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성' 따라 첫 2년간 급속인상…역풍에 급제동
勞 "1만원 희망고문" 使 "지급불가"…혼란·갈등↑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이 가파른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노사 반목을 키우고 있다고 뉴스1이 14일 보도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1%(440원) 높아진다. 문재인 정부 첫해 6470원이었던 최저시급은 이로써 9160원으로, 5년 만에 2700원 가까이 인상됐다.

현 정부 임기 내 최저임금 인상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첫 2년간 '급격 인상', 다음 2년간은 '급제동'으로 요약되는 과정에서 노동시장 혼란과 노사 반목은 커져갔다고 뉴스1은 전했다.

최저임금위원장인 박준식 한림대 교수는 이를 두고 "첫 2년간 인상 의욕에 비해 현실이 뒷받침되지 못한 측면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사 모두 반발한 2022년 최저임금

매해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2일 밤 내년도 최저임금에 관한 결정을 마무리했다. 위원회에서 중재를 담당하는 공익위원들이 낸 안을 표결에 부친 결과였다.

노사 어느 쪽도 결론에 만족하지 못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현 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 무산된 데 대해 "저임금 노동자를 희망 고문한 것"이라면서 심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경영계를 대표하는 사용자위원 일동도 "벼랑에 몰린 소상공인과 중소·영세기업 현실을 외면했다"며 표결 참여를 거부했다.

공익위원들은 "소상공인 등의 어려움을 잘 알지만 코로나19 이후 정상 사회로의 복귀를 고려해야 했다"고 결정의 이유를 밝혔다.

◇1만원 공약, 이른 꿈이었나…기대 어긋난 勞 '분노'

공익위원들의 말대로 내년 인상률 5.1%는 지난 2년간 이어진 최저임금 인상 억제 기조에서 벗어난 결과로 볼 수 있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역대 최저인 1.5%이며, 지난해 인상률은 역대 3번째로 낮은 2.9%였다.

그럼에도 노동계가 이번 결정에 반발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끝내 무산된 문 대통령의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 달성' 공약과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이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원이 지난 대선 여야 후보 모두의 공약에서 확인된 사회적 합의였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현 정부는 대국민 약속과 합의를 깬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와의 비교도 중요한 대목이다.

문 정부에서 최저임금 연평균 인상률은 7.2%로 계산된다. 박 정부의 7.4%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다. 소득주도성장을 기치로 내걸고 출범한 정부로서는 이율배반적일 수 있다.

역대 심의를 봐도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6번째로 낮아, 노동계 눈높이에 어긋난다.

최저임금 제도를 도입한 1988년 이래 최저임금 인상률이 5.1%보다 낮았던 적은 외환위기 당시였던 △1999년(2.7%) △2000년(4.9%)과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2.8%) 코로나19 위기가 시작된 △2020년(2.9%) △2021년(1.5%)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졌던 2011년(5.1%)과는 동률이다.

◇"당신들이 경영해 봐"…使 격앙, 지급 거부 조짐도

경영계는 최저임금 인상 수준을 인상률만으로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최저임금 절대 금액이 지난 30여년간 꾸준히 높아진 탓에 '연평균 7.2%'는 매우 큰 폭의 인상이라는 것이다.

전임 정부에서 최저임금은 4년간 1610원(4860원→6470원, 33.1%) 올랐다. 현 정부에서는 5년간 2690원(41.6%) 인상됐다. 한 해에 각각 403원, 538원씩 높아진 셈이다.

또 현 정부 아래 월 환산 최저임금은 2017년 135만2230원에서 2022년 191만4440원으로 약 65만원 증가했다.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중소·영세 사업주에게 직격탄을 날렸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지불 능력이 막힌 상태에서 인건비를 올리니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내놓는다.

이에 사용자위원 일부는 이번 심의에서 "스스로 한 번 경영해 보라", "생산성 낮은 근로자에게 (높은) 최저임금을 줘야 하나" 등의 격앙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최저임금 발표 후 최저임금이 인건비 대다수를 차지하는 외식업계는 최저임금 인상 철회를 주장했다. 편의점주들은 "지급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사용자위원들은 재심의 요청을 예고했다.

◇예측불가·불안정 했던 결정과정…을과 을 갈등↑

현 정부 들어 깊어진 최저임금 갈등을 일각에서는 '을과 을의 대립'으로 해석한다.

최저임금 제도가 저임금 노동자, 소상공인 등 취약 경제 주체들 간의 싸움으로 비화했다는 것이다.

이런 갈등은 불안정한 최저임금 결정 과정이 부채질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현 정부에서 최저임금 인상률은 마치 청룡열차를 탄 듯 치솟은 뒤 추락했다. 불과 2년 만에 시급을 2000원 가까이 높인 뒤, 2년 동안은 400원도 못 되는 금액을 올렸다.

연평균 7%대로 점진적으로 해 나갈 수 있었던 인상 폭을 급격히 확대하고 또 급격하게 축소해, 혼란과 갈등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불가피해 보인다.

처음 두 해 동안의 급격한 인상은 소상공인에게 예측할 수 없는 악재였다. 대비치 못한 인건비 급등에 경영 현장에서는 혼란이 일었다.

당시 최저임금은 비상한 사회 문제로서 회자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마저 지난 2019년 "2년간 29%에 달한 최저임금 인상이 미숙련자 취업을 어렵게 했다"고 분석했다. 결국 정부는 방향을 전환해 최저임금위 공익위원들을 중도 성향으로 교체했다.

다음 역대 최저 수준의 인상은 코로나19 사태와 겹쳤다. 이에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계 불안과 소득 양극화가 더 깊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이번 공익위원들의 설명은 그에 대한 반성 격으로도 풀이된다.

임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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