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도미사일과 같은 로켓 추진체…북한도 '결의 위반' 인정
정부는 안보리 회의에도 여전히 "예의주시" "분석중" 반복

북한이 지난달 28일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을 시험발사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이 지난달 28일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을 시험발사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이달 1일(현지시간)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가 열렸다. 북한의 지난달 28일 '화성-8형' 미사일 시험발사와 관련된 사항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북한의 중요 우방국인 중국·러시아의 반대로 안보리 차원의 공동성명은 나오지 못했으나, 회의에 참가한 이사국들은 북한의 이번 '화성-8형' 미사일 발사에 따른 안보리 결의 위반을 지적했다.

'화성-8형'은 북한 국방과학원이 지난달 28일 시험 발사했다는 이른바 '극초음속 미사일'이다.북한 측 주장대로라면 '화성-8형'은 극초음속 미사일 중에서도 탄두부에 극초음속 활공체(HGV)를 탑재한 미사일로 추정된다.

HGV 탑재 미사일은 탄도미사일과 같은 로켓 추진체에 탄두를 실은 활공체를 결합한 것으로서 이런 형태의 미사일은 발사 후 목표 고도(30~70㎞)까지 추진체의 힘으로 상승한 뒤 활공체가 분리돼 지구 중력과 공기 흐름 등에 따라 표적으로 향해 활공하며 날아간다.

여기서 '화성-8형'에 로켓 추진체가 사용된 부분이 바로 안보리 결의 위반이 된다. 안보리가 지난 2006년 10월 북한의 제1차 핵실험에 따라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1718호와 2009년 채택한 1874호 등에 따르면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비행체 발사, 대량살상무기(WMD) 개발·보유 등이 모두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안보리 결의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핵 투발수단 개발을 막기 위한 목적에서 채택됐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무시하고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해왔다.

북한 외무성은 이번 안보리 회의 소집과 관련해 내놓은 조철수 국제기구국장 명의의 3일자 담화를 통해서도 "우린 주권국가의 생존권·발전권을 엄중히 침해하는 불공정하고 비법적인 유엔 '결의'를 인정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동안 안보리 결의를 어기고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해온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조 국장은 특히 '화성-8형' 시험발사가 안보리 결의 위반인 동시에 "국제평화와 주변국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미국·영국·프랑스 등 이사국들의 지적엔 "억지"이자 "명백한 2중 기준"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북한은 최근 '2중 기준' 운운하며 자신들의 각종 무기개발과 무력시위를 정당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남한도 각종 신무기를 개발하고, 미국과의 합동 군사훈련을 벌이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무기개발·훈련만 비난하지 말라는 얘기다.

북한은 심지어 이 같은 '2중 기준 철회'를 남북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기까지 했다.

이 때문인지 우리 정부는 미국 등 주요국과 달리 북한의 '화성-8형' 발사가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외무성 조 국장 명의 담화를 통해 안보리 결의 위반 사실을 인정한 3일에도 "북한 상황을 항상 예의주시하고, 의도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는 입장만 내놨다.

군 당국도 북한의 '화성-8형'이 극초음속 미사일로선 "초기 개발 단계"라고 평가하면서도 탄도미사일 기술 적용 부분과 관련해선 "정밀 분석 중"이란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화성-8형'에 탄도미사일과 같은 로켓엔진 추진체가 적용됐다는 건 북한이 공개한 시험발사 현장사진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이다.

북한 조 국장은 이번 담화에서 "우리가 진행한 무기시험들은 주변국가들의 안전에 그 어떤 위협·위해도 준 게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한이 '화성-8형'에 앞서 올 들어 시험발사·훈련을 이어온 신형 전술 유도탄(단거리 탄도미사일 KN-23 개량형)과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은 각각 비행거리와 800㎞과 1500㎞에 이르는 감안할 때 "우리나라 전역은 물론, 유사시 한반도에 미군 전력을 증원할 경우 중간거점이 되는 주일미군기지까지 타격목표로 하고 있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화성-8형' 개발을 완료할 경우 현존하는 미사일방어체계로는 대응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 김 총비서는 지난달 29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최근 미국과 남조선(남한)이 도를 넘는 우려스러운 무력증강, 동맹 군사활동을 벌리며 조선반도(한반도) 주변의 안정·균형을 파괴시키고 북남 사이에 더 복잡한 충돌위험들을 야기시키고 있는 데 대해 주시하고 있다"며 최근 조성된 한반도 긴장의 책임을 한미 양측에 돌렸다.

김 총비서는 "북남관계가 회복되고 새로운 단계에로 발전해가는가, 아니면 계속 지금 같은 악화상태가 지속되는가 하는 게 남조선(남한)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며 우리 측에 '선택'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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