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급망 대책 보고서에 '삼성전자' 27차례 언급하며 한국과 협력 강조
배터리 업계 "미국 시장 선점 좋은 기회", 반도체 업계는 "中 고려하면 부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1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반도체 공급망 확충을 논의하는 화상회의에 참석해 "반도체와 배터리와 같은 분야에서 공격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발언을 하고 있다.(CNBC 갈무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1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반도체 공급망 확충을 논의하는 화상회의에 참석해 "반도체와 배터리와 같은 분야에서 공격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발언을 하고 있다.(CNBC 갈무리)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8일(현지시간)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제조업의 핵심 소재와 부품 등의 공급망 강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한국 산업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뉴스1에 따르면 미국의 이번 공급망 구축 계획은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 모두와 경제적으로 밀접한 한국 기업들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 행정부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삼성을 27차례나 언급하는 등 한국 기업과의 협업을 중시하고 있고, 쿼드(Quad), G7 등 우호국과의 협력을 강조, 대(對)중국 견제를 노골화했다.

미국이 투자유치를 위해 인센티브, 금융지원 등 각종 당근책을 함께 제시하고 있어 한국 기업입장에선 미국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중국 시장을 잃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교차한다.

◇바이든 행정부, 보고서에 삼성전자 27번 언급하며 韓 기업과의 협력 강조

백악관은 이날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와 같은 중요 광물, 의약품 등 4개 분야에 있어 미국이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과제와 실행전략 등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들 4개 품목의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해 지난 2월24일 관련 조사를 100일간 진행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미국은 이날 250쪽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단기적인 공급망 차질에 대응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또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하기 위한 '공급망 무역 기동 타격대'도 만들기로 했다. 중국이 주요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는 향후 8년에 거쳐 집행할 계획인 2조250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계획 등을 활용한 지원 및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공급망 구축을 위한 투자를 유도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외교력을 활용, G7과 같은 우호국과의 협력을 통해 취약성을 보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분야별 대책을 보면 반도체는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강조한다.

이날 미 정부가 공개한 보고서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을 대표하는 삼성전자는 본문에 총 27번 등장한다. 이는 해외 기업 중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것으로 그만큼 반도체 산업에서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큰 데다, 미 행정부도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보고서에서 "미국은 최근 수십년간 반도체 제조를 지나치게 외주화, 지난 20년간 세계 반도체 생산에서 미국의 점유율은 37%에서 12%로 떨어졌다"며 "미국은 최첨단 기술 수준의 생산능력이 부족, 대만 내 시설에 의존하고 있고 생산능력 상실은 반도체 공급망의 모든 부문과 장기적인 경제 경쟁력을 위협한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특히 백악관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170억달러 이상을 미국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기로 발표한 것을 언급하면서 "한국, 일본과의 협정 성공을 바탕으로, 동맹국 및 파트너와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배터리와 관련해 백악관은 미국 에너지부(DOE)가 리튬배터리에 대한 10개년 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위해 이달 말 배터리 공급망 부문별 대표자를 포함한 배터리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해 청사진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DOE의 대출프로그램국(LPO)에서 '첨단기술자동차제조대출프로그램'(ATVM)의 170억달러 대출 권한을 즉시 활용, 미국 내 배터리 공급망 구축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첨단 기술 차량 배터리 셀과 팩 제조사의 자금 조달과, 제조 시설 설립 및 확장 등에 쓰인다.

◇반도체 업계 최대 수출 시장 中 고려 신중…배터리 업계는 "美 시장 선점 기회"

한국 기업들은 이번 공급망 재구축을 기회로 여기면서도 중국과의 사업을 고려해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는 중국이 가장 큰 시장인 만큼 한국 기업들은 미·중이 함께 얽혀 있는 이슈에 있어서는 상당히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액은 393억1000만달러로, 전체 반도체 수출액 991억8000만달러의 39.6%를 차지한다. 미국은 73억달러로 7.4%를 차지했는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의 5배 이상이다.

한 대기업 계열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미국에서 여러모로 사업 기회가 많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미국 공급망 구축과 같은 미·중이 연관된 사안에 대해서는 상황을 면밀하게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1에 따르면 배터리 업계는 반도체에 비해 보다 전향적으로 미국의 공급망 구축 계획에 대응한 전략을 짜고 있다. 특히 미국 ATVM의 170억달러 대출 대상에는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와 같은 한국 배터리 기업도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 한국 기업들의 자금 조달도 한층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더구나 중국이 자국 기업에서 생산한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중심으로 보조금을 지급, 한국 기업을 차별하고 있어 배터리는 반도체에 비해 중국 시장 전망이 밝지 않다.

한 배터리사 관계자는 "미국에 진출한 배터리 기업들에게는 호재이고, 향후 지속적인 투자 유치가 가능하도록 할 것 같다"라며 "미국 내 제조업 우선주의가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미국에 이미 공장이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 격차도 커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미 행정부는 이날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글로벌 리튬배터리 시장이 5~10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미국 내 배터리 생산 시설 투자를 강조했다.

미국의 전기차 시장 성장에 따른 배터리 시장의 급격한 팽창 전망에 따라팽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4월 제너럴모터스(GM)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인 '얼티엄 셀즈'를 통해 총 2조7000억원을 투자, 제2합작공장 설립하겠다고 발표 한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여기에 더해 2025년까지 미국에만 5조원 이상을 단독 투자해 70GWh 이상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에 26억달러(약 2조9300억원)를 투자해 건설 중인 21.5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 외에 추가로 포드와 '블루오벌에스케이'(BlueOvalSK) 설립을 통해 2025년까지 연산 60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투자금은 한화로 약 6조원가량으로 SK이노베이션이 절반을 부담할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배터리사 관계자는 "한국 배터리 기업 입장에서는 미국 시장 확대에 발맞춰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이상연 기자 ls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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