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의미 있는 접촉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
'납북자 문제' 해결 제기하는 일본 역할도 주목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왼쪽), 문재인 대통령, 바이든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왼쪽), 문재인 대통령, 바이든 미국 대통령

 

남북미의 각기 다른 외교적 셈법이 부딪히며 대북 외교의 해법 모색이 쉽지 않아 보인다. 아직까지는 의미 있는 '협상안'이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 종전선언 추진을 문재인 정부 임기의 마지막 대북 외교 과제로 삼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유엔 총회에 참석해 이 제안을 공식화면서다.

2018년 비핵화 협상이 활발할 때 논의되던 종전선언에 북한의 관심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의외로 북한은 이에 일부 호응해 나왔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달 24일 담화에서 "종전선언은 나쁘지 않다"라고 언급한 것이다.

다만 북한은 종전선언 논의 개시를 위한 큰 조건을 내걸었다. 이는 한미가 자신들에 대한 '이중기준'과 '적대시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자신들의 국방력 강화 행보를 '도발'로 규정하는 한미의 태도가 이중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자신들을 규제하려는 것이 '적대시'라는 것이 북한의 입장이기도 하다.

북한이 지난 9월 4차례 진행한 무력시위, 그리고 이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추정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까지, 북한은 '이중기준 철회'에 대한 한미의 입장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국방력 강화'를 위한 정상적인 국방 정책을 이행하고 있다는 명분 하에서다.

따라서 북한은 한미의 입장이 분명하게 드러날 때까지 이 같은 행보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는 북한의 가장 큰 우방인 중국의 '뒷배'가 있는 것 역시 분명해 보인다.

한국은 이 같은 북한의 조건을 일단 '접수하지도, 거부하지도' 않고 미국을 설득하는 대미 외교를 진행 중이다. 한미의 북핵 수석대표는 지난 8월부터 열흘에 한 번 꼴, 때론 그보다 짧은 기간을 사이에 두고 부지런히 만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시선은 일단 북한보다는 중국에 쏠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대중 견제'에 대한 적극성이 대북 외교 추동력이라는 입장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미중 양자 간 기싸움씩 '대결'에 집중하던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과의 밀착을 통한 대중 견제 행보에 더 공을 들이고 있다. 행정부 출범 이후 더 구체화되는 미국의 대중 견제 참여 요구는 안보 분야를 넘어 경제 분야로도 확대되는 모양새다.

미국의 이 같은 입장은 결국 우리가 미국을 '설득'하는 것만으로는 대북 외교를 재개하기 어렵다는 결론으로 이어지게 한다. 대중 견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보다 선명한' 입장을 미국은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이 일본을 꾸준히 대화의 틀에 포함시키고 있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최근 한미는 양자 간 협의보다 한미일 3국 간 협의의 틀을 통해 대북 사안을 논의 중이다.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신임 총리는 취임사에서 납북 일본인 문제를 풀기 위한 북한과의 만남 가능성을 언급했다. 비록 한미일 협의를 앞둔 상황이었다지만, 미국의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18일 진행된 한미 양자 협의 후 기자들 앞에서 '납북자 문제'도 논의될 필요가 있다며 일본의 안건을 언급했다.

한미일 3각 동맹이라는 틀을 유지하며 한미가 대북 외교에 나서는 것과, 일본의 구체적 안건이 북한과의 대화 테이블에 오르는 것은 좀 모양새가 달라 보인다. 일본을 대북 대화 테이블에 실제로 앉히는 문제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큰 숙제가 될 수도 있다.

한미, 한미일의 잦은 북한 관련 협의에도 불구하고 논의 자체가 진전된 정황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연내 의미 있는 진전을 통해 내년 북한의 신년사에 '유화적' 메시지를 유도하고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 평화 모드를 구상 중인 정부에게 남은 과제가 아직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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