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오른쪽)과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지난 6월2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외교부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오른쪽)과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지난 6월2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외교부

“종전선언을 비롯해 여러 가지 방안에 대해 좀 더 실무 차원의 본격적인 협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를 한다.”

미 정부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한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6일(현지시간) 오후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방미 목적에 대해 밝혔다.

노 본부장은 지난 9월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성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협의를 가졌던 것을 거론하면서 “이번에 김 대표도 워싱턴으로 출장을 왔고, 저도 왔다”며 성김 대표와의 회동에 무게를 뒀다. 

앞서 노 본부장은 지난 8월 성김 대표, 러시아의 북핵협상 담당인 이고르 마르굴로프 아시아태평양 차관과 서울에서 회담을 가진데 이어 9월  13일부터 15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가졌다. 당시 미 국무부는 김 대표의 방일이 북한 문제에 관한 동맹국과의 지속적인 협력 의지를 강조한다고 밝혔다. 

당시 한미일 대표 회담 주제는 '북핵'과 '북한과의 대화'였다. 그러나 북한이 핵에 대해 분명한 입장(핵 보유)을 견지했고, 미국과의 대화에 나설 의사가 없었기 때문에 별다른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  

지난 9월 말 뮨재인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꺼내면서 한반도 관련 국가들의 회담이 이어졌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종전선언은 새롭게 나온 것이 아니라 사전에 관련 당사국의 이해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한과 중국이 관심을 가진 주제였다.   

그런 맥락에서 노 본부장은 북한과 중국이 직접 나서기 곤란한 상황에서 14일 대리역을 할 러시아를 방문해 마르굴로프 러시아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차관 겸 6자회담 수석대표와 협의를 가졌다.

한·러 양측은 최근 한반도 상황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향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조기 재가동을 위한 양국 간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노 본부장의 이번 미국 방문은 지난 5일 프랑스 파리에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 지난 12일 한미 안보실장간 협의에 이은 것이어서 주목된다.

노 본부장은 방미 기간인 오는 18일 성김 대표를 비롯해 미국 정부 인사들과 만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조기 재개를 위한 여러 가지 방안에 대해 협의를 가진 데 이어 오는 19일엔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간 협의를 할 예정이다.

그는 “파리에서 외교장관 회담이 있었고, 한미간 안보실장 협의도 있었다. 그 계기에 종전선언을 포함해 신뢰구축 조치,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에 대한 협의가 있었다”며 “지난 9월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가서 김 대표와 종전선언 문제와 여러 가지 우리가 추진하려고 하는 방안들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는데, 그러한 각급에서의 협의와 연장선에서 이번에도 협의를 계속 가지려고 오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오기 위한 방안에 대해 “여러 가지 창의적인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가 되고 있다”며 “아시는 바와 같이 북한과의 인도적 분야에서의 협력 사업도 한미가 공동으로 하는 것으로 지금 거의 준비가 마무리가 돼가고 있다”고 밝혔다. 남북 간, 북미 간에 '대화'를 위한 물밑 교섭이 있다는 것을 전한 셈이다. 

노 본부장은 또 “종전선언 문제도 지금 중요한 대화 재개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그게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항구적인 평화정착에 들어가는 대화의 입구로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에 따라서 여러 가지 검토할 사안들이 있다”며 “이게 어떤 함의를 갖는지, 또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북한과의 대화를 계속 이어나가는 데는 또 어떤 의미가 있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되는지 등에 대해서 다각도에서 검토할 사안들이 여럿 있다”고 말했다.

노 본부장은 “그래서 그런 것들이 지금 우리 정부와 미국 정부 간 협의를 통해서 검토가 돼 나가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다”고 했다.

노 본부장은 ‘종전선언에 대한 미국의 입장에 변화의 조짐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지난번에 김 대표와 자카르타에서 만났을 때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 계속 심도 있게 검토를 해 나가기로 합의한 바가 있다”며 “그래서 저희로서는 이번에도 생산적인 좋은 협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코리아리포트> 취재 결과 종전선언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오히려 종전선언이 진도있게 나아가는 것에 대해 북한으로부터의 반대급부를 전제하면서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종전선언의 당사국인 중국과 북한과 밀접한 러시아는 종전선언에 대해 긍정적이다. 북한이 내심 종전선언을 바라는 것이 반영된 셈이다.

노 본부장은 종전선언에 대한 러시아와 중국측 입장에 대해 “사실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P5로서, 한반도 문제에 관해 관심이 많이 있고 북한의 여러 입장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있는 나라들”라며 “종전선언에 대해선 두 나라 모두 다 환영하는 입장으로 제가 파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정부의 종전 선언 제안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또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제안이라고 좋은 평가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노 본부장의 방미 성과는 성김 대표와의 회담에서 구체화될 전망이다. 

이상연 기자 ls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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