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전략·文정부 의지·시스템 구축 맞아 떨어져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왼쪽)와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왼쪽)와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 이후 남북관계에 변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정부 임기 내 '화상' 정상회담이 가능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을 지낸 앤드루 김 하버드대 벨퍼센터 연구원은 5일(현지시간) 워싱턴타임스 재단이 주최한 화상세미나에서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임기가 끝나기 전 또 다른 정상회담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그러나 아마 온라인이고 대면은 아닐 것"이라고 답했다.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은 북한이 지난달부터 적극적으로 대외 메시지를 내며 거론되기 시작했다.

대외 현안을 총괄하는 김여정 당 부부장은 '이중기준 제거'와 '적대시 철회'를 조건으로 남북 대화 가능성을 열고 공정성과 존중이 유지된다면 남북 정상회담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후 김 총비서는 단절 상태였던 남북통신연락선을 복원했다.

경색됐던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부는 모습이지만 정상 만남까지는 아직 여러 조건이 남아 있다. 얼마 남지 않은 현 정부의 임기 내에 남북 정상이 만나려면 북한의 대외 전략, 청와대와 정부의 의지 그리고 화상 시스템 구축이라는 세 가지가 맞물려야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대외 전략 부분은 일단 남한에 집중됐다는 평가다. 김 전 센터장은이날 세미나에서 북한은 항상 남한 정치에 영향력이 있다고 믿으며 현재 남한 정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으로도 몇 개월은 남한에 집중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통령 임기 안에 남북 정상회담이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엔 “그렇다”면서 “아마도 대면이 아닌 온라인으로 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로 국경을 봉쇄한 북한으로선 화상 회담을 원할 것이란 의미로 풀이된다.

김 전센터장은 남북이 먼저 화상 정상회담을 연 뒤 내년 2월 베이징에서 대면으로 만날 가능성도 언급했다. 김 전 센터장은 미국이 내년 2월 베이징 겨울올림픽 때 남북 정상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초대로 현지를 동시 방문하는 상황을 경계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국은 올림픽 기간 베이징에서 시 주석이 김정은 국무위원과 문 대통령 사이에서 일종의 회담을 중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결코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정상이 미국을 배제하고 중국이 마련한 무대인 베이징에서 만나는 게 현실화한다면 종전선언에 버금가는 ‘전쟁 종언 발표’ 등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워싱턴 외교가에서 나온다. 다만 북한은 도쿄 올림픽 불참을 이유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베이징 올림픽 참가 자격을 정지당해 김 위원장의 방중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다.

앞서 정대진 한평정책연구소 평화센터장은 북한이 외교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남북대화 분위기를 형성하면서 단기적으로는 남한 대선정국에서의 평화공세 밀당(밀고 당기기)을 통한 영향력 행사, 중장기적으로는 남북정상회담 및 차기 정부와의 관계형성에 있어서도 주도적 지형 확보를 위한 장정에 돌입한 것"이라고 관측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 또한 대화에 열려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북한을 예단하지 않고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에 대해 "이제 다시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기 때문에 (종전선언을 다시) 제안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전달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부가 임기 내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목표를 정치적으로 설정하진 않으며, 마지막까지 토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로는 신중한 입장이지만 문 대통령의 결단에 따라 임기 내 정상회담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화상회의 시스템 구축은 이번 통신선 복원 이후 정부가 추진하는 의제로, 북한의 준비 상태가 관건이다. 정부는 지난 7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안정적인 대화 토대 마련을 위해 북측에 '비대면 영상회의 시스템'을 제안했다. 통일부는 올해 4월 문 대통령이 연초 구상한 남북 '비대면 회담'을 실현하기 위해 남북회담본부에 영상회의실을 마련해 뒀다.

정상회담 추진에서 난관은 북한이 제시한 '선결 조건'과 앞으로 나올 수 있는 추가적인 '청구서'다.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염두에 두고 주도권을 뺏긴다는 비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야권은 앞서 통신선복원과 관련해 이를 환영하면서도 "북한의 진정성에는 의구심이 든다", "오직 문재인 정권만 북한의 '강온양면 전략'에 부화뇌동하고 있다" "또 어떤 청구서를 숨기고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고 지적했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코리아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