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수상 4관왕은 한국·아시아 최초

봉준호 감독
봉준호 감독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4관왕에 오르며 새 역사를 썼다.

9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기생충'은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미술상, 편집상 등 6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에 이름을 올린 것은 '기생충'이 최초다. '기생충'은 6개 부문 중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국제장편영화상, 각본상 등 4관왕을 차지했다.

앞서 주요 외신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제 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새 역사를 쓸 것이라고 전망했다.

8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는 “‘기생충’이 국제극영화상에서 거의 확실하게 승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예측하면서 “봉준호 감독이 국제장편상을 받을 것 같다. 이 상은 봉준호가 아니라 한국에게 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CNN은 “영어로 제작되지 않은 외국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는 기록을‘’기생충‘이 깰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가디언, LA타임스 등 또한 ’기생충‘ 수상을 점치는 기사를 실었다.

수상 예측 사이트 골드더비의 8일 집계에 따르면, 작품상과 감독상 수상 확률은 ‘1917’이 각각 16.46%, 24%이고 ‘기생충’은 15.09%, 20.76%로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각본상(23.34%)과 국제영화상 부문(24.78%)에선 ‘기생충’의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봉준호 감독(왼쪽)과 공동 집필한 한진원 작가.(TV 캡처)
봉준호 감독(왼쪽)과 공동 집필한 한진원 작가.(TV 캡처)

가장 먼저 수상한 각본상은 아시아계 작가로는 아카데미 역사상 '기생충'이 최초다. 외국어 영화로는 2003년 '그녀에게'로 스페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받은 이후 17년 만이다.

‘기생충’은 각본상 부문에 오른 ‘나이브스 아웃’, ‘결혼 이야기’, ‘1917’,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를 제치고 수상작으로 호명됐다.

수상 무대에 오른 봉준호 감독은 “감사하다. 큰 영광이다. 시나리오 쓰는 건 고독하고 외로운 작업이다. 국가를 대표해서 쓴 건 아니지만, 이게 한국의 첫 오스카다. 아내에게 감사드린다. 또 제 글을 멋지게 화면에 옮겨준 멋진 배우들에게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공동 집필한 한진원 작가는 “봉 감독님과 어머니, 아버지께 감사드린다. 미국에 할리우드가 있듯 한국엔 충무로가 있다. 저의 심장 모든 충무로 영화인, 작가들과 이 영광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국제장편영화상은 ‘문신을 한 신부님’(폴란드), ‘허니랜드’(마케도니아), ‘레미제라블’(프랑스), ‘페인 앤 글로리’(스페인) 등과 경쟁해 수상했다. ‘기생충’은 지난달 5일 열린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도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국제장편영화상은 최근 10여 년간 아시아영화가 오스카 외국어영화상에서 외면받았다는 점에서 새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앞서 일본은 '라쇼몽'(1952), '지옥문'(1955), '미야모토 무사시'(1956) 등으로 1950년대 오스카 외국어영화상을 휩쓸었지만, 한동안 주춤하다 2009년 '굿바이'로 오랜만에 외국어영화상 기쁨을 누렸다. 대만 출신 이안 감독은 2001년 '와호장룡'으로 수상했다.  

봉준호 감독은 국제장편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올라 "외국어영화상에서 국제장편영화상으로 이름이 바뀌고 첫 상을 받게 돼 더욱 의미가 깊다. 이름이 상징하는 바가 있다. 오스카가 추구하는 바에 지지와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감독상 수상은 세계적 거장들과 경쟁해 이뤄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는다. 감독상에는 '기생충'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1917'의 샘 멘데스 감독, '아이리시맨'의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조커'의 토드 필립스 감독 등이 후보로 올랐다.

봉 감독의 수상은 아시아계 감독으로 대만 출신 리안 감독 이후 두 번째다. 리안 감독은 할리우드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2006) '라이프 오브 파이'(2013)로 두 차례 수상했다. 리안 감독이 할리우드 자본과 배우들로 만든데 반해 '기생충'은 우리말로 된 순수한 한국 영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크다.

봉 감독은 수상 무대에 올라  "제가 마틴 영화를 보면서 공부했던 사람이다. 같이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상을 받을 줄 몰랐다"며 "같이 후보에 오른 토드 샘 (감독님들도) 너무나 존경하는 멋진 감독들이다. 이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다섯 개로 잘라서 나누고 싶은 마음"이라고 밝혀 큰 박수를 받았다.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의 하이라이트인 작품상까지 수상하면서 ‘신드롬’ 까지 거론됐다. 기생충`은 `포드V페라리`, `아이리시맨`, `조조래빗`, `조커`, `작은 아씨들`, `1917`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결혼 이야기` 등 쟁쟁한 작품들과 경쟁했다.

해외 주요 매체들 중에는 샘 멘데스 감독의 ‘1917’이 작품상을 수상할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았다. 아카데미가 그동안 선호했던 ‘전쟁’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다 골든글로브, 프로듀서조합, 영국 아카데미에서 모두 작품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해외 주요 매체들 중에는 샘 멘데스 감독의 ‘1917’이 작품상을 수상할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았다. 아카데미가 그동안 선호했던 ‘전쟁’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다 골든글로브, 프로듀서조합, 영국 아카데미에서 모두 작품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밖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쿠엔틴 타란티노)’, ‘조커(토드 필립스)’, ‘아이리시맨(마틴 스코세이지)’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모두 ‘기생충’의 벽을 넘지 못했다.

기생충의 오스카 작품상 수상은 아카데미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이다. 지난 91년동안 오스카는 영어로 제작된 영화에게 작품상을 줬다.

아카데미상 4관왕 수상은 한국 영화상뿐 아니라 아시아 영화 최초다.

박소연 기자 psy@koreareport.co.kr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코리아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