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대화조건 이후 한미서 유의미한 메시지는 아직
남·북·미, 내년 김정은 신년사, 베이징 올림픽 계기 노릴 수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11일 노동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3대혁명전시관에서 개막한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에서 기념연설을 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2일 보도했다.(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11일 노동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3대혁명전시관에서 개막한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에서 기념연설을 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2일 보도했다.(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당 창건 기념일을 계기로 기념강연회, 국방발전전람회를 열고 두 차례 연설에 나섰지만 북한이 연말까지는 별도의 '전향적' 대외 메시지 없이 '물밑 외교'를 벌일 것이란 관측이 13일 제기된다. 

김 총비서는 지난 11일 개막한 '국방발전전람회'에서 현재 정세를 평가하고 한미의 책임과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이는 지난달 29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한미에 '이중기준'과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한 것과 같은 맥락이지만 대화의 문턱은 더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김 총비서는 남한의 무기 도입과 군사장비 현대화 시도 등을 두고 "강도적인 이중적 태도"라고 비난하면서도 "남조선이 한사코 우리를 걸고들지만 않는다면, 우리의 주권행사까지 건드리지 않는다면 장담하건대 조선반도의 긴장이 유발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시정연설에서 언급한 대화 조건을 재차 상기하면서 남한의 태도 변화를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김 총비서는 또 미국에 대해서는 "최근 들어 우리 국가에 적대적이지 않다는 신호를 빈번히 발신하고 있지만 적대적이지 않다고 믿을 수 있는 행동적 근거는 하나도 없다"면서 미국이 태도를 바꿔야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조건을 분명히 했다.  

다만 김 총비서는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이나다"라면서 대화 여지도 재차 남겼다. 전략전술무기 개발과 비핵화 협상을 분리해 대화의 공을 한미로 넘긴 셈이다. 자위적 차원의 국방력은 지속적으로 강화하면서, 한미의 태도 변화에 따라 대화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북한은 이번 당 창건 기념일을 계기로 기념강연회와 국방전람회 등 새로운 형식의 행사를 열며 경축했으나 올해 남은 기간에는 김 총비서가 전면에 나설만한 추가적인 '정치적 이벤트'는 없는 상황이다. 적어도 오는 12월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기일까지는 내부 성과 도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북한은 지난 김 총비서의 시정연설에 이어 이번 국방전람회 연설도 주민들이 볼 수 있는 노동신문에 실었다. 신문은 모든 부문과 단위에서 김 총비서의 연설에 제기된 과업을 '무조건 관철'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만큼 추후 이중기준, 대북 적대 철회 조건 관철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 총비서는 국방전람회 연설에서 "평화를 위한 그 어떤 대외적인 우리의 노력이 절대로 자위권 포기는 아니다"면서 대외 환경 변화에 대한 당국의 입장을 내부적으로 알리기도 했다.

또 북한은 올해 1월 8차 당 대회에서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첫해를 몇 달 남기지 않은 시점에 성과 내기를 연일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남·북·미는 내년 1월 김 총비서의 신년사,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등을 이벤트 상정하고 물밑 외교 중심으로 연말까지 외교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지난 2018년에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본격적인 대남, 대미 대화에 나선 바 있다. 

이번 물밑 외교에서 성과 도출된다면 공동연락사무소의 재설치 논의나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북한의 고위급 인사가 참석하는 등 유의미한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여정 당 부부장은 지난달 25일 담화에서 남한에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 정책 철회 등 조건을 제시하면서도 '잘 되면' 남북 연락사무소를 재설치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김 총비서의 대화 조건 제시 이후 한미로부터 유의미한 메시지가 도출되지 않았다는 점도 연말까지는 북한의 추가 대외 행보가 없을 것이란 관측에 힘을 싣는다. 

김 총비서의 연설 이후인 12일(현지시간) 한미 안보실장은 미국 워싱턴 DC에서 회담을 갖고 구체적인 대북 관여 방안에 대해 앞으로도 긴밀히 협의해가기로 했다. 특히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만난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이 없다"라는 미국의 진정성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대북 적대시 정책은 없다"면서 북한과의 '조건없는 대화'를 강조해 온 조 바이든 행정부의 기존 입장과 같은 것으로 한미 연합훈련 중단, 대북제재 해제 등의 구체적인 행동을 바라고 있는 북한에게는 유의미한 메시지는 아닐 것이라는 평가다.

한미와 북한은 이 같은 상황에서 물밑 접촉이나 담화를 통한 탐색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올해 남은 기간 경제 성과 도출 등 올해 '총화'에 몰두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에서 정세의 극적인 반전이나 '급진전'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김태훈 기자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코리아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