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일본 국회에서 소신표명 연설을 하고 있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 ⒸNHK
8일 일본 국회에서 소신표명 연설을 하고 있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 (사진=NHK 캡처)

 

기시다 후미오 새 일본 총리체제에서도 한일관계가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기시다 총리의 첫 국회연설에 나타난 한국에 대한 언급의 비중과 취임을 전후한 각국 정상과의 통화에서 한국은 빠져있다는 배경에서다. 

기시다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한국의 중요성을 거론했으나 한일 관계 회복 의지를 드러내기에는 분량이나 표현 모두 미흡했고 작년보다 인색한 측면도 있다.

기시다 총리는 8일 오후 일본 국회에서 행한 첫 소신 표명 연설에서 "한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다.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서라도 우리나라의 일관된 입장에 토대를 두고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연설은 약 6900자 분량이었지만 한국에 관한 언급은 이 두 문장에 불과했다. 또한 미국, 북한에 대한 입장에 이어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중시하면서 한국은 일본의 주요 외교 상대국 가운데 마지막에 거론됐다.

또한 기시다 총리는 취임을 전후 해 미국 바이든 대통령, 러시아 푸틴 대통령, 중국 시진핑 주석 등과 전화 통화를 했지만 한국은 아직 빠져있다.

기시다 총리가 국회 연설에서 일관 입장을 토대로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한 부분도 한일관계에 부정적 요소다.

기시다 총리가 말한 '일관된 입장'은 일제 강점기 징용 문제 등이 1965년 합일 청구권 협정으로 완전히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을 의미한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경우 2015년 한일 외교장관 합의로 다 해결됐다는 것이 일본 측의 인식이다. 기시다 총리는 당시 합의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달 자민당 총재 선거 과정에서 위안부 합의가 "세계가 높이 평가한 합의"라면서 "이것조차 지키지 않으면 미래를 향해 무엇을 약속하더라도 미래가 열리지 않는다. 대화는 필요하지만, 한국은 그 기본을 확실히 지키면서 생각하면 좋겠다. 볼(공)은 한국에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그간 이들 문제의 해법을 한국이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는데 이런 태도를 바꾸지 않겠다고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기시다 정권의 각료를 보면 한일 관계 경색 국면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정권 말기에 임명된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이 스가 정권을 거쳐 기시다 정권에서도 유임됐다.외교 정책의 틀을 유지하겠다는 포석인 셈이다.

아마리 아키라와 아소 다로가 집권 자민당 간사장과 부총리로 각각 임명되는 등 아베의 측근이 요직을 장악했다.

극우 사관을 옹호한 하기우다 고이치를 경제산업상으로 임명해 수출 규제 완화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이달 말 총선과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를 앞둔 상황이라서 기시다가 여론의 반발 가능성을 감수하고 한국과 타협하기도 어렵다.

한국의 대선 정국도대일 강경론이 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말이란 점을 고려하면 기시다 총리와 직접 담판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

결국 아베·스가 정권에서 형성된 한일 관계 경색 국면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태훈 기자thk@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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