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北, 종전선언으로 진정성 확인…협상 진입 명분 확보"
美 종전선언 카드를 먼저 제시하지는 않을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대북 적대시 정책은 없다'는 입장을 계속 반복하고 있음에도 북한이 진정성에 물음표를 달고 있어 주목된다.

북한이 원하는 '신뢰'를 입증하는 길은 결국 임기 말 문재인 정부가 재차 추진하고 있는 종전선언 추진에 대한 한미 간 논의에 달렸다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2일(현지시간)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만난 뒤 현지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종전선언은 우리 측 의견을 양측이 긴밀히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고위 당국자도 이날 "(종전선언의) 우리 입장에 대한 미국의 이해가 깊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11일 국방발전전람회 기념연설에서 '미국이 적대적이지 않다고 믿을 수 있는 행동적 근거는 하나도 없다'는 발언을 내놨다. 계속해서 선 적대시 정책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김 총비서는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특정한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니다"며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 지금까지 해온 적대 의사가 없다는 것에 대한 일종의 화답 차원"이라며 "이와 함께 한국이 종전선언을 제안하고 있는 지금 분위기에 일정 정도 힘을 실어주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김 총비서의 일련의 입장 표명이 있은 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은 대북 적대시 정책이 없다'와 '조건 없는 대화' 등 기존 입장을 재확인 했다는 게 서 실장의 설명이다. 그는 특히 적대시 정책관련해서는 미국의 '진정성'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백악관이 이날 내놓은 성명에는 '진정성'과 '종전선언'에 대한 언급이 빠졌다. 대신 "설리번 보좌관은 북한이 위기 고조 행위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으며 남북대화와 협력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했다"고만 했다.

이는 우리의 '종전선언 띄우기'와 미국의 '미온적' 대응이라는 입장차를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일단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을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을 움직이기 위한 카드이자 북미 신뢰 구축을 위한 선택지로 종전선언을 우선적으로 쓸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의 '미국 설득'은 지속될 전망이다. 최근 정의용 외교부 장관 등을 통해 대북제재 완화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는 종전선언 한 사안에만 당분간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홍 연구위원은 "미국이 종전선언 자체를 부인하는 건 아니다"라며 "하지만 지금 국면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 명확한 입장이다. 북한이 일정하게 비핵화 관련 행동 조치를 취한다면 추진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종전선언과 관련해 북한은 사실 손해 볼 것이 없다"며 "미국이 수용하면 좋은 것이고 진정성이 종전선언으로 확인된다면 어쨌든 협상에 진입할 수 있는 명분을 주는 것이다. 그 반대 상황이 전개되더라도 미국이 평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비난과 전술무기 개발의 명분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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