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악화일로…다자회의 계기 기회 남아있어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모습.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모습.

문재인 대통령의 도쿄 올림픽 개막식 참석이 무산되면서 문 대통령 임기 내 한일관계 개선이 쉽지 않아 보인다.
 
강제징용·위안부 해법을 놓고 양국간 지루한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한 일본 대사관 고위관계자의 막말 논란까지 발생, 국민감정이 격앙된 상황이다. 게다가 올해 9월 일본 총선과 내년 3월 한국 대선을 앞둔 상황이어서, 양국의 국내정치 상황이 관계 개선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19일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도쿄 올림픽 계기 방일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서 "한일 양측 간 협의는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돼 상당한 이해의 접근은 있었지만 정상회담의 성과로 삼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며 그 밖의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와 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우리 정부는 문 대통령의 도쿄올림픽 개막식 참석 전제 조건으로 한일정상회담을 내걸었다. 그러나 일본 측은 우리 측이 '회담에 목을 매고 있다'는 식으로 자국 언론들에 흘렸고 당국자의 '망언'까지 나오면서 정상회담 개최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특히 문제가 된 건 소마 공사의 부적절한 발언이었다. 그는 16일 JTBC 취재진과 만나 "일본 정부는 한일문제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 혼자서만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취지로 말하다 "문 대통령이 '마스터베이션'(자위행위)하고 있다"는 발언을 해 파문이 일었다.

문 대통령의 방일 무산에는 소마 공사의 망언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일본정부의 경직된 태도가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전향적인 한일관계 개선을 표명했지만, 일본 정부는 한국측이 강제징용·위안부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문제는 도쿄 올림픽 이후다. 한일 양국의 정치적 일정이 관계개선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 

스가 총리는 도쿄올림픽이후인 9월 총리직의 명운이 걸린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있고 10월엔 일본 총선(중의원 선거)도 예정돼 있다. 한국도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본격 레이스에 들어갔다. 반일 정서가 악화된 상황이어서 정치적 해법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양국이 관계 개선의 계기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망하면서도, 한중일 정상회의, G20 정상회의 등 올 하반기 다자회의를 통해 한일 정상간 만남의 기회는 남아있다고 봤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당분간 한일관계는 계속 교착상태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대통령이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 실무자들도 움직일 수 없을 것"이라면서 "대통령 임기 말이기도 하고 한국 일본 모두 정치의 계절이기 때문에 (관계 개선은)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올해 주요 20개국 정상회담(G20) 등 다자 정상회의가 남아있으니 아직 마지막 기회는 남아있을 것"이라며 "미국이 한일관계 개선에 대해 압력을 넣고 있으니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순 없다"고 봤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소 연구위원도 "한일정상회담이 성사됐다면 양측이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상징적인 모습이 됐을 것"이라며 "지금은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실리도 없고 명분도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금 당장은 움직이지 못하겠지만 우리측에서 올 하반기에 개최되는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한일정상회담을) 성사시킬 가능성도 남아있다"면서 "이번과 다르게 우리 측에서 개최하는 회의다 보니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더 크다"고 전망했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한일정상회담이 무산 된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며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이번 정부 임기 말까지 계속 일본과 대화 노력을 해 나가고자 한다"면서 정상 간 만나게 될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박상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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