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군인예술공연 참석 이후 3주째 공개활동 없어
코로나19·경제난 속 메시지 부재 현실 반영 가능성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3주째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나타내지 않으며 또다시 잠행에 들어갔다.   

김 총비서가 20일 이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지난해 총 세 차례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만 벌써 두번째다. 미국의 양보를 기다리며 이른바 북한판 '전략적 인내'에 돌입한 것 외에 다른 배경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총비서는 지난 6일 평양에서 군인가족예술소조 공연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한 것을 마지막으로 28일까지 21일째 공식석상에 등장하지 않고 있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그는 지난 25~26일 평양에서 열린 조선직업총동맹(직총) 제8차대회에도 참석하지 않고 서한을 보내는데 그쳤다.

남측이나 미국에 대한 언급 등 대외 메시지는 없었고 내부 상황에 대한 언급과 사회교양사업 강화를 독려하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사실 김 총비서의 직총 대회 불참은 지난달 말 청년동맹 제10차대회 당시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다. 김 총비서는 5년전 9차 대회 당시 참석했던 것과 달리 올해 10차 대회에는 서한만 보내 향후 예정된 다른 외곽단체 궐기대회 역시 불참이 예상돼 왔다.

통일부 당국자도 전날 기자들에게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제8차 당대회 등 대규모 정치 행사를 제외하고는 (김 총비서의) 공개 활동이 줄어드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앞서 올해 1월에도 신임 당 간부들과 기념사진 촬영 이후 자취를 감췄다가 22일만에야 나타난 바 있다.

그러나 내부 결속에 매진하는 상황에서 잇단 최고지도자의 부재는 다소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배경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 총비서는 올해 상반기 당 중앙행사를 직접 주재하며 체제 결속을 도모했다. 이제 외곽단체 차례"라며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상황과 경제난 속에 내부 분위기를 추동할만한 메시지가 부재한 현실의 반영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역점 사업으로 추진됐던 평양종합병원 완공 소식이 아직까지 들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평양 1만세대 살림집(주택) 등 주요 건설 사업 역시 자재 수급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 경우 문제는 김 총비서의 잠행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상반기 남은 기간 당에 별다른 일정이 없고 외곽단체 대회만 줄줄이 예정돼 있어 올해 세운 22일 잠행 기록을 넘어설 확률이 큰 상황이다. 

집권 이래 그간 김 총비서 최장 잠행 기록은 2014년 9~10월 당시 신변이상설을 불렀던 '41일' 이다. 

김 총비서가 장기 잠행 이후 통상적으로 미사일 시험발사 등 강경 행보로 정세를 반전시는 경향이 있어왔단 점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김 총비서는 작년 3월에도 3주간 잠행 뒤 박격포병구분대 포사격훈련을 지도 모습을 공개하며 단번에 긴장감을 끌어올린 바 있다.

백민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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