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불가리스에 도덕성 논란까지 최대 위기
"가족 중심 폐쇄적 지배구조 탈피해 투명성 높여야"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남양유업의 홍원식 회장이 4일 유제품 불가리스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와 함께 경영권 세습 포기를 선언하면서 향후 내부에 커다란 변화가 오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홍 회장이 물러나는데 직접적인 원인은 '불라리스 사태'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청은 인체 대상의 연구가 아니어서 효과를 예상하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불가리스 효과를 과장했다는 비판이 쏟아지며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확산되면 관련 사업자들의 피해까지 증폭됐다. 지난 2013년에도 '대리점 갑질 사태'로 남양유업 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졌지만 이번 불가리스 사태는 코로나19 정국에 발생한 것이어서 여론의 질타와 이에 따른 피해가 훨씬 컸다. 여기에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에 대한 경찰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남양유업이 1964년 창사 이후 최대 위기에 처하자 홍원식 회장이 물러나는 초강수를 뒀지만 악화한 여론은 회복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불가리스 사태'가 불거진 지 21일 만에 뒤늦게 수습에 나선데다 소비자가 공감할 만한 남양유업 의 대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불가리스 사태는 장남인 홍진석 상무가 주도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오너 리스크'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 이번에 물러난 홍 회장도 여러차례 구설에 올라 '오너 리스크'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홍 회장은 아들의 군입대 비리와 관련해 병역비리로 불구속 기소되기도 했고 경쟁사를 비방하는 글을 온라인에 유포해 경찰 조사도 받았다.

홍 전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날 뿐 쇄신책이 나오지 않으면서 남양유업에 대한 비난 여론은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남양유업이 우리나라 기업의 고질적인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폐쇄적 가족 경영으로 대변화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과도 맞물려 있다.

작년 말 기준 현재 남양유업의 지분 구조를 보면 최대주주는 홍 회장으로 51.68%를 보유하고 있고, 홍 회장의 부인과 동생 등 일가 주식을 합하면 53.08%에 이른다. 홍 회장의 장남인 홍진석 상무와 차남인 홍범석 외식사업본부장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경영에는 참여하고 있다.

남양유업 이사회도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2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사내이사 가운데 3명이 홍 전 회장 가족이고, 이번에 물러난 이광범 대표 등 이사회의 3분의 2가 홍 회장의 사람으로 채워진 셈이다.

남양유업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폐쇄적 지배구조 구조에서 탈피해 홍 회장 일가의 지분을 낮추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혁신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 전 회장이 사임 기자회견에서 경영권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표했지만 투명경영 문제는 여전히 남는 과제다.

남양유업은 2013년부터 8년간 불매운동이 이어지며 매출이 대리점 갑질 이슈 전인 2012년 1조3650억원에서 지난해 9489억원으로 30.5% 감소했다. 여기에 불가리스 사태로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양유업이 이사회에서 어떠한 쇄신책을 내놓을지 알 수 없으나 위기의 파고가 워낙 높아 해법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박소연 기자 psy@koreareport.co.kr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코리아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