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들…김웅의 기억은 왜 선택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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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들…김웅의 기억은 왜 선택적인가
  • 김태훈 기자
  • 승인 2021.09.08 1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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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장 기억 없지만 문자는 기억나"…'준성아' 호칭하면서도 "전화번호는 없어"
"대선정국 역풍 피하고 법적 책임 벗으려 '정무적 판단' 하나" 의심

대선정국이 '윤석열 검찰 고발사주' 논란으로 안갯속 국면에 빠져들고 있다. 사건의 '키맨'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입을 열 때마다, 정작 의혹은 꼬리 꼬리를 물고 커지는 '패러독스'가 반복되고 형국이다.

핵심은 '김웅 의원이 손준성 검사로부터 고발장을 건네받아 미래통합당에 전달했는지'다. 하지만 김 의원은 모호한 답변과 모르쇠로 일관, 본질을 흐리면서 법적 책임을 벗으려는 '정무적 행위'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웅 "고발장 기억 없지만 문자는 기억나"…선택적 기억?

첫째 의문점은 손 검사에 대한 김 의원의 기억이 다분히 '선택적'으로 비친다는 점이다. 김 의원이 해명을 거듭할수록, 손 검사와의 친소관계가 미묘하게 달라지는 점도 의구심을 증폭하는 대목이다.

김 의원은 8일 기자회견에서 "(손 검사로부터) 고발장을 받았는지 기억나지 않고, 확인할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다만 손 검사와 나눈 대화에 대해서는 "문자를 나눈 적은 있다. '(윤석열) 총장이 외로운 상황이라고 들었다. 너라도 잘 보필하고 힘내라'는 격려 문자는 보낸 적이 있다"고 했다.

손 검사와 나눈 대화는 구체적인 요지까지 선명하게 기억하면서도, 정작 100페이지가 넘는 '뭉텅이 고발장'은 기억에서 사라졌다는 이야기다. 김 의원은 스스로를 '선거법 전문가'라고 하면서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포함된 고발장을 전혀 살피지 않고 당에 전달했다는 점도 해소되지 않는 의문 중 하나다.

김 의원과 손 검사의 관계도 미묘하다. 김 의원은 손 검사에 대해 "(검찰)동기이지만 따로 둘이 만나서 술 마시고 밥 먹을 사이는 아니다"라며 "손 검사와 전화를 했더라도 1~2통 정도일 것"이라고 했다.

둘은 삶의 궤적에서 접점이 거의 없는 것은 사실이다. 김 의원은 전남 순천 출신으로 순천고를 나와 서울대 정치학과에 입학했으며, 손 의원은 대구 출신으로 경북고를 나와 서울대 법대에 진학했다. 나이는 김 의원은 51세, 손 검사는 47세다.

근무 인연도 짧다. 김 의원은 형사통, 손 검사는 기획통 코스를 밟으며 서로 다른 근무지를 거쳤다. 두 사람이 한 검찰청에서 일한 인연은 2003년 서울지검 1년이 전부다. 사법연수원 29기 동기생(604명 선발)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외견상 친분을 맺을 기회가 거의 없던 셈이다.

반면 두 사람이 '엘리트 검사'라는 연결고리로 친분을 맺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기수와 라인에 따라 승진과 좌천이 갈리는 검찰조직 특성상, 사법연수원 29기 중에서도 최상위 엘리트로 통했던 김 의원과 손 검사가 필연적으로 친분을 유지했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김 의원이 손 검사를 "준성이"라고 부르면서, 휴대전화에 연락처조차 저장하지 않았다는 점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6일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 의원은 "준성이(손 검사)와 이야기했는데"라며 친분을 드러냈다. 

하지만 김 의원은 8일 기자회견에서 "지금 내 전화번호에는 (손 검사 연락처가) 입력 안 돼 있다"며 "(지난해 당시) 어떻게 저장됐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연락처를 저장하지 않았거나, 왜 저장했는지도 모를 만큼 소원한 사람에게 문자를 보내 윤 전 총장의 보필을 부탁한 점도 추가 해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스1은 이날 손 검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끝내 입장을 듣지 못했다. 손 검사는 지난 6일 입장문을 통해 "제가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첨부 자료를 김 의원에게 송부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대선정국 '키맨' 된 김웅…모호한 발언 '정무적 판단'?

두 번째 의문점은 김 의원의 '목적'이다. 정치권에서는 김 의원이 의도적으로 모호한 말들을 늘여 놓음으로써 의혹의 본질을 흐리고, 사건의 방향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발사주 의혹이 대선국면의 '핵'(核)으로 떠오른 만큼 국민의힘과 유승민 전 의원이 받을 수 있는 타격을 최대한 줄이면서, 자신도 법적 책임에서 최대한 벗어나려는 '정무적 판단'이 작동했다는 시각이다.

김 의원이 손 검사로부터 고발장을 받았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회피하면서도, 손 검사에게 "총장을 잘 보필하라"고 문자를 보낸 사실은 또렷하게 기억하는 점이 대표적이다.

한 법조인 출신 야당 관계자는 "김 의원이 고발장을 건네 받았는지, 아닌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는 순간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기억도, 증거도 없다'는 취지로 빠져나가고, 진실 규명의 당사자를 검찰로 돌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이 '최초 제보자'에 대한 다양한 의혹점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제보자가 과거 조작 경험이 많고, 현재 여권 대권주자 캠프에 소속돼 있다는 '힌트'를 흘리는 것만으로도 여론의 관심과 화살을 분산할 수 있어서다.

김 의원은 복수의 언론 인터뷰에서 "제보자라는 사람이 내가 보낸 다른 자료를 (손 검사가 보낸 것처럼)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제보자는) 조작을 한 경험이 정말 많다. 그래서 인연을 끊었다"고 했다. 김 의원은 "그 사람이 누군지 밝혀지는 순간, 이 자료를 신뢰할 수 있는지가 다 무너진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제보자는 당시 당 사무처 사람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모두 잡으려 하는 것"이라며 "그 사람이 밝혀지는 순간 어떤 세력인지 알게 된다"고 했다. "현재 특정 캠프에 합류한 것으로 안다"고도 했다.

김 의원은"현재 저에게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기에 그 진위 여부는 제보자의 휴대전화와 손모 검사의 PC 등을 기반으로 조사기관에서 철저히 조사해서 하루빨리 밝혀주시기 바란다"며 공을 수사기관으로 넘겼다.

김태훈 기자 thk@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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