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기관 수장 잇따라 방한하고 한미일 3자 회동
대화 조건 제시한 북한은 연말까지 경제 성과에 집중할 듯

한미일 3국 정보기관장. 왼쪽부터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 다키자와 히로아키 일본 내각정보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일본 TBS 캡처)
한미일 3국 정보기관장. 왼쪽부터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 다키자와 히로아키 일본 내각정보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일본 TBS 캡처)

북한의 잇따른 대외 메시지 이후 한미와 한미일 간 외교 접촉 속도가 빨라지는 모습이다. 대화의 공을 넘긴 북한은 연말까지 내부 성과 내기에 집중할 것으로 보여 물밑 접촉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이어 방한한 애브릴 헤인스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이번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다키자와 히로아키 일본 내각정보관과 비공개 회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보기관의 최고위 당국자가 연이어 한국을 찾는 것은 이례적인 행보로, 남북미 간 대화와 관련된 외교적 접촉이 이뤄지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접견을 통해 한미 정보협력 강화 및 한반도 정세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

또 헤인즈 국장 방한으로 한미일 정보기관장이 한 자리에 모이는 건 일본 기시다 내각 출범 이후 처음으로, 한반도 비핵화 회담의 '사전 조율' 차원의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동에선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한반도 종전선언, 대북 인도지원뿐만 아니라 북한이 제시한 이중 기준과 적대시 정책 철회 등 모든 안건을 올려놓고 북한과의 대화 재개 방안이 폭넓게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말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총회 연설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을 제안한 이후 적극적인 대미 설득에 나선 바 있다.

다만 북한은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흥미 있다"라고 밝히면서도 이중 기준과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대화 조건을 제시하며 공을 한미에 넘긴 상황이다.

또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11일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 연설에서 "미국은 최근 들어 우리 국가에 적대적이지 않다는 신호를 빈번히 발신하고 있지만 적대적이지 않다고 믿을 수 있는 행동적 근거는 하나도 없다"면서 미국에 대한 불만을 재차 표시하기도 했다.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촉구해 온 미국도 지난 14일(현지시간) 국무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과 전제조건 없이 만날 준비가 돼 있고 사실상 구체적인 제안을 북측에 한 뒤 응답과 접촉을 기다리고 있다"라고 밝혔다. 북한에 '구체적인 제안'을 했다고 언급한 것은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서라'는 기존 입장보다는 다소 진전된 것으로 풀이됐다.  

북미가 지난 4월께에도 물밑 접촉을 진행했던 것을 감안하면, '구체적 제안'도 외교적 수사일 수도 있지만 미국 정보기관 고위 당국자들의 연이은 방한으로 남북미 간 외교적 접촉 가능성도 다시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북한이 대화 여지를 남긴 이후 한미, 한미일이 빠르게 물밑 접촉을 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어 비핵화 협상이 가시화될 시기에 주목되고 있다. 

다만 김 총비서는 지난달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과 이달 국방발전전람회 연설에서 자신들에 대한 이중적 태도와 적대시 정책 철회를 대화 조건으로 재차 언급한 만큼, 추가적인 대외 입장은 자제하며 동향을 지켜볼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특히 대외 상황 못지 않게 올해 1월 내세운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성과 내기가 중요 과업으로 제시되면서 북한이 연말까지는 별다른 행보 없이 내부 결속을 다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김 총비서가 한미를 향해 대화 조건을 제시하며 여지를 남기긴 했지만 북한 내부에선 경제 성과 달성을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이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논설을 통해 "그 어떤 물질적 재부나 외세에 대한 환상으로부터 출발한 기대는 사상누각이나 같다"면서 외부에 대한 의존을 경계하고 자력갱생할 것을 강조했다. 김 총비서는 국방발전전람회 연설에서 "평화를 위한 그 어떤 대외적인 우리의 노력이 절대로 자위권 포기는 아니다"면서 내부를 향한 메시지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외 행보와는 별개로 북한은 내부적 사상전을 전개하며 연말까지 성과 내기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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