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성 미국 국장·대변인 명의 담화 발표하며 거센 반발
북한, 적대정책 철회 관철 노려…한미정상회담 분수령 될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KR DB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KR DB

북한이 강경한 경고의 뜻을 담은 대미 담화 2건을 발표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대북정책 재검토를 마무리했다고 발표한 시점에 맞춰 대미 비난 메시지를 내면서 존재감을 상기시키고 향후 대응에 대한 명분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의 대북정책 재검토와 관련해 지난 3월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요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강력 경고하는 한편, 재검토 결과 발표에 앞서 '적대시 철회'를 분명히 할 것을 압박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북한은 2일 권정근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과 외무성 대변인 명의로 된 담화 2건을 발표했다. 권 국장 명의 담화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연설에서 언급한 대북 정책 기조에 대해, 대변인 명의 담화에서는 자국 인권상황을 지적한 미 국무부 대변인 성명에 대해 각각 반발했다.

권 국장은 북한을 '미국과 세계 안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규정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대단히 큰 실수"라며 미국이 계속해 "냉전시대의 시각과 관점에서 시대적으로 낡고 뒤떨어진 정책"으로 북미 관계를 다루려 한다면 더 감당하기 어려운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주장하는 '외교'는 "적대행위를 가리기 위한 허울 좋은 간판"이라고 규정했다.

외무성 대변인도 북한의 인권 문제를 제기한 미국의 성명에 대해 "사상과 제도를 말살하기 위하여 꾸며낸 정치적 모략"이라며 인권 유린이라고 "매도하다 못해 최고존엄까지 건드리는 엄중한 정치적 도발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의 행동은 '전면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는 뚜렷한 신호라며 "우리가 미국의 새 정권을 어떻게 상대해주어야 하겠는가에 대한 명백한 답변을 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북한의 담화는 미국이 대북정책 검토를 완료했다고 밝힌 직후 나왔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동시에 북한의 노림수가 무앗인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美 대북정책재 검토 '적대시정책 철회 요구'에 미흡 불만

그동안 북한은 미국을 향해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면서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하겠다고 거듭 밝혀왔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1월 8차 노동당대회 사업총화보고를 통해 “새로운 조미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 데 있다고 하면서 앞으로도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는 입장을 천명했다.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가 진행 중이던 지난 3월에도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담화를 발표해 바이든 행정부가 2월 중순부터 여러 경로를 통해 대북 접촉을 시도해왔지만 무시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미 미국의 대조선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조미접촉이나 대화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미국의 접촉시도 를 무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바이든 정부가 '완전한 비핵화'를 거론하자 최선희 제1부상은 3월 18일 담화에서 “싱가포르나 하노이에서와 같은 기회를 다시는 주지 않을 것임을 명백히 한다”며 비타협적 입장을 드러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달 말 대북정책을 발표했다. 사키 대변인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외교를 모색하는 실용적 접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검토가 마무리됐다는 미국의 대북 정책 기조에 큰 변화가 없어 보이고 바이든 대통령과 행정부가 자신들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자 북한은 '강대강' 대응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우식 한반도평화연구소 부소장은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 완료 보도가 나온 직후 북한의 대미·대남 담화를 쏟아낸 것은 그들의 기대에 못미친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자신들의 길, 조치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명분을 찾기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변화 여부를 가장 주목해 왔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 100일 경과를 지켜보면서 오히려 대북 적대시 정책이 더 강화되고 있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새로운 대북정책을 제시하고 외교를 언급했지만 북한 입장에서 이는 인권비난과 같은 적대시 정책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미정상회담 앞두고 北 대미 협상력 높이려 존재감 강화

북한이 이달 말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북정책이 보다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미리 존재감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기석 국제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한미정상회담에서 논의하게 되는 북한 문제에서 북미관계이든 남북관계이든 북한이 바라는 바를 전제하지 않을면 아무것도 이뤄질 수 없다는 일종의 경고"라며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제를 최우선순위로 올리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각 담화 주체 수준을 조절하며 대미·대남 문제를 매우 미세하고 집중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인권 문제 등 체제 안전과 직결될 수 있는 사안에는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다만 미국의 구체적인 대북정책 내용이 나오진 않았기 때문에 북한이 당분간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 수도 있다. 새로운 미국의 대북 정책과 한미정상회담 결과가 한반도 정세 변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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