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확한 항체검사 '음성'에 안심…軍 '함정 감염' 우려에 안이한 판단
국방부·합참, 뒤늦게 파병부대 감염병 위기 대응 절차 등 정비 나서

청해부대 문무대왕함호
청해부대 문무대왕함호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400t급)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진 것은 부대의 초기 늑장 대응과 국방부·합참의 감염병에 대한 방역 무지 등이 빚어낸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34진 승조원 301명 중 19일 현재 247명이 확진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승조원 가운데 82%가 감염된 셈이다. 함정이라는 단일 공간에서 발생한 대규모 집단감염이라는 점에서 유례가 없는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청해부대 집단감염은 초기 유증상자가 나왔음에도 단순 감기약을 처방하는 데 그쳤고, 감별 능력이 떨어지는 '신속항체검사'로 초기 음성 판정이 나오자 안심하고 추가 방역 조치를 하지 않은데 문제가 있었다.

문무대왕함은 지난달 28일부터 1일까지 군수물자 적재를 위해 아프리카 아덴만 인근 기항지에 접안했고, 지난 2일 처음으로 감기 증상자가 나왔다.

그러나 부대는 간이검사(신속항체검사)나 유전자 증폭(PCR) 검사는 시행하지 않았고, 감기약만 투여했다. 단순 감기로 생각하고 합참에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감기 환자가 속출하자 부대는 8일 뒤인 지난 10일 40여 명에 대해 간이검사를 했고,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다. 8일이라는 방역 공백이 발생했는데도 부대는 '음성'에 안심하고 별다른 격리 조처를 하지 않았다.

부대는 초기 감기 증상이 나타난 지 11일 뒤인 지난 13일에서야 인접 국가 협조 아래 증상자 6명을 샘플로 PCR 검사를 의뢰했고, 이틀 후 이들 모두 확진 판정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기항지에 경유한 이후 2일과 10일 두 차례 즉각적인 PCR 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이때 PCR 검사를 의뢰하고 즉각 격리 조치를 했다면 급속한 확산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울러 청해부대에 신속항원검사 키트가 아닌 신속항체검사 키트를 보급한 국방부와 합참의 처사도 문제로 지적된다.
청해부대가 가져간 800개의 신속항체검사 키트로는 초기 감염 여부를 감별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소견이다. 반면 신속항원검사 키트는 신속하게 감염 여부를 감별할 수 있다고 한다.

이에 국방부는 신속항원검사 키트는 청해부대가 2월에 출항한 뒤인 3∼4월께 사용 허가가 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후에라도 사용 허가가 난 키트를 보냈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와 함께 국방부와 합참의 '함정 감염' 가능성에 대한 '방역 무지'가 화를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격벽이 많아 밀폐되고 환기 시설이 모두 연결된 함정을 국외에 파병하면서도 백신 사전 접종은 물론 파병 후 접종 대책을 마련하는 데 소홀했다는 것이다.

군은 출항 전 승조원 PCR 검사에서 전원 음성이었고, 해상에 떠 있는 함정에서 '설마' 코로나19가 발병하겠느냐는 안이한 판단을 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백신의 해외 반출이 제한돼 파병 장병의 접종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군함은 국제법상 소속 국가 영토로 간주하는 치외법권 지역으로 대한민국 영토에 해당한다.

대한민국 영토로 간주하는 군함에 백신을 가져가 접종할 근거가 충분하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된다.

또한 지난달 1회만 접종해도 되는 얀센 백신이 공급됐고, 얀센은 화이자나 모더나보다 보관하기 쉬워 청해부대에 보급했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국방부는 "얀센 백신 역시 질병관리청에서 30세 이상만 접종하도록 연령 제한을 둬 전체인원 접종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얀센 백신을 해외로 보낼 경우 별도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설령 해외 반출이 되더라도 함정 근무 특성을 고려할 때 아나필락시스 등 이상 반응 대비 제한 등으로 접종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오동윤 기자 ohd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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