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인사이트] 북한은 왜 야당을 비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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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인사이트] 북한은 왜 야당을 비난할까?
  • 뉴스1
  • 승인 2021.07.18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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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준석 비난하는 선전매체 보도들…'뿌리깊은 악연' 탓?
윤석열 전 검찰총장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북한을 '취재' 하다보면 의아한 상황들을 많이 마주하게 된다. 북한이 보여 주는 행동들은 선명한데, 이유가 논리적이고 명확하게 설명이 되지 않는 순간들이 그렇다.

남한의 정치권을 겨냥한 북한 매체의 기사들이 한 예다. 북한의 매체는 크게 당국의 공식적인 기조가 드러나는 관영매체와 선전전을 위한 선전매체로 나뉜다.

언론에 자주 인용되는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TV가 대표적인 관영매체다. 그리고 우리민족끼리, 메아리, 조선의 오늘 등이 남한 언론에 자주 인용되는 선전매체다.

선전매체가 다루는 주제는 정말 다양하다. 그중에서 꽤 '공'을 많이 들이는 부분이 '남조선 사회'에 대한 평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관영매체에서는 보기 어려운 기사들이다.

논조는 매우 노골적이다. 대체로 '남조선 사회'는 자본주의로 인해 문제가 많으며 자신들의 체제가 비교우위에 있다는 내용들이 주로 다뤄진다.

한 가지 눈에 띄는 부분은 여의도 정치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언급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주로 조롱과 비판 등 문자 그대로 옮기기 어려운 노골적인 발언들이 대체로 기사를 채우고 있다.

최근 가장 '핫한' 키워드는 여의도 정치를 시작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다.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16일에만 '검찰총장의 정치행보에 대한 검사들의 침묵의 의미', '남조선 언론, 인사 밀거래를 자백한 윤석열을 비난, 조소' 등 윤 전 총장을 비난하는 기사를 연이어 게재했다.

지난 5월에는 '통일의 메아리'라는 선전매체가 콩트를 만들어 윤 전 총장이 "어디에 자기 둥지를 틀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그가 정치 참여 선언을 하기 전 고심을 거듭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지난 14일에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비난의 대상이 됐다. 30대의 젊은 이 대표가 큰 파장을 일으키며 취임한지 한 달 만에 북한 매체들은 그의 리더십이 위기에 처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 같은 기사를 보면 알 수 있는 점은 북한이 남한의 언론 보도를 매우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체로 '남조선 언론'을 인용해 자신들의 주장을 펼친다는 점도 특징이다. 북한은 남한 정치권의 동향에 관심이 많다.

또 하나의 특징은 여당과 현 정부를 비난하는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북한은 현 정부를 비난하고 싶을 때는 주로 관영매체를 통해 책임 있는 공식기구나 당국자의 담화를 먼저 발표하고, 선전매체들이 이를 똑같이 '받아쓰는' 방식을 택한다.

주제도 '여의도 정치'보다는 남북관계 관련 사안으로 제한한다. 최근 북한이 우리 측을 겨냥한 비난을 가한 것은 8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인데, 북한은 남한 정부의 정치적 성향에 상관없이 한미 연합훈련을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 같은 북한의 행동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통일전선전술'에 따라 남한 사회의 여론에 관여하고 싶어하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이 과연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지는 의문이다.

과거 남한의 보수정부와의 '악연' 탓에 유독 현 야당에 대해서만 노골적인 비난을 가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실제 북한이 남북관계가 적대적이었던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는 수시로 대통령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분석은 꽤 설득력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선전매체들이 대외적으로 북한 당국의 당위성을 홍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이유를 찾아보고 싶다. 자신들의 주장이 정말 진실이고, 이것이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확신이라기보다, 내부적으로 이 선전매체들을 운영하는 다양한 기관의 '선전전'의 필요성에 따른 것이라는 취지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이런 주장에 민감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아주 가끔 남한 언론에 보도된 북한의 '여의도 정치'에 대한 평가를 들어 자신의 주장의 근거로 삼는 분을 만나기도 한다. 그리 효과적이지 못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남한 언론에서 이 같은 북한 매체의 보도를 자주 인용하는 것이 적절할 지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과거 북한의 선전매체 기자를 만났을 때 이유를 물어본 적이 있다. "질문이 적절하지 못하다"라고 핀잔만 듣고 대화는 끝났지만.(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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