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국가에서 군검찰 부존재…군사법원도 혼합 운영

강제 추행으로 인해 사망에까지 이른 이모 중사 사건이 발생한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입구 모습.
강제 추행으로 인해 사망에까지 이른 이모 중사 사건이 발생한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입구 모습.

 

공군 부사관 강제 추행 은폐 의혹 사건으로 군 사법제도 개혁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군의 내부 범죄를 자정 작용만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은폐, 축소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제 추행을 당하고도 아무런 조력을 받지 못한 이모 중사를 사망에 이르게까지 한 주요 원인은 다름 아닌 군의 조직적인 사건 은폐와 축소, 방치에 있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군사법원법 개정 관련 공청회에서도 이같은 이견이 주를 이뤘다. 뉴스1이 국회 등 각종 입법 기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불공정하고 비합리적인 군사법체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대부분이었다.

굳이 이 중사 사건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군 사법체계를 들여다보면 비합리적인 것은 물론, 구조적으로 은폐가 만연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일반 형사철자와 구별된 별도의 군 사법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육군 사단급과 해군 함대사급, 공군 비행단급 부대에 설치돼 있는 보통검찰부는 부대 내 사건을 수사하고 기소하도록 돼 있는 독립적인 지위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부대 지휘관의 지휘와 감독을 받는다.

즉 사건에 대한 수사부터 보고, 최종 승인을 지휘관에게 받는데 사건 처리 전반에 지휘관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더욱이 지휘관의 인사고과는 부대 관리 등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데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지면 터질수록 지휘관의 신상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사건을 은폐, 축소시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건을 1차적으로 조사하는 군사경찰도 지휘관의 눈치를 봐야하는 구조는 마찬가지다. 이번 이 중사 사건에서도 가해자인 장모 중사는 사건 발생 보름이 돼서야 처음으로 군사경찰의 조사를 받았고 군검찰에서는 피해자인 이 중사가 사망하기 전까지 단 한차례 조사도 받지 않았다.

더욱이 제20전투비행단은 이 중사가 숨지자 다음날 국방부에 단순 변사 사건으로 보고까지한 만큼 사건 은폐 의혹을 쉽게 피해가지 못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외국 사례는 어떠할까.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군 사법제도 개선논의 및 향후과제' 보고서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와 같이 군 사법체계를 가지고 있는 국가들은 이같은 은폐 축소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다.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군검찰을 두고 있지만 군검사는 법무참모의 지시만 받을 뿐 지휘관의 영향력 행사가 밝혀지면 지휘관의 형사처벌은 물론, 재판의 무효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영국도 군검찰이 기소를 담당하지만 군 내부의 명령체계와 독립돼 국방부로부터 독립성을 보장받는다. 독일은 군검찰 조직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군 범죄라 하더라도 수사와 기소는 일반검사가 담당한다. 프랑스도 독일과 마찬가지로 민간 검사가 군 관련 사건을 처리한다.

이스라엘의 경우가 조금 독특한데 군검사는 군법무감에만 구속되며, 검찰단장을 중심으로 지역군검찰부로 구성된다. 그럼에도 지휘관은 수사 및 기소에 권한이 없다. 일본과 대만, 터키 등은 군검찰 자체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지휘관의 권한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군사법원까지 범위를 넓히면 독일과 네덜란드는 군사법원과 민간법원을 혼합해 운영하고 프랑스, 일본, 대만, 터키는 군사법원을 운영하지 않는다. 미국은 군사법원을 운영 중이나 각군의 항소법원 이외에 민간 연방항소법원 및 최종심인 연방대법원으로 운영하고 영국은 상소법원부터 민간 항소법원이 설치돼 있다.

보고서는 군검사 및 군사경찰에 대한 개선 방향과 관련해 "수사의 독립성 및 밀행성을 제고하고 군 지휘관의 권한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구속영장 청구 시 지휘관의 승인권은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군검찰을 지휘관의 감독하에서 완전히 분리하거나 그럼에도 군검찰이 제대로된 수사나 기소를 하지 못한다면 일반 검찰에 권한을 넘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성지 기자 ksjok@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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