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南 군비강회보다 더 위험한 것은 강도적인 이중적 태도"
문재인 정부 대북 입장 따라 향후 남북관계 달라질 수 있어

북한의 탄모미사일 시험발사
북한의 탄모미사일 시험발사

 

북한이 19일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를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합참은 이날 "우리 군은 오늘 오전 10시17분쯤 북한이 함경남도 신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미상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한 걸 탐지했다"며 "추가정보에 대해선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신포는 북한 해군의 잠수함기지가 있는 곳이어서 일각에서는 북한이 신형 SLBM 시험발사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의 무력시위는 올해 들어 일곱 번째다. 그간 장거리 순항미사일, 열차 발사 탄도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지대공 미사일 등 지난달에만 네 차례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신형 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한 바 있다.

북한이 올초 1월 8차 당대회에서 국방력 강화를 위한 5개년 계획을 천명한 이후 무기 개발에 속도를 내는 점으로 미뤄 이번에도 신형 무기 시험발사의 일환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주목되는 것은 발사 시점이다. 북한의 이날 발사는 현재 워싱턴과 서울에서 각각 한미일 3국의 북핵 수석대표와 정보수장이 나란히 회동하고 대북 대화 재개를 모색하는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자신들의 신무기 개발 계획 일정에 따라 발사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대외적인 관심 끌기 등 다목적 포석인 것으로 당국은 분석한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 다키자와 히로아키(瀧澤裕昭) 일본 내각 정보관 등 3국 정보수장은 이날 오전 서울 모처에서 비공개로 회동할 예정이다.

여기에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역시 지난달 13∼14일 일본에서 회동한 데 이어 19일 워싱턴에서 추가 협의를 할 예정이다.

◇ 北 신무기 발사로 한·미 대북 입장 시험…특히 '南 이중적 태도' 주시

북한이 신형무기를 시험발사한 시점 등을 고려할 때 한국과 미국에 대한 그들의 메시지를 전한 측면이 강하다.

북한은 그간 미국이 대화제의를 해올 때마다 대북 적대세 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또한 그것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나서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달 30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은 최근 들어 우리 국가에 적대적이지 않다는 신호를 빈번히 발신하고 있지만 적대적이지 않다고 믿을 수 있는 행동적 근거는 하나도 없다"고 평가했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정책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을 알기에 남한 정부와 우선 대화하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엔 따르면 북한의 오늘 시험발사는 그간 반복해온 신형무기 시험일 수 있지만 남한에 전하는 우회적 메시지 일 수도 있다.

북한은 지난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남한 정부와 일체의 대화를 끊었고, 민간 교류조차 막았다. 그러다 최근 들어 경색국면이 완화될듯 대남 유화정책을 펴고 있다.

단적으로 남북 통신 연락선이 복원됐고, 김여정 부부장은 '남북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언급하기도 했다. 김정은 총비서는 남북관계의 전환 가능성을 제시했다. 

김 총비서나 김 부부장은 대남 관계에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면서 공통적으로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우리정부의 '이중적 태도'를 바꾸라는 것이다. 남한이 군사장비 현대화로 한반도 긴장을 조성하고 있으며, 북한의 정상적인 무기실험을 '도발' '위협' 등으로 간주하며 공격하는 것등을 일컫는다.

북한의 남한정부에 대한 비난의 핵심은 문재인 정부가 자주적이고 민족적인 차원에서 북한을 대하지 못하고 항상 미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총비서가 시정연설에서 남측의 국방력 강화가 '미국의 암묵적인 비호' 때문이라며 비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 총비서는 한미연합훈련과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구매한 스텔스 전투기와 고고도 무인정찰기,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이후 남측의 미사일 개발 등을 일일이 언급하며 "도가 넘을 정도로 노골화되는 남조선의 군비 현대화 시도"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드러냈다.

특히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그들의 군비현대화 명분과 위선적이며 강도적인 이중적 태도"라고 강조했다. 김 총비서는 "이제는 남조선에서 '도발'과 '위협'이라는 단어를 '대북전용술어'로 쓰고 있다"며 "상대방에 대한 불공평을 조장하고 감정을 손상시키는 이중적이고 비논리적이며 강도적인 태도에 커다란 유감을 표하며 앞으로 계속 우리의 자위적 권리까지 훼손시키려고 할 경우 결코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강력한 행동으로 맞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따라서 이번 북한의 무기 시험발사는 남한과의 대화를 바라는 측면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입장을 시험한 측면이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즉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정상적인 무기시험으로 간주하고 침묵항지, 아니면 '도발' '위협' 등으로 반발할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19일 오전 11시 30분부터 12시 40분까지 약 1시간 10분간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고 북한의 발사체 발사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상임위원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진전시키고자 미·중·일·러 등 주요국과의 협의를 활발히 하는 상황에서 이뤄진 데 깊은 유감을 표했다. 이전과 같은 '도발'이니 '위협'이니 하는 공세적인 입장을 취하지는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이러한 입장에 북한이 이후 어떻게 나올 지 주목된다.

민대호 선임기자 mdh50@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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