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 "흥미 있다"에 이어 남북 정상회담·연락사무소 재설치까지 언급
'이중기준 및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조건 제시…北 자존심 표현으로 볼 수 있어

북한의 대외 사안을 총괄하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이틀 연속 담화를 발표하며 남북 정상회담, 연락사무소 재설치 가능성까지 언급해 주목된다.

김 부부장은 정상회담 등 파격적인 '당근'을 제시하면서 강화된 '조건'을 내걸어 향후 추이에 관심이 모아진다.   

김 부부장은 25일 밤 늦게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공정성과 서로에 대한 존중의 자세가 유지될 때만이 비로소 북남(남북) 사이의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종전선언,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남북 정상회담 등 관계 개선의 여러 문제들이 "건설적인 논의를 거쳐 빠른 시일 내에 하나하나 의의있게, 보기 좋게 해결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김 부부장이 전날(24일) 담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흥미 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힌 것 보다 더 진전된 남북 관계 회복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라 관심이 쏠린다. 김 부부장은 문 대통령이 현지시간으로 지난 2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76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 추진을 다시 제안한 지 이틀 만에 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

김 부부장의 이틀 연속 담화는 남북 간 대화가 다시 물꼬를 튼다면 2018년 비핵화 협상 국면처럼 산적한 남북 현안들이 모두 해결될 만한 '신호'로도 평가된다.

다만 김 부부장은 북한의 군사력 증강을 자위권 행사가 아닌 '도발'이라고 규정하는 '이중기준'과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등 대화 조건도 재차 선명하게 드러냈다. 특히 "공정성을 잃은 이중기준과 대조선(북) 적대시 정책, 온갖 편견과 신뢰를 파괴하는 적대적 언동과 같은 모든 불씨들을 제거하기 위한 남조선 당국의 움직임이 눈에 띄는 실천으로 나타나기를 바랄 뿐"이라고 강조하며 '구체적 행동'을 보일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는 전날 담화에서도 한미가 북한의 군사력 증강을 비난하면서도 자신들은 연합훈련, 신무기를 개발하는 것이 이중기준이라며 이를 철회할 것과 북한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를 버릴 것을 요구했다.

이는 김 부부장이 지난 15일 발표한 담화에서 자신들의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은 남한 군의 '국방중기계획'과 같은 것이라며 '내로남불'식 태도를 버리라고 요구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됐다. 15일은 남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와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동시에 이뤄진 날이다.

김 부부장은 전날엔 "남조선이 때없이 우리를 자극하고 이중잣대를 가지고 억지를 부리며 사사건건 걸고들면서 트집을 잡던 과거를 멀리해야 한다"라며 "(남조선이) 앞으로의 언동에서 매사 숙고하며 적대적이지만 않다면 얼마든지 북남사이에 다시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며 관계 회복과 발전 전망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를 해볼 용의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담화는 여기서 더 나아가 남북 정상회담은 물론, 지난해 6월 자신들이 대북 전단(삐라)을 문제 삼으며 폭파한 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또 전날 "흥미있는 제안"이라고 밝힌 종전선언에 대해선 '때를 잃지 않고 선언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남기긴 했다.

김 부부장이 정상회담의 전제 조건으로 내건 공정하지 못한 이중기준과 대북 적대시 정책은 사실상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남한에 대한 불만은 우리 정부가 자주적이지 못하고 미국의 눈치를 보고 동조하는 부화뇌동하는 모습이다.

김 부부장이 정상회담의 조건을 내걸었지만 방점은 '정상회담'에 있으며, '조건'은 그들의 자존심을 감추려는 북한식 우회적 표현으로 해석된다.

김 부부장은 "남조선이 북남관계 회복과 건전한 발전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말 한마디 해도 매사 숙고하며 옳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라며 "실례로 우리를 향해 함부로 '도발'이라는 막돼먹은 평을 하며 북남간 설전을 유도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구체적 요구사항을 밝혔다.

특히 김 부부장은 연락사무소 재설치, 남북 정상회담, 종전선언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견해라는 점을 꼭 밝혀두고자 한다"라고 했다.

그러나 김 부부장이 밝힌 남북 정상회담 등의 중차대한 사안은 개인적 견해일 수 없으며,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만의 결단에 따른 것도 아니다. 즉 북한의 최고 결정기구인 노동당의 지침에 따른 것으로 봐야 한다.

이는 북한의 정상회담 방침이 그만큼 확고하다는 것으로 미국의 개입 등과 같은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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