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소송으로 개인 청구권 행사 안돼"…패소판결
"청구권 협정으로 소송권 제한"…피해자들 "즉각 항소"

강제징용 피해자 故 임정규씨의 아들인 임철호(84)씨와 장덕환 일제 강제노역피해자 정의구현 전국연합회 회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 故 임정규씨의 아들인 임철호(84)씨와 장덕환 일제 강제노역피해자 정의구현 전국연합회 회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 기업에 끌려가 강제노역에 시달린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이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판사 김양호)는 7일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 등 16개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각하한다"며 사실상 패소판결했다. 

재판부는 "개인 청구권이 청구권 협정에 의해 바로 소멸되거나 포기됐다고 할 수 없지만 소송으로 이를 행사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한일 청구권 협정과 그에 관한 양해문서 등 문언, 협정 체결 경위나 체결 당시 추단되는 당사자 의사, 청구권 협정 체결에 따른 후속 조치 등을 고려해보면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청구권 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한일 청구권 협정이 한일 국민의 상대방 국가와 그 국민에 대한 청구권에까지 적용되기 때문에 한국 국민이 소송을 내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비엔나협약 27조에 따르면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는 국내법적 사정만으로 일괄 보상 또는 배상하기로 합의한 조약인 청구권 협정 불이행을 정당화할 수 없으며 대한민국은 국제법적으로 청구권 협정에 구속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청구를 인용하는 것은 비엔나협약 27조의 금반언의 원칙 등 국제법을 위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돼 노역에 시달린 피해자들은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입었다며 강제노역을 시킨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2015년 5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일본 기업들은 재판부가 올해 3월 공시송달로 선고기일을 지정하자 뒤늦게 변호사를 선임하며 대응에 나섰다.

지난달 한 차례 열린 변론기일에 일본 기업 측 변호인단은 "첫 변론기일에 변론을 종결할지 예상 못했다"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주장은 입증도 안됐고 사실관계도 부실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선고까지 나온 사건 중 규모가 가장 크다. 당초 17개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1개 기업에는 소송을 취하했다. 서울중앙지법에는 피해자 측 원고 667명이 일본 기업 69곳을 상대로 제기한 대규모 손해배상 소송도 진행 중이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소송을 낼 권리가 없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오자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피해자들의 소송을 대리한 강길 변호사는 "오늘 판결은 기존 대법원 판례에 정반대로 배치돼 매우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덕환 대일민간청구권소송단 대표는 "즉각 항소할 것"이라고 했다.

김성지 기자 ksjok@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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