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확실한 내편' 절실…정권 겨냥 수사 대비한 포석도
기수역전, 이성윤 거취 고려…'김학의 사건' 연루 부담

김오수 법무부 차관이 2020년 4월 27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을 마치고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
김오수 법무부 차관이 2020년 4월 27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을 마치고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검찰총장에 예상대로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58·사법연수원 20기)이 내정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후임으로 김 전 차관을 지명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김오수 후보자가 적극적인 소통으로 검찰조직을 안정화시키는 한편, 국민이 말하는 검찰로 거듭날 수 있도록 검찰개혁의 시대적 소임을 다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권과 각을 세우다 야권 유력 대선주자로 올라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여권에 '쇼크' 수준이었기에 안전하게 친정권 성향 인사를 세운 것으로 보인다. '김오수 유력설'이 파다했기에 반전은 없었다는 평가다.

차기 총장으로 가장 유력했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달 29일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에서 탈락하면서, '김오수 카드'를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임명되는 검찰총장(임기 2년)은 정권 말과 대선 이후, 차기 정부 초반까지 임기가 이어져 레임덕에 봉착한 청와대로선 '확실한 내편 총장'이 절실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과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 등 정권 겨냥 사건 수사가 진행 중인데다, 대선 이후 본격화 가능성이 높은 문재인 정권 인사들에 대한 수사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때문에 김 전 차관은 전임자인 윤 전 총장(23기)보다 세 기수 위지만 '기수 역전'도 불사할 만큼, 차기 총장에 대한 청와대의 의지가 확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검찰에서 기수가 높다는 것이 단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18기 문무열 전 총장에서 23기 윤석열 전 총장으로 뛴게 파격적인 인선이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문재인 정부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온 검찰개혁의 마무리 투수라는 상징도 있다.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 구상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청와대 역시 검찰개혁의 연속성을 짚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2개월간 법무부 차관으로 재직하며 박상기·조국·추미애 3명 장관과 호흡을 맞춘 점도 큰 강점으로 생각한다"며 "그간 공정거래위원장, 금융감독원장 등 공직자 최대 노미네이션이 되지 않았나 싶은데 그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역량을 갖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차관은 전남 영광 출신에 여권 핵심 인사들과도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대검 과학수사부장, 서울북부지검장, 법무부 차관 등 법무·검찰의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다.

김 전 차관은 이 정부 들어 고위직 후보에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는 인물로도 유명하다. 검찰총장뿐 아니라 금융감독원장이나 감사원 감사위원, 국민권익위원장 등 고위직 후보에 빠짐없이 거론돼 왔다. 2018년 6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법무부 차관을 역임, 박상기·조국·추미애 전 장관과 손발을 맞췄다. 김 전 차관이 보좌한 박상기 전 장관이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장이란 점에서도 총장 유력 후보로 거론돼 왔다.

다만 수원지검이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당시 법무부 수장이던 박상기 전 장관과 김 전 차관을 최근 서면으로 조사한 점은 부담으로 꼽힌다. 김 전 차관은 2019년 3월 22일 밤 김학의 전 차관의 불법 출금 당시 연락이 닿지 않던 박상기 장관 대신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본부장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지난달 29일 총장 후보추천위 투표에서 김 전 차관이 후보 4명 가운데 가장 적은 표를 얻어 체면을 구겼다. 친정권 성향이라는 '낙인'이 찍힌 상황에서, 윤 전 총장 사퇴 이후 혼란이 큰 검찰 조직을 어떻게 추스르고 내부 신망을 얻을지가 그가 직면한 난제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예고한 대대적 검찰인사에서 검찰총장으로서 어떠한 입장을 취하는지에 따라 검찰 내 리더십이 시험대에 설 것으로 보인다. 

'방탄 검사'라는 오명에 기소 위기에 처한 이성윤 지검장의 거취도 김 전 차관의 선택에 달렸다.

김 전 차관은 4명의 총장 후보군 중 유일하게 이 지검장보다 3기수 선배여서 이 지검장의 거취 폭이 넓어졌다. 정권을 겨냥한 사건을 '뭉갰다'는 비판을 받지만 마땅한 서울중앙지검장을 찾지 못할 경우 이 지검장을 유임시킬 가능성이 높다. 서울고검장 승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성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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