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남북 통신선 복원" 지시…김여정 '남북 정상회담' 거론
北, 재래식 병력 '경제일꾼'으로…당 강령 대수정, 군 개편 시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달 2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 2일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는 모습.(노동신문 갈무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달 2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 2일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는 모습.(노동신문 갈무리)

 

북한 노동당이 국책의 기본 방향을  '실사구시(實事求是)'로 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가 정책의 방점을 '인민을 위한 경제'에 두고 이를 위해 각 방면에서 전력을 다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정치나 군사보다 '경제'와 '인민'을 최우선으로 하는 국책의 방향이 잡히면서 대외관계도 같은 방향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베이징의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이념보다 실사구시라는 현실적 문제에서 해법을 찾으면서 국내외적으로 큰 변화가 올 것"이라며 "그러한 배경에는 핵보유국이라는 자신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북한이 핵을 보유하면서 자위적 차원의 미사일 시험은 몇차례 할 수 있지만 더이상 군사력 증대는 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에따라 오는 10일 노동당 창건일 때도 지난해와 같은 대규모 열빙식은 없을 것이며 군사 도발도 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소식통은 북한이 '경제'에 방점을 두고 이미 재래식 병력을 경제쪽으로 재편하고 있으며, 이에 부합하는 강령도 대대적으로 바꿨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남북관계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소식통은 알려왔다. 북한이 실사구시를 구현하는데 최적의 상대가 남한으로 보고 적극적인 자세로 나올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 리병철 역할 변화 북한군 개편 상징…많은 병력 '경제일꾼'으로

지난 6월말 군부 서열 1위인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물러난 것을 두고 국내외 언론은 '실각' '좌천' 등의 표현으로 권부에서 완전히 축출당한 식으로 보도했다. 마침 박정천 군 참모부장도 동시에 물러나면서 일부 언론은 '군부 숙청'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이들 두 사람은 단지 정치적 지위가 높을 뿐 아니라 실제 북한의 군 핵심 전력에 기여해 온 인사들이다.

리병철은 김정은 집권 초기부터 북한의 미사일 개발에 혁혁한 공이 있다. 주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에 그가 관여했으며 이 공으로 지금의 위치까지 올랐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지난해 5월 6년간 공석이던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임명됐다. 이후 8월에는 정치국 상무위원에 올랐고, 10월에는 군 최고 계급인 원수에 오르며 그야말로 승승장구했다. 지난 2019년부터 북한이 공개한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즉 '새 전술무기'와 ICBM, SLBM의 새 개량형 개발에 성공한 공을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리병철은 지난 2016년 8월 북한이 SLBM 시험발사를 성공했을 당시 김 총비서 옆에서 '맞담배'를 한 모습이 북한 매체를 통해 공개되면서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박정천은 포병국장 출신으로 북한의 자주포, 방사포 개발에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총참모장에 오른 것으로 봤을 때 기술보다는 전략전술 개발에 더 비중이 있는 인사로 파악된다.

그는 지난 2012년과 2017년 김 총비서가 과거 연평도를 포격했던 부대를 시찰할 때 수행하기도 했다. 지난 2019년 총참모장에 오른 뒤 지난해 군 차수, 원수에 올랐다.

리병철은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서 군수공업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직책만 보면 강등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리병철이 물러난 데는 미사일 개발과 같은 군사력 강화에 주력하지 않고 군을 '경제' 위주로 개편하는 것과 맞물려 있다.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리병철이 자리를 옮기면서 군 조직 개편이 수월하게 진행됐고, 대외적으로도 북이 더이상 군사력 강화에 치중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북한에서 군수공업부장은 군 경제와 관련해 매우 중요한 직책"이라며 "리병철이 힘이 빠졌다고 하는 건 잘못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리병철은 당 상무위원에서 해임된 이후 지난 7월 8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때 함께했으며, 같은 달 28일 김 총비서가 북중 친선 상징인 우의탑을 참배했을 때는 군 간부들인 박정천 군 총참모장, 권영진 군 총정치국장, 리영길 국방상보다 제일 먼저 호명되기도 했다.

소식통은 "리병철은 미사일 개발 등 공을 많이 세웠지만 현재는 재래식 무기의 병력을 '경제일꾼'으로 전환하는 일에 더 힘을 쏟고 있다"고 전했다.

◇ 김정은 '남북 통신선 복원' 지시…김여정 '남북 정상회담' 거론

김정은 총비서가 남북 통신선 복원과 함께 남한에 위해를 가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김 총비서는 지난달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 2일 회의에서 "민족의 기대와 염원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서 일단 10월 초부터 관계 악화로 단절시켰던 북남통신연락선들을 다시 복원"할 것을 표명했다. 

이어 "북남관계가 회복되고 새로운 단계에로 발전해나가는가 아니면 계속 지금과 같은 악화 상태가 지속되는가 하는 것이 남조선 당국의 태도여하에 달려 있다"라고 상기하고 "우리는 남조선에 도발할 목적도 이유도 없으며 위해를 가할 생각이 없다"라고 말했다.

김 총비서가 직접 남북관계 변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은 파격적이다. 이는 앞서 친동생인 김여정 동당 부부장이 남북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대화 재개 의지를 비친 것과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부부장은 9월 24일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추진' 제안에 "흥미 있다"라는 담화를 발표한 데 이어 25일 담화에서는 남북 정상회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등이 "건설적인 논의를 거쳐 빠른 시일 내에 하나하나 의의 있게, 보기 좋게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이 남북 정상회담을 언급한 것은 사실 노동당의 결정으로, 북한이 먼저 제안한 것은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북한이 정치나 이념보다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을 최우선적으로 하겠다는 국책과 의지의 표현으로 '실사구시'에 전력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 총비서나 김 부부장이 남한과의 관계 개선과 정상회담 등의 전제조건으로 자신들에 대한 불공정한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 관점과 정책들을 철회하라고 요구했지만 이는 특유의 '자존심' 이 동반된 북한식 표현이다. 즉 북한의 방점은 남한과의 대화와 교류이다. 

다만 북한이 우려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자주 보여 온 '미국 눈치보기'이다. 김 총비서와 김 부부장이 남한과 발전된 관계로 나아가자 하면서 미국을 맹공한 배경이다.

김 총비서는 남북관계가 회복되고 새로운 단계에로 발전해나가는가 아니면 지금과 같은 악화 상태가 지속되는가 하는 것이 남한 정부의 태도여하에 달려 있다고 했다.

북한이 실사구시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상황에  문재인 정부 또한 그에 발 맞춰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새로운 남북관계의 길을 여는 해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대호 기자 mdh50@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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