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싱가포르 합의 존중' '성 김 특별대표 임명'은 긍정적 신호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첫 회담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 간 협력을 재확인함에 따라 향후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일단 북한이 미국에 대화조건으로 제시했던 '적대시정책 폐기' 등 전향적 내용이 한미 정상들의 공동성명과 공동 기자회견 내용에 직접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장 호응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상황. 그러나 미국 측이 대화의 공을 재차 북한에 넘긴 만큼 행동에 나설 시기를 조율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공동성명 및 회견 내용을 보면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은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 합의에 토대'를 두고, '현실적이고 정교하며 실용적인 접근'을 취한다는 등의 내용으로 돼 있다.

또 두 정상은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확인하고, 북한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관련 결의를 완전히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이는 한미 양국이 기존의 대북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다. 일각에선 이번 공동성명에서 남북한 및 북미 간의 '기존 합의'가 강조된 건 북핵 6자 회담 등 과거 미 민주당 정권 시절의 북핵문제 해결방안을 염두에 둔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핵무기에 대해 논의한다는 약속'이 있어야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를 만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일각에선 '한국전쟁(6·25전쟁) 종전선언'이나 '대북제재 완화·해제' 등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낼 유인책으로서 이번 회담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단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런 언급은 없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김 총비서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18년 싱가포르 합의 등 과거 선언을 존중한다고 밝힌 점, 그리고 △대북 접촉 경험이 많은 성 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로 임명한 점 등을 두고선 향후 북미대화를 위한 '긍정적인 신호'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등의 내용이 담긴 '싱가포르 합의'를 김 총비서의 주요 외교 치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로부턴 "바이든 대통령이 이런 기존 북미 간 합의를 토대로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한 점만큼은 북한도 긍정적으로 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바이든 대통령이 싱가포르 합의를 존중하겠다고 밝힌 데 주목하면서 "이런 내용은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유예 약속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회견에서 성 김 대행을 직접 대북정책대표로 소개한 것과 관련, "미국의 협상 파트너가 정해진 만큼 북한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북한 측 협상 파트너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앞으로 북미 실무회담을 통해 구체적인 협상안들이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대행은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6자 회담 수석대표와 주한 미 대사, 대북정책특별대표 등을 지냈고,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을 조율하기도 했다.

이제 남은 건 북한의 반응이다. 북한이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자신들의 '적대시정책 폐기' 등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판단할 경우 이를 비난하는 담화를 내거나 저강도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일단 내부 결속과 경제를 챙기며 '정중동' 행보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는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비상방역 조치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  

북한은 이달 2일 한미를 향해 3건의 경고성 담화를 발표한 뒤론 이렇다 할 대외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대북정책 검토 결과를 설명하겠다며 접촉을 시도했으나 북한은 측은 "잘 접수했다"고만 밝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2일자에서도 별다른 대외 메시지 없이 당 세포와 당원들의 기강을 다잡는 데 집중했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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