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노규덕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8일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협의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한미 북핵 수석대표는 '종전선언' 등 한반도 주요 현안들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지만, 그 '결'에 미묘한 차이와 함께 '방점'에도 간극을 보였다.

◇ 노규덕 본부장, 북한과의 신뢰구축 등 다양한 대북 관여 구상 강조

노규덕 본부장과 성 김 대표가 만난 것은 지난 9월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협의를 가진 이후 약 3주 만이다. 아울러 두 사람의 협의는 지난 5일 프랑스 파리에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 지난 12일 한미 안보실장간 협의에 이은 것이다. 

이와 관련, 노 본부장은 "대화와 외교를 조속히 재가동하기 위한 한미 공동의 대북 인도적 협력 사업, 의미 있는 신뢰구축 조치 등 다양한 대북 관여 구상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노 본부장은 "오늘 협의의 상당 부분은 종전선언과 관련한 심도 있는 협의에 할애됐다"며 "그간 (한미간) 일련의 협의를 통해 우리의 종전선언 구상에 대한 미측의 이해가 깊어졌다고 생각한다. 양측은 앞으로도 긴밀한 협의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노 본부장은 이날 협의의 핵심이 북한에 대한 것이라며 대북 인도적 협력 사업, 의미 있는 신뢰구축 조치 등을 언급했다. 북한이 남한이나 미국에 기대하고 바라는 내용들이다.

또한 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제76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밝힌 '종전선언'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사실 종전선언은 북한도 바라는 바이지만 미국 입장에선 그렇게 내키는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종전선언을 협의하다 보면 미군 철수 문제가 불거질 수 있고, 결과적으로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노 본부장이 "우리의 종전선언 구상에 대한 미측의 이해가 깊어졌다고 생각한다"고 한 발언을 짚어보면 한국이 생각하는 종전선언을 미국이 선뜻 동의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때문에 한미 양측은 종전선언에 대해 협의를 지속해 나가기로 한 것이다.

◇ 美 성 김, 한반도 비핵화 우선…한미일 동맹 의지

성 김 대표는 이날 회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달성을 위해 동맹국과 파트너, 특히 한국, 일본과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미국의 강한 의지를 노 본부장에게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우리는 미국과 동맹의 안보를 증진시키는 가시적인 진전을 이루기 위한 북한과의 외교를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의 발언은 종래 미국이 북한을 상대해왔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비록 '북한 비핵화' 대신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으로 비핵화의 강도를 낮췄지만 북한핵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달라지지 않았다. 사실 북한은 핵에 관한 한 미국과의 대화를 끊은 지 오래다. 미국 역시 북한 비핵화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유엔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비핵화 해결의 유일 국가라는 체면에 연연해 있는 것이다.  

김 대표는 대화 재개를 위해 계속 북한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며 "우리의 의도는 변함이 없다. 우리는 북한에 대해 어떠한 적대적인 의도도 갖고 있지 않으며, 전제조건 없이 만나는 데 열려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미국이 대북 적대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또한 '말'뿐 '행동'으로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북 제재를 완화 내지 풀지 않고, 군사적 위협을 직간접으로 강행하고 있는 것이 그러한 예라는 게 북한의 입장이다. 

김 대표가 "우리는 북한 문제를 다루기 위해 유엔 안보리의 북한 관련 결의안을 이행할 책임이 있다"고 한 것은 대북 제재의 이행을 거듭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김 대표는 바이든-해리스 행정부가 인권에 중점을 두는 것에 맞춰 계속 북한 주민의 인권을 옹호하고 (일본인)납치 문제에 대한 즉각적인 해결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 문제는 해결해야 하는 인류적 과제이지만 북한이 가장 경계하고 반발하는 사안이란 점에서 김 대표의 전제 조건 없는 대화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김 대표는 이번 주말 한국을 방문한다. 정보 관계자들 사이에선 김 대표가 방한해 미 국무부가 밝힌 '구체적 제안'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확인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배이징의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북은 미국의 태도가 달라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구체적 제안'에 특별한 답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식통은 " '향후 남북관계는 남한의 태도에 달렸다'는 김정은의 말은 사실"이라며 "남한이 미국 눈치 안보고 자주적으로 북을 상대한다면 남북 대화와 교류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hk@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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