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봉준호만이 아닌 아카데미에도 대단한 일"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9일(현지시간)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가디언은 10일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 소식을 전하며 특히 비(非)영어권 영화로선 처음으로 작품상을 수상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아카데미가 '기생충' 시상을 통해 "외국어 영화의 '게토'(소수민족 거주구역)에 문을 열었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기생충'이 "완전하게 미국 영화 토굴 밖에서 생산된 영화"란 점에서 할리우드 영화가 중심이 돼왔던 오스카상의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과거에도 '마지막 황제'(1988년)와 '슬럼독 밀리어네어'(2009년) 등 외국어 대사가 주를 이룬 작품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사례가 있다.

그러나 가디언은 이들 두 영화는 모두 미국의 영화 제작 시스템 안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가디언은 2012년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아티스트'(2012년)의 경우 프랑스인이 제작·감독·주연을 맡았지만 프랑스어는 거의 나오지 않았는 등 할리우드식에 충실한 작품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이 봉 감독뿐만 아니라 아카데미 측에도 "대단한 일"이 될 수 있다는 게 가디언의 설명이다.

가디언은 "이제 오스카상(아카데미상)은 영어로 된 영화만이 아닌 전 세계 모든 언어를 대상으로 하는 상으로 바뀌어야 과거 전성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기생충'은 이날 한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을 뿐 아니라 감독상, 국제 장편영화상, 각본상까지 4관왕 달성 기록을 세웠다.

가디언은 "앞으로도 미국 영화들이 오스카상을 석권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약자의 얘기를 다룬 봉 감독의 '기생충'은 다양한 영화들의 경쟁에 활기를 불어넣었다"며 "인도 발리우드와 중국 영화산업, 그리고 미국 밖 영화산업의 전통 강자인 일본·터키 영화, 날리우드(나이지리아 영화산업), 그리고 그 외 영화에 대한 개방이 가져올 아카데미의 미래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박소연 기자 ps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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