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미국 국무부는 향후 대북 접근 시 인권 문제를 중심에 놓겠다는 입장을 19일(현지시간) 밝혔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미국이 인권을 중심으로 외교 정책을 펴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이는 대북 접근 시에도 적용되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19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전 세계 미국 공관들에 인권과 민주주의 증진을 우선시하라는 내용의 전문을 보냈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에 대한 확인과 ‘이런 전문이 북한에는 어떻게 적용되느냐’는 VOA의 질문에 이 같이 대답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우리는 전반적인 대북 접근에서 인권을 계속 우선시할 것”이라면서 “북한과 같은 정권에 동의하지 않는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우리의 역량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북 인도적 지원과 관련한 내용도 언급됐다. 미국은 북한 주민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방식으로 행동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북한이 중요한 인도적 지원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이를 목표로 한 국제적인 노력을 계속 지원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블링컨 장관이 전문을 보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앞서 미국 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16일 블링컨 장관이 미 공관들에 보낸 전문을 입수했다며, 여기에는 블링컨 장관이 해외 주재 미국 외교관들에게 인권과 민주주의 증진을 우선시하라고 지시하는 내용의 지침이 담겨 있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 같은 노력이 미국의 동맹국가에서도 시행돼야 하고, 경우에 따라 인권과 관련한 미국 내부 문제도 인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는 게 ‘폴리티코’의 설명이었다.

보도의 진위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국제사회에서 인권과 민주주의 증진에 대한 노력은 바이든 행정부 취임 이후 줄곧 관측되는 특징 중 하나이다.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들은 지난 6개월 간 인권과 민주주의 증진을 외교의 중심으로 놓겠다는 구상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3월 국무부 청사에서 행한 ‘미국인을 위한 외교정책’이란 주제의 연설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게 될 8개 핵심 외교과제 중에 ‘민주주의 회복’을 포함시키면서 이를 설명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것이 외교정책의 필수 과제이며, 그렇게 다루지 않을 경우 미국은 민주주의의 강점에 의구심을 심을 모든 기회를 엿보는 러시아와 중국과 같은 적대국과 경쟁국들의 손에 놀아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인권과 민주주의, 법치주의에 대한 헌신을 확고히 지지할 것”이라고, 블링컨 장관은 강조했다.

북한의 인권 실태도 국무부 당국자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제기된 사안이다. 특히 블링컨 장관은 지난 3월 한국 외교부 청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했다.

블링컨 장관은 “북한의 독재체제는 북한 주민에 대한 구조적이고 광범위한 학대를 계속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기본권과 자유를 옹호하는 사람들과 함께 서고 이를 억압하는 이들과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무부 국제종교자유국의 데니얼 네이들 담당관은 지난 5월 전화브리핑에서 ‘북한의 핵 문제와 인권 문제를 어떻게 동시에 다룰 것이냐’는 VOA의 질문에 “미국이 종교자유에 대한 엄격한 제한을 포함한 북한의 광범위한 인권 유린에 대해 지속적으로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종교활동 등을 이유로 수용소에 있는 수십만 명의 사람들을 학대한 자들에 대한 책임 추궁을 촉진하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어 바이든-해리스 행정부가 인권 문제를 외교 정책의 중심에 두고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뒤, 핵 문제는 현실이고 중요한 도전이지만 인권 문제를 다루는 것과 국가안보나 양국간 문제를 다루는 것 사이에는 아무런 차별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 밖에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4월 ‘북한자유주간’을 기념해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은 계속 북한의 지독한 인권 상황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인권) 유린과 침해를 조사하며, 북한 주민들의 독립적인 정보에 대한 접근을 지원하고 김정은 정권에 대한 책임 추궁을 촉진하기 위해 유엔은 물론, 같은 생각을 가진 동맹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성명에 대해 북한 외무성은 담화를 통해 “미국이 떠들어대는 ‘인권문제’란 우리의 사상과 제도를 말살하기 위하여 꾸며낸 정치적 모략”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 등 전 세계 인권 문제를 외교의 중심에 놓는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구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북 핵 등 구체적인 사안을 해결하는 데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지에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19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모든 행정부가 그렇게 해야 하지만, 이는 비효율적일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매닝 연구원은 북한 인권을 언급할수록 북한은 이것을 정권교체 주장으로 받아들일 것이라면서, 재앙적인 북한의 인권 상황에 큰 목소리를 내지 말자는 건 아니지만 북한의 관점으로 해석할 때 핵 문제에 대한 외교 활동엔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제관계 국장도 인권을 통한 비확산 문제 해결은 “특정 국가가 얼마나 국제사회에 연결돼 있는지에 성공여부가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북한의 경우 국제사회와 연결돼 있지 않으며, 따라서 핵문제 해결에 인권이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인권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인권 문제를 다룬다는 사실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왔다.

앞서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VOA에 “인권은 미국이 중시하는 가치이며, 미국은 이런 가치를 전념하려는 의지가 있고, 이는 미국 건국의 토대”라고 말했다.

또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는 미국에는 북한의 인권 상황을 논의해야 할 의무가 법으로 규정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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