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두 달 만에 통신연락 재개…정부 "논의·진전 기대"
北, 적대시정책·이중잣대 철회 요구…남북교류 우선할 듯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달 30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연설하는 모습.(사진=노동신문 캡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달 30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연설하는 모습.(사진=노동신문 캡처)

 

남북통신연락선을 복원하겠다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발언 닷새 만인 4일 남북 간 통화가 이뤄졌다. 북한이 남한에 '중대과제 해결'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남북관계 복원이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통일부는 이날 오전 "오늘 오전 9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개시통화가 이루어지면서 남북통신연락선이 복원됐다"고 밝혔다. 국방부도 "남북 군사당국은 2021년 10월4일 오전 9시부로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완전 복구하여 모든 기능을 정상화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통화 연결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전달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남북관계 회복과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길 바라는 민족의 기대와 염원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10월 초부터' 그간 관계악화로 단절시켰던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뒤 닷새 만에 이뤄졌다. 북한의 일방적 '무응답'으로 연결이 끊긴 날부터 따지면 55일 만이다.

남북통신선은 작년 6월 북한이 남측 탈북민 단체가 대북전단을 살포한 사실을 문제 삼으며 일방적으로 단절됐다가 지난 7월27일 남북 정상 간 합의에 따라 13개월 만에 복구됐다. 그러나 북한이 올해 후반기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하면서 복원 2주 만인 8월10일 오후부터 불통 상태였다.

우리 정부는 이후 진정성 있는 대화를 위해선 북한이 통신연락선을 먼저 복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

이번 통신연락선 복원은 북한이 정부의 요청에 화답한 셈이지만, 관계 개선을 위해선 남한이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북한의 주장이 걸림돌로 남아 있다.

김 총비서는 앞서 복원 의사를 밝힌 시정연설에서 지금의 남북 관계는 '심각한 선택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면서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원칙적 문제들이 있다고 언급했다. 남북 관계가 회복, 새로운 단계로 발전할지 혹은 더 악화될지 결정하는 것은 남한 당국의 태도에 달려 있다는 주장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또한 4일자 기사에서도 이날 오전부터 통신연락선을 모두 복원하겠다고 밝히면서 '중대과제 선결'을 다시 상기했다.

"남조선 당국은 북남(남북)통신연락선의 재가동의미를 깊이 새기고 북남(남북)관계를 수습하며 앞으로의 밝은 전도를 열어나가는 데서 선결돼야 할 중대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라는 주문이다.

북한이 말하는 중대 과제는 그동안 담화 등에서 꾸준히 거론된 대북 적대시 정책과 자신들에 대한 불공정한 이중적인 태도 철회로 풀이된다. 경제 발전을 막는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 등을 위해 남한 당국이 노력을 기울이고, 국방력 강화를 도발이 아닌 자위권 강화 차원으로 인정하라는 요구다.

북한은 전날 지난달 28일 시험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와 관련해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소집된 데 대해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조철수 북한 외무성 국제기구국장은 자신 명의의 담화에서 미국·영국·프랑스 등이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 시험발사를 유엔 '결의' 위반으로 매도하면서 국제평화와 인접국가들의 안전에 '위협'으로 된다고 억지를 부렸다"며 이는 "명백한 2중 기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강도적인 미국식 사고와 판단에 치중하며 이중자대를 가지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자주권을 또다시 침해하려드는 경우 그 후과가 어떠하겠는가는 스스로 잘 생각해보는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 정부는 이날 남북통신선 연결에 "한반도 정세 안정과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토대가 마련되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남북간 통신연락선의 안정적 운영을 통해 조속히 대화를 재개하여 남북합의 이행 등 남북관계 회복 문제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실질적 논의를 시작하고, 이를 진전시켜 나갈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안보리 소집에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과 남한에 '중대과제 해결'을 거듭 요구한 북한의 태도를 고려하면 남북통신선 연결이 재차 단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통신선이 유지된 상태에서 기싸움 등 답보국면이 지속될 것인지, 아니면 문제해결의 대안을 제시하면서 대화국면으로 전환할 것인지 아직은 불투명하다"며 "북한의 근본문제 제기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인도적 협력 등 비정치적인 사안을 제기해 호응을 유도하고 전면복원은 내년 초를 마지노선으로 하는 긴 호흡의 계획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반면 베이징의 정통한 대북소식통은 "북이 조건부 남북대화를 전제로 단절된 통신선을 복원했지만 방점은 '조건'이 아닌 '대화'에 있다"며 "남북관계가 긍정적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총비서가 남한과의 대화 의지를 밝히면서도 북한에 대한 이중적 태도, 적대정책 철회 등 전제 조건을 단 것은 북한식 대화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즉, 김 총 비서가 제시한 '조건'은 북한의 자존심 때문에 나온 우회적 표현이고 무게 중심은 대화와 교류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북한을 자극할만한 도발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는 한 남북대화는 재개될 수 있다. 다만 관건은 북한을 어떻게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느냐 하는 점이다.

사실 북한이 가장 바라는 것은 대결 종식이나 비핵화와 같은 정치적 사안이 아니라 경제, 식량, 백신 등 현실적으로 신속한 조치가 취해져야 하는 것들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그들을 대화에 나올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또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가이드라인이 여전히 유효한 만큼 이에 저촉되지 않는 방식이필요하다.

소식통은 "북의 당 창건일인 10일을 전후해 남한에 메시지를 전할 가능겅이 높다"며 "이산가족상봉이나 인도주의적 지원과 같은 남북 간 저항이 적고 국제사회의 제재도 피할 수 있는 방안들이 우선 거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민대호 기자 mdh50@koreareport.co.kr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코리아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