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지지 변화, 문대통령 지지율 9.4%p 하락…국민의힘 지지율 9.4%p 상승
여권에 대한 확고한 지지기반인 호남 민심에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조국 사태와 부동산 문제 등의 악재에도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지속적인 지지를 보내던 호남에서 이상 흐름이 나타난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이 동시에 하락한 반면, 국민의힘 지지율이 예상 밖으로 상승한 것이다. 물론 일시적 현상으로 볼 수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내년 대선이 다가오면서 호남 표심에 변화가 일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즉, 여권 대권주자 중 친문(친문재인)과 거리가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호남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것은 문재인 정부와 친문 성향의 대권주자에 대한 지지를 유보하거나 철회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文대통령 국정지지율 34.9%…호남서 큰 폭 하락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지난주보다 소폭 하락한 34.9%로 조사됐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한미정상회담 직전인 지난 17~18일, 20~21일 4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4일 발표한 5월 3주차 주간집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전주(36.0%) 대비 1.1%포인트(p) 하락한 34.9%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61.0%로 전주(60.5%) 대비 0.5%p 상승했다.
여권 전통 지지층이던 호남과 40대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두드러졌다. 특히 광주·전라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주(59.8%) 대비 9.4%p 하락한 50.4%로 조사됐다. 40대에서는 전주(50.7%) 대비 4.5%p 내린 46.2%로 집계되며 부정평가(51.2%)가 긍정평가를 앞섰다.
권역별 조사에서 문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서울(4.7%p↑)·충청권(3.3%p↑)·대구/경북(2.3%p↑)에서, 부정평가는 호남권(7.6%p↑)과 인천·경기(4.6%p↑)에서 높았다.
문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율은 같은 기관의 5월 2주차(10~14일) 조사에서도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호남에서 부정평가가 4.1%p 올라 부산/울산/경남(5.1%p↑) 다음으로 높았다.
◇호남 지지율 끌어올린 국민의힘 35.9% vs 민주 29.7%
국민의힘 지지율이 호남권과 중도층에서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10주 연속 더불어민주당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질렀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광주·전라에서 9.4%p 오른 21.9%, 충청권에서 4.3%p 오른 42.2%를 기록하는 등 상승폭이 컸다. 반면 대구·경북에서는 3.3%p 떨어진 45.5%, 인천·경기에서 1.4%p 내린 32.2%로 집계됐다.
민주당 지지율은 인천·경기(2.7%p↓, 31.1%), 대전·세종·충청(2.1%p↓, 27.7%)에서 하락한 반면 광주·전라(1.9%p↑, 47.9%), 서울(1.6%p↑, 28.3%)에서는 상승했다.
이밖에 국민의당 7.1%(0.5%p↑), 열린민주당 5.5%(0.3%p↓), 정의당 4.0%(0.8%p↓), 기본소득당 0.6%(0.0%p↑), 시대전환 0.6%(0.1%p↑), 기타 정당 2.5%(0.0%p-) 순이었다.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층은 0.2%p 높아진 14.1%였다.
같은 기관의 5월 2주차(10~14일) 조사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이 호남권(11.2%p↓)에서 크게 하락해 국민의힘 지지율에 뒤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번 조사는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2%포인트다. 응답률은 5.0%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여권 대권주자 중 이재명 지사 호남 지지지율 가장 높아
여권의 대권주자 중 이재명 경기지사가 호남 지지율이 가장 높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호남은 대선의 경선은 물론 본선에서도 여권의 심장부라 할 만큼 중요성을 띠고 있다. 그런 호남에서 문재인 정부 주류인 친문과 거리가 있는 이 지사가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가장 최근에 실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5월 3주차(21~22일)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결과 여권 주자 중 이 지사가 28.2%로 1위를 유지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10.3%를 기록해 뒤를 이었다. 이 지사는 광주·전라(36.8%)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로 호남 출신인 이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를 크게 앞섰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 여론조사전문기관 공동 NBS(전국지표조사) 5월 2주차(10~12일)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 결과 이 지사 33%, 이 전 대표 11%, 정 전 총리 4% 순으로 나타났다. 호남권에서 이 지사 38%, 이 전 대표 14%의 지지율을 보였다.
여론조사기관의 한 분석가는 "이재명 지사가 호남에서 지지율 1위를 유지한다는 것은 이 지사가 현 정부와 친문과 거리가 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낮은 지지율과 연관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호남은 전통적으로 대선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지지해왔다"면서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가 호남 출신이더라도 대선 경쟁력이 약하면 지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남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높아진 것은 당에서 호남에 공을 들인 점이 반영된 부분이 있지만 그보다는 친문 중심의 현 여권에 대한 비토 측면이 더 강하다"고 분석했다.
이상 여론조사 결과의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박상룡 기자 psr21@korearepo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