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리한 저작권 조항에 작가들 수상 거부…동료작가, 독자들 지지
문학사상 뒤늦게 사과…합의사항 수정 등 개성 방안 모색

문학사상의 2019년 이상문학상 작품집
문학사상의 2019년 이상문학상 작품집

저작권을 둘러싼 이상문학상 파문과 관련해 문학사상사가 4일 공식 사과하고 불공정 논란이 불거진 계약 조건을 고치겠다고 밝혔다.

‘이상문학상 사태’는 올해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자로 결정됐던 김금희, 최은영, 이기호 등 소설가들이 지난달 초 저작권 문제를 제기하며 촉발됐다. 이들에 따르면 수상작 저작권은 문학사상사에 3년간 양도해야 하고, 수상작을 개인 단편집 표제작으로 쓸 수 없으며, 다른 단행본에 수록할 수 없다. 우수상 수상자들은 불합리한 계약 조건에 반발해 수상을 거부했다.

지난해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가인 윤이형 소설가도 "이상문학상을 돌려드리고 싶다"면서 "작가를 그만둔다"고 절필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후 동료 작가들은 물론이고 일반 독자들까지 문학사상사 보이콧 운동에 동참했다.

문학사상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임지현 대표이사 명의 공식입장문에서 "제44회 이상문학상 진행 과정에서 일어난 문제와 그와 관련해 벌어진 모든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깊은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김금희 작가, 최은영 작가, 이기호 작가, 윤이형 작가를 비롯해 이번 사태로 상처 입으신 모든 문인 분들께 먼저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책과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들께 큰 실망을 드린 점 역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문학사상은 문제로 지적된 이상문학상 수상 합의 사항은 전면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우수상 수상 조건은 모두 삭제하고, 대상 수상 합의서 내용은 수정한다. 대상 수상작의 '저작권 3년 양도'에 대한 사항을 '출판권 1년 설정'으로 정정하고, 작가 개인 단편집에 실을 때 표제작으로 내세울 수 없다는 내용의 표제작 규제 역시 수상 1년 후부터는 해제할 방침이다.

문학사상은 "이는 지금까지의 이상문학상 수상자 모두에게 적용된다"며 "규정을 지켜주신 수상자분들께는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문학사상은 "본사의 가장 큰 문제는 저작권에 대한 인식 부족임을 이번 사태를 통해 통감했다"며 "근 50년의 역사 안에서 새로움보다 익숙함과 가까이했음을 인정하고 반성한다. 폐습을 끊어내고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예민함을 갖추겠다"고 다짐했다.

출판사는 이번 논란으로 올해 이상문학상은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며 작가와 독자들에게 다시 한번 사과했다.

문학사상은 "좀 더 시대 정서에 걸맞고 수상 작가들의 권리가 지켜질 수 있도록 규정과 운영방식 등을 수정해 보다 새로운 이상문학상으로 거듭나려 한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는 '이상문학상' 저작권 계약을 둘러싼 작가들의 문제제기 등 사태와 관련해 4일 윤철호 회장과 저작권 담당 박노일 상무이사 명의로 성명을 내고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출협은 "이상문학상과 작품집은 20여년 전부터 저작권 문제와 관련해서 논란의 대상이었고, 그것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무리한 조항이 도입돼 다시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며 "출협은 이 사태를 정확히 파악한 후에 작가 단체들과 논의하여 유의미한 개선 방안을 찾으려고 한다"고 했다.

박소연 기자 ps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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