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문 대통령과 '영혼의 듀오'로 불려…지지율 높이는 게 관건
이낙연, 친문 진영과 원만한 관계…최근 지지율 상승 주목

정세균 전 국무총리(왼쪽)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왼쪽)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친문 적자로 여겨져온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드루킹 대선 댓글 조작 사건’으로 징역 2년형을 확정 선고받자 친문 진영은 충격에 빠졌다. 김 전 지사를 앞세워 대선 정국에서 돌파구를 모색하려 했던 친문 진영의 구상이 모두 틀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이젠 친문 진영에서 대표 주자로 내세울만한 후보 자체가 없어진 상황이다. 따라서 현재 대선 레이스를 벌이고 있는 주자들 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친문의 이익을 대변해 줄 수 있는 인물을 찾아서 밀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1위인 이재명 지사는 친문 진영과 거리가 있고 적대적인 인식마저 퍼져 있다. 따라서 친문들이 문 정권의 대선 이후 안위를 위해 2위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에게 집중적인 지지를 보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부에선 이재명을 피하려면 이낙연에 올인해서 후보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 전 지사의 낙마에 대해 친문 진영에선 “이 모든 게 추미애 전 장관 때문”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추 전 장관은 민주당 대표이던 2017년 말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는 뉴스 댓글에 대해 “댓글 조작단을 철저히 추적해 단호히 고발 조치하겠다”고 했다. 보수 진영에서 매크로 조작 등을 통해 비난 댓글을 달고 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그에 따른 경찰 수사 결과 범인은 김 전 지사와 연결된 ‘드루킹’ 일당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부터 특검 수사가 시작돼 김 전 지사가 결국 기소되고 유죄 판결을 받는 상황까지 갔다. 김 전 지사는 2년 징역형을 받고 나서도 5년간 각종 선거 출마가 금지된다. 앞으로 7년간 정치 활동을 일절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김 전 지사로선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친문 진영에선 김 전 지사가 무죄를 받을 경우 바로 대선 경선에 나가지는 못하더라도 차기 주자로서 친문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혹여 경선 과정에서 큰 잡음이 나거나 당이 쪼개지는 비상사태가 생길 경우 대안주자가 될 수도 있다.

또 대선 전후 친문 신당이 생기는 상황이 올 경우 그 당수 역할을 맡을 적임자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친문의 이 모든 기대가 이번 판결로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친문들 사이에선 어쩔 수 없이 문 대통령과 친문의 울타리가 돼줄 대안 주자를 찾자는 얘기가 나온다. 문 대통령을 배신하지 않고 친문과도 잘 지낼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해 집중적으로 밀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 인물이 정세균 전 국무총리다. 정 전 총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 사람으로 알려져 있지만 본격적인 정치는 노무현 전 대통령 때로 적통 친노계로 평가받는다. 정 전 총리는 친노 편입 후, 문재인 대통령과는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영혼의 듀오' 소리를 들었을 정도로, 두 사람의 활동 시기나 위치가 비슷한 편이다.

노무현 1기 (탄핵 정국 직전)에 문 대통령은 민정수석, 정 전 총리는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였다. 노무현 2기(탄핵 기각 후)에 문 대통령이 비서실장, 정 전 총리는 산업자원부 장관이었다.

노무현 대통령 사망 후 새정치민주연합 시기에는 문 대통령이 당 대표, 정 전 총리는 당 최고위원이었고, 더불어민주당 시기에는 문 대통령이 당 상임고문, 정 전 총리는 국회의장이었다.

정 전 총리는 문 대통령처럼 당내 계파를 이끌면서 대통령직에 도전해왔고, 2012년 경선에서는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만큼 둘의 관계가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두 사람은 경쟁할 때는 경쟁하더라도 극단적인 대립과 공개적인 비난은 자제해 왔고, 당내 선거가 끝나면 공존하고 협력하는 관계였다.

따라서 친문 진영이 김경수 지사 대안으로 친문 후보를 고려한다면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인물이 정 전 총리다. 다만 현재 낮은 지지율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민주당 최대 세력인 친문이 결집해 정 전 총리를 지원한다면 지지율은 단숨에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낙연 전 대표도 친문 진영이 주목하는 후보다. 이 전 대표는 이 정부 초대 총리를 지내며 문 대통령을 지근에서 보좌했다. 또 당 대표로서 친문과도 별 갈등 없이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왔다. 캠프 내부에도 친문 성향 인사들이 적지 않게 포진해 있다.

이 전 대표 지지율이 최근 2~3주일 사이 급상승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친문 진영의 밀어주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추미애 전 장관은 강성 친문층에게 다소 지지를 받고 있지만, 역시 확장성이 떨어진다. 더구나 이번에 김 전 지사의 낙마가 추 전 장관이 대표 때 잘못 던진 돌팔매질 때문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지지율이 떨어지는 추세다.

또 추 전 장관에 대해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다” “검찰개혁을 섣부르게 추진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야권의 대선주자로 키워줬다” “야당의 X맨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적지 않다. 추 전 장관의 돌발적 성향 때문에 위험 부담도 크다.

그동안 호남은 본선 경쟁력 때문에 호남 출신인 이낙연 보다 TK 출신인 이재명에 더 큰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정 전 총리나 이 전 대표가 친문의 집중 지원 하에 본선 경쟁력을 보인다면 호남의 기류가 “이왕이면 같은 호남 출신을 밀자”는 분위기로 바뀔 수 있다.

이러면 여권의 핵심 지지층인 친문과 호남을 정 전 총리나 이 전 대표가 모두 쥐게 되면 경선 판세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박상룡 기자 psr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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