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시간 근무'·'대구 아니면 민란' 발언으로 이미지 실추 우려 가중
정치신인 신고식?…"말의 무게 알아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아 상인회 관계자들과 대화하는 모습. Ⓒ윤석열 페이스북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아 상인회 관계자들과 대화하는 모습. Ⓒ윤석열 페이스북

정계 입문 당시 아내와 장모에 관련된 의혹으로 곤욕을 치렀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제는 자신을 직접 겨누는 검증의 날에 마주섰다.

윤 전 총장도 적극적으로 반박하면서 조기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윤 전 총장의 언행과 정치 철학에 대한 질적 검증이 앞으로 더욱 혹독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의 '주 120시간 근무' 발언이 대선 정국의 새로운 핵으로 떠올랐다.

윤 전 총장은 전날(20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스타트업 청년들을 만났더니 주52시간제도 시행에 예외 조항을 둬 근로자가 조건을 합의하거나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고 토로했다. 일주일에 120시간 바짝 일하고 이후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일제히 비판이 쏟아졌다. "나치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주 98시간 노동"(김영배 최고위원), "노동을 바라보는 퇴행적인 인식에 입을 다물지 못하겠다"(강병원 최고위원), "국민 삶을 쥐어짜려는 윤석열의 현실 왜곡 악담이 개탄스럽다"(박용진 의원)는 공격이 줄을 이었다.

사태가 커지자 윤 전 총장은 대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고의 가치가 없다"며 주52시간 근무제도를 업종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같은날 재차 입장문을 내고 "여당 정치인들은 현장의 목소리, 청년들의 고충에 귀 기울여 정책을 보완할 생각은 하지 않고 말의 취지는 외면한 채 꼬투리만 잡고 있다"고 역공에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윤 전 총장 발언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표현에는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은 상대가 자신의 진의를 납득하는 것이 이 문제의 돌파구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정치는 말로 이뤄지는 영역이다. 말 꼬투리 잡힐 것도 생각해서 매사 발언에 신중해야 한다. 이번 일로 신고식을 제대로 치렀다"라고 말했다.

보수의 중심지인 대구를 찾은 윤 전 총장이 대구를 치켜세우면서 불필요한 지역 논란도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는 전날 대구동산병원을 찾아 "우리나라 사람이 그런 얘기 많이 한다. ‘초기 확산이 대구 아니고 다른 지역이었다면 질서있는 처치나 진료가 안 되고 아마 민란부터 일어났을 거’라고 할 정도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한 봉쇄처럼 대구를 봉쇄해야 한다는 철없는 미친 소리까지 나오는 와중에 대구시민들의 상실감이 컸을 것"이라고 했다.

이소영 민주당 대변인은 "윤 후보의 발언은 질서 있게 진료와 처치에 협조했던 대구시민들의 시민의식을 드높이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악용한 것"이라고 지적했고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그야말로 '억까(억지로 까기)' 정치의 대표"라고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은 이 발언에 대해서는 아직 해명하지 않은 상태다.

'정치 신인 윤석열'이 현실 정치에 발 담그면서 겪는 신고식으로 치부하기에는 윤 전 총장이 현재 정치권에서 가지는 존재감이 너무나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발언은 지역감정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외연확장'을 무기로 삼아야할 대권주자로서는 치명적인 실수였다는 평가가 많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처가 리스크로 곤욕을 치르던 이달 초 "처가 리스크보다는 본인의 역량이 스스로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힘 속내는 복잡하다. 윤 전 총장이 이른 시일내 입당할 생각은 없어보여 적극적인 비호에 나설 수는 없는 입장이지만 동시에 보수 야권의 이미지를 추락시킨다는 점에서 윤 전 총장 리스크는 국민의힘 지지율과도 연계될 공산이 크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차라리 과거 행적처럼 사실관계가 명확한 의혹이라면 거기에 대한 해명으로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며 "그런데 이번처럼 본인이 말을 잘못한 거라면 이건 누구도 방어해줄 수 없다. 실언은 윤석열의 이미지에도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말의 무게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으로부터 수차례 골프 접대와 향응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최근 약 10년간 조 전 회장과 만나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해줬다는 의혹 보도에 대해서는 "(2019년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전후로 충분히 설명했던 내용으로 당시 여당 의원들도 모두 수긍했다"고 적극 반박했다.

김태훈 기자 thk@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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