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 발표 직후 靑 NSC상임위 소집해 '유감' 표명
종래 '도발' '위협' 표현 안해…남은 건 '자주 외교'

북한이 지난 2019년 10월2일 강원도 원산 인근 해상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시험발사했다. (노동신문 갈무리)
북한이 지난 2019년 10월2일 강원도 원산 인근 해상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시험발사했다. (노동신문 갈무리)

 

청와대는 19일 북한이 동해상을 향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발사한 데에 유감을 표명하는 한편 '대화의 신호'이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북한은 이날 2019년 10월 '북극서-3형' 수중 시험발사 후 2년 만에 SLBM을 발사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의 NSC 상임위원회를 소집하고, 북한의 '미상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상황에 대해 원인철 합참의장으로부터 보고를 들었다. 

이날 NSC 상임위에는 서훈 실장을 비롯해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 서주석·김형진 국가안보실 1·2차장, 최종문 외교부 2차관, 윤형중 국가정보원 1차장 등이 참석했다.

상임위원들은 북한의 이번 발사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진전시키기 위해 최근 우리와 미·중·일·러 등 주요국들 간 활발한 협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이뤄진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한반도 정세의 안정이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북한이 조속히 대화의 자리에 나올 것을 촉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북한의 이번 발사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으나 최대한 말을 아꼈다.

'북한이 이번에 레드라인(red line)을 넘은 것으로 판단하나'라는 물음에 관계자는 "좀 더 정밀한 분석이 이뤄지고 관련 상황들이 선명히 파악된 다음에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종전선언에 대해 호응하면서도 계속해서 미사일 발사를 하고 있는 이유를 어떻게 보나'라는 물음에도 "한·미·일 정보수장들 간 회의가 있었고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방러, 방미하면서 여러 대화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나온 일이라 의도에 대해 추후 면밀한 해석이 필요하리라 생각한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다만 그는 '2017년 11월29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것을 서훈 당시 국가정보원장은 '북한이 이제 대화의 장으로 나올 준비를 마쳤다'는 신호로 보고 물밑협상을 벌인 걸로 아는데 이번에도 4년 전과 같이 해석하냐'는 질문엔 "저도 그런 해석이 맞고 그런 해석이 이루어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NSC 상임위원들과 청와대 관계자가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것은 문재인 정부 임기말 모처럼 찾아온 남북 해빙기 분위기를 유지하려는 측면이 강하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달 30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남북관계 회복과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길 바라는 민족의 기대와 염원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10월 초부터' 그간 관계악화로 단절시켰던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그리고 닷새 만에 통신이 개통됐다.

김 총비서 친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달 25일 담화에서  "공정성과 서로에 대한 존중의 자세가 유지될 때만이 비로소 북남 사이의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했다.

반면 김 총비서는 시정연설에서 "도가 넘을 정도로 노골화되는 남조선의 군비 현대화 시도"에 불만을 강하게 드러내면서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그들의 군비현대화 명분과 위선적이며 강도적인 이중적 태도"라고 강조했다. 김 총비서는 "남조선에서 '도발'과 '위협'이라는 단어를 '대북전용술어'로 쓰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NSC 상임위원들과 청와대 관계자는 "유감' 정도로 완화된 표현을 썼다. 북한이 불만을 갖는 '도발'과 '위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북한이 신무기를 시험발사한 데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입장을 시험한 측면이 상당한 만큼 '도발' '위협' 등의 표현으로 반발하지 않고 "유감" 정도에 그친 것은 북한이 설치한 시험대를 통과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관건은 문재인 정부가 미국 눈치를 보지 않고 자주적으로 북한을 상대할 수 있느냐이다. 결국 문 정부의 태도에 따라 남북대화의 문이 달리 작동할 것이 예상된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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