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장관 "협의하자" 제의에 윤 총장 "입법사례 없다" 거부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DB 사진)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또다시 충돌했다. 이번엔 검찰 내 수사·기소 판단 주체를 분리 문제를 놓고 맞부딪쳤다.

추미애 장관은 1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열어 “형사사법절차 전반에 걸쳐 수사관행과 방식 등이 법과 원칙에 어긋남이 없는지 점검해 하나씩 개선하겠다”며 “수사와 기소하는 주체를 분리하는 방식은 법령 개정 전이라도 지방검찰청 단위에서 우선적으로 시범 실시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다음 날인 12일 윤석열 총장에게 “검찰 내 수사·기소 판단 주체 분리 검토 문제를 문제를 협의해 보자"고 제안했으나 윤 총장이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 장관의 지시를 받은 조남관 법무부 검찰국장은 이날 오후 이정수 대검 기획조정부장에게 "(추 장관이 말한) 수사·기소 주체 분리 관련 협의를 하고 싶다"며 "오늘 대검찰청에 찾아가 윤 총장을 만나 뵙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윤 총장은 이 부장의 보고를 받은 뒤 "지금 만나도 아무런 의미 없다"며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 장관이 밝힌 검찰 내 수사·기소 주체의 분리에 대해 윤 총장은 ”전 세계적으로 입법 유례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의 한 고검장은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를 따로 분리하는 것은 미·영 등 영미법 국가나, 독일 등 대륙법 국가에서도 사례를 찾기 어렵다“며 ”일본도 수사 검사가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수사·기소 주체 분리 방안은 검찰의 직접수사를 통제하기 위한 조치로 수사에 참여하지 않은 검사가 수사 검사의 판단을 한 번 더 점검해 기소할지 검토하는 방식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 국회 통과에도 검찰은 부패범죄·경제범죄 등 주요 6개 범죄를 직접수사한 뒤 기소할 수 있다. 추 장관은 검사가 특정 사건의 수사와 기소를 동시에 수행할 때 중립성·객관성을 잃을 우려를 막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기소 판단 주체를 고등검찰청이나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등에 두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기소 판단 의견만 수사팀에 전달하는 방식과 기소 담당 검사에게 직접 기소 권한을 주는 방식 모두 검토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럴 경우 특수수사를 담당하는 반부패수사부가 있는 서울, 대구, 광주지검 등 3곳에서 우선 시범 실시될 가능성도 있다. 추 장관은 “조만간 검사장들이 일선 검사들의 의견을 취합한 뒤 어떤 우려가 있고 어떤 방향으로 조직 개편이 필요한지 논의하는 검사장 회의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추 장관 말대로 수사와 기소 검사를 분리할 경우, 현 정권을 겨냥한 수사가 벽에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수사하는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 현 정권 인사들 사건에 수사·기소 주체 분리를 시범 적용하면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에 연루된 주요 인물의 기소여부 판단을 4월 21대 총선 이후로 미뤘다. 이에따라 검찰은 4·15 총선 이후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국 전 법무장관(당시 민정수석), 이광철 민정비서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 뒤 기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향후 법무부가 이 사건에 수사·기소를 판단하는 검사를 분리했을 때 기존 수사팀은 기소의견, 기소 담당 검사는 불기소 의견을 내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법무부가 기소를 판단하는 자리에 특정 검사를 내려보내는 인사를 단행할 경우, 논란은 더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12일 검찰 안팎에서 추 장관의 주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자 법무부는 "추 장관의 11일 발언은 수사 검사에게서 기소권을 뺏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수사 검사가 아닌 제삼자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문제 의식을 제기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김성지 기자 ksjok@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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