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김영철 담화 이후 정확히 한 달 만에 신형 무기 발사
9·9절 결속 후, 한미일중 대북 외교 직전에 발사

북한이 결국 '예고했던' 무력도발을 단행했다. 새로운 무기체계를 공개했는데, 공언한대로 '국가방위력'과 '선제타격능력' 강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13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를 통해 지난 11~12일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했으며 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은 북한이 그간 공개하지 않았던 새 무기체계다.

이번 시험발사는 북한이 지난달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해 강경한 대응을 내놓은지 한 달 만에 진행됐다. 북한은 지난달 10일 김여정 당 부부장, 11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담화를 통해 한미 연합훈련을 비난하며 '국가방위력'과 선제타격능력' 강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공언했다.

새로 등장한 무기체계인 장거리 순항미사일은 이 같은 북한의 언급에 꽤 부합하는 무기다. 북한이 유도 기능이 필수인 순항미사일을 개발한 것은 이미 보유 중인 탄도미사일에 비해 더 정밀한 타격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장거리 순항미사일이 '타원 및 8자형 비행궤도'를 그리며 1500km를 비행했다고 밝힌 것은 한반도는 물론 일본 인근에 있는 이동식 타겟도 공격이 가능함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유사시 미국 및 일본의 무력지원에 '선제적'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이번 무력시위 시점을 보면 북한의 전략적 '고심'이 엿보이기도 한다. 새 무기의 시험발사 시점과 방식을 외교적 차원에서도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는 뜻이다.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이 진행 중일 때는 이렇다할 도발을 하지 않았다. 당시 늦가을 장마 등 물리적 문제도 있었지만, 강경 대응을 시사한 북한이 잠잠하자 외교적 전략도 감안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내부적으로는 내치 행보를 더 강화했다. 김정은 총비서가 연합훈련 기간 동안 경제 및 민생 관련 공개행보를 진행한 데 이어 정권수립기념일(9월9일)을 계기로 이례적인 기념행사를 진행했다.

지난 9일 이뤄진 열병식도 '민간 및 안전무력'이라는 이름으로 비정규군, 예비군 중심으로 이뤄졌는데, 이를 두고 북한이 무력도발을 하지 않는 쪽으로 기조를 잡은 것 아니냐는 분석마저 나왔다.

따라서 이번 북한의 무력시위는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대응 차원이 아니라 다른 차원으로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지난 7월 영변 핵시설을 약 3년만에 재가동했는데, 이는 북한이 핵협상의 재개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또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대응'하지 않고 내부 결속 행보를 이어가자 이 역시 대화를 위한 결속 강화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뒤따랐다.

북한은 대대적인 결속 행보를 보인 정권수립기념일이 끝나자 곧바로 무력도발 행보를 보였다. 이는 공교롭게도 한미일, 한중 간 외교 행보를 앞둔 시점이기도 하다.

지난 4월 북한과의 물밑 접촉을 이어가던 한미의 밀착, 여기에 오래된 한미일 협력 구도에서 진행되는 한미일 협의에서 도출될 대북 메시지도 관심사지만, 중국의 움직임에 더 주목을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전통적인 북중 밀착 구도를 더 강화시켰으며, 올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 후 처음으로 물자 교류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또 중국, 한국은 내년 초 베이징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 북한의 참가를 추진하기 위한 외교적 공감대를 가지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때문에 지난 2017년 '국가핵무력 완성'에 이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통해 대화에 나섰던 구도와 비슷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지난 8월 북한이 연말부터 '축제' 모드로 들어서야 할 중국의 입장을 의식해 8월, 9월 중에 군사적 도발을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한 바 있는데 이번 북한의 도발은 이 같은 관측에 부합하는 시점에 나왔다.

북한이 새로운 무기체계를 공개하면서도 김정은 총비서의 참관이나 대미, 대남 메시지 없이 '저강도' 도발을 선택한 것도 일련의 북한의 행보와 북핵 협상, 대화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황이 연관이 있기 때문이라는 예상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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