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킹메이커'로 통하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급격하게 거리를 좁히고 있다. 야권 대선 주자들을 혹평하던 김 전 위원장이 김 전 부총리에 대해서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며 높은 점수를 매기고, 비공개회동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의 마음이 김 전 부총리 쪽으로 쏠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온다. 김 전 부총리는 19일 책 <대한민국 금기 깨기> 출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권 도전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위원장과 김 전 부총리의 ‘밀착’은 김 전 위원장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여전한 거리차와 무관하지 않다. 김 전 위원장과 윤 전 총장은 지난 4월 회동 계획이 어그러진 이후 18일 현재까지 만나지 않았다. 회동이 임박했다는 설만 난무할 뿐이다. 두 사람의 만남이 성사된다 하더라도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운전대를 쥐려는 김 전 위원장과 내줄 마음이 없는 윤 전 총장의 궁합은 기대만큼 좋지 않다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아직 접점이 보이지 않는다. 최 전 원장이 지난 15일 속전속결 형태로 국민의힘에 입당하면서 김 전 위원장과의 거리는 한층 더 멀어졌다는 설명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지지세와 인지도가 떨어지는 최 전 원장 입장에서는 빠른 입당이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김 전 위원장이 최 전 원장 측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은 줄어들었다.

김 전 부총리가 이 같은 상황에서 돌출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김 전 부총리에 대해 “현실 인식이 아주 잘 돼 있다”면서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호평했다. 윤 전 총장에게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고, 최 전 원장에게는 “막연한 소리만 해서는 안된다”고 한 것과 대비됐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김 전 부총리와 회동까지 진행했다.

김 전 부총리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정치세력을 갖추지 못했다. 김 전 위원장 입장에서는 그만큼 활동의 여지도 커진다. 김 전 부총리가 신간에서 권력 분산을 강조하며 대통령 임기를 줄이는 ‘개헌론’을 들고 나온 것도 김 전 위원장과 코드가 맞는다.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은 최근 인터뷰 등에서 개헌론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의 생각을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반론이 작지 않다. 김 전 위원장과 가까운 야권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당선 가능성 등 현실 문제를 생각하면 김 전 위원장의 ‘원픽’(첫째 선택)은 여전히 윤 전 총장일 것”이라며 “김 전 부총리를 띄우는 건 야권 파이 전체를 키우려는 의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부총리에 대한 김 전 위원장의 호의적인 평가가 계속될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윤 전 총장에 대한 김 전 위원장의 평가는 냉탕과 온탕을 수시로 오갔다. 최 전 원장에 대해서도 김 전 위원장은 지난달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국가에 대한 충성심은 대단한 것 같다. 본인 의지에 따라 대선 판이 엄청나게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박상룡 기자 thk@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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