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 대북제재 완화, 대북 인도적 지원 핵심 협의 대상
남북관계 변화시 미국 역할, 북미 대화 위한 한미 '접점' 찾기

제이크 설리번(가운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서훈(앞줄 오른쪽) 한국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4월 메릴랜드주 애나폴리스의 미 해군사관학교에서 회동하고 있다. Ⓒ외교부
제이크 설리번(가운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서훈(앞줄 오른쪽) 한국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4월 메릴랜드주 애나폴리스의 미 해군사관학교에서 회동하고 있다. Ⓒ외교부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번 주 미국을 방문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대면 양자 협의를 갖는다. 

양측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문제, 한미동맹 주요 현안을 주제로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미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뉴욕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하고 북한이 남북 통신연락선을 복원하는 등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는 시점에 이뤄져 주목된다.

협의의 핵심은 임기 말 문재인 정부가 속도를 내고 있는 종전선언과 대북제재 완화, 대북 인도적 지원과 같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한미 간 '접점' 찾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남북 간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고 물밑에서 남북이 접촉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의 역할과 북미 간 대화 가능성을 견인하는 부분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중엔 서 실장이 이번 방미를 통해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메신저 역할을 하려는 것으로 관축하기도 한다.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한국과 미국이 원칙적으로 동의해 온 대북 인도적 협력에 대한 구체적 방안과 북미 대화 재개 시 미국이 북한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초기 조치 등에 대한 논의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 실장이 북한의 의중을 이번 방미길에 미국 측에 전달하고 협의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 이후 남북간 물밑접촉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 과정에서 북한이 대화 재개 조건으로 내건 대북 적대시 정책과 이중기준 철회의 보다 구체적인 내용과 의도를 한국 측이 파악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과의 대화를 바라는 미국의 바이든 정부는 서 실장이 일말의 '선물'이라도 갖고 올지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이 태도 변화를 하지 않는한 북미대화는 없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한데 대해 리태성 외무성 부상은 24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낸 담화에서 "종전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인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남아있는 한 종전선언은 허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24일 오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종전선언은 흥미 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지금 때가 적절한지, 그리고 모든 조건이 이런 논의를 하는데 만족되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종전이 선언되자면 쌍방간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지독한 적대시 정책, 불공평한 이중기준부터 먼저 철회돼야 한다"라고 미국의 적대시 정책 및 '이중기준'의 철회 필요성을 강조했다.

바이든 정부는 종전선언 논의에 '열려 있다'는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속 시원한 답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이는 정치적 선언인 종전선언이 한반도 평화의 '입구'로 여기는 문재인 정부와는 온도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기본적으로 바이든 행정부는 계속된 대화 제의에 일단 북한이 호응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대화를 통해 북한의 '요구사항'을 모두 논의할 수는 있지만, 그전에 '대화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은 없다'라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서 실장이 종전선언에 대해 미국을 설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문 대통령의 임기 내 화상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이나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정상회담 가능성, 미국과 남북한 3자 혹은 중국까지 포함한 4자 종전선언 시나리오 등이 거론되고 있어 설리번 보좌관과 서 실장의 대화에서 이와 관련한 논의가 있을지도 주목됩니다.

하지만 서 실장의 이번 방미에선 남북 간 대화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미국에 그러한 상황을 전하고 협조를 구하려는 측면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덧붙여 북한의 바이든 정부에 대한 입장도 전할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 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 참석차 프랑스 파리를 방문 중인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이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만나 한미 간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국내 언론에서는 문 대통령이 재차 제안한 종전선언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보도됐지만 북미 대화에 앞서 북한의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1주일만에 서 실장이 미국을 방문한다. 정 실장이 블링컨 장관으로부터 들은 미국의 대북 입장에 대해 북한이 화답한 것을 들고 방미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북한이 요구하는 미국의 태도 변화, 즉 대북 적대시 정책과 이중기준 철회를 행동으로 보여주지 못할 경우 북미 관계는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높다.

반면 남북관계는 북한이 적극적으로 대화의 장으로 나오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미국이 제동을 걸지 않는 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의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김정은 담화(9월 30일) 이전 '실사구시(實事求是)'로 국가 방향을 정했다"며 "그 첫 상대가 남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한과의 교류 를 통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수차례 강조한 '인민 제일주의'를 구현하려 한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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