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전 회장 일가, 보유주식 전부 매각…한앤코 "경영쇄신 이루겠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KR 자료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KR 자료

최근 잇따른 구설수로 하락세를 걸어온 남양유업이 국내 사모펀드에 매각된다. 새로운 주인은 국내 경영 참여형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다.

한앤코는 국내 기반 매물에만 투자하는 사모펀드로, 웅진식품, SK해운 등 제조·해운·유통·호텔 분야에서 25건의 기업 경영권을 인수했다. 총자산 규모는 24조2000억원이다. 계열사 매출은 13조 30000억원, 고용인력은 약 3만명이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홍원식 전 회장·아내 이운경씨·손자 홍승의씨가 보유한 보통주식 37만8938주를 국내 경영 참여형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3107억2916만원이다.

이번 지분 매각 규모는 홍 전 회장 지분 51.8%를 포함한 오너일가 지분 52.63%에 해당한다. 남양유업 총수 일가는 홍 전 회장의 아들 홍명식 상무의 지분 3208주(0.45%)만 남게 됐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홍원식 남양유업 전 회장 일가는 지난 1964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남양유업 경영에서 사실상 물러나게 됐다.

이번 결정은 남양유업의 최근 잇따른 구설수와 경영 악화 때문으로 분석된다.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부터 외조카 황하나씨 논란과 지난해 경쟁사 비방 댓글 조작 사건까지 경영에 타격을 입히는 악재가 줄줄이 이어졌다. 

특히 지난 4월 자사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를 마시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것처럼 과장 광고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고발되는 등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 결과 홍 전 회장은 이달 초 '불가리스 사태'의 책임을 지고 18년 만에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홍 전 회장은 당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며 "자식에게 경영권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 17일에는 홍 전 회장의 모친과 장남 지송죽·홍진석씨가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일각에서는 남양유업이 사업 다각화를 통해 돌파구를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으나 악화된 여론을 돌리기가 어렵다고 판단해 결국 매각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칫 더 버텼다가는 남양유업 자체가 망가질 수 있어 결단을 내린 셈이다. 

한앤코는 향후 경영 방향과 관련해 "남양유업에 집행임원제도를 적용해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효율화를 통한 기업 가치 제고를 추진하겠다"며 "남양유업의 경영쇄신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남양유업 지분을 인수한 한앤컴퍼니는 국내 최초로 투자회사에 도입한 '집행임원제도'를 남양유업에도 적용해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효율화를 통한 기업 가치 제고를 추진할 계획이다.

집행임원제도는 의사결정과 감독기능을 하는 이사회와 별도로 전문 업무 집행임원을 독립적으로 구성하는 제도다. 이사회의 감독기능을 강화하고 집행부의 책임경영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한앤컴퍼니는 "기업체질과 실적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강화한 경험을 앞세워 남양유업의 경영쇄신을 이룰 계획"이라며 "적극적인 투자와 경영 투명성 강화를 통해 소비자와 딜러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사랑받는 새로운 남양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박소연 기자 ps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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