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바이든 대북정책 맹공…北의 공격 방식, 타깃 이전과 달라 의문 나와
중국, 미중 패권·무역 전쟁에 북한 카드 활용해 미국 압박 가능성 제기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북한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강하게 반발한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면서 조속한 북미대화 재개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출범 100일만에 나온 대북정책을 발표한 다음날 북한이 곧바로 반박 성명을 낸 것에 대해 북미 간의 문제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북한이 문제삼은 바이든 대통령의 첫 의회연설이나 지난달 30일 발표한 대북정책은 북한도 예상할 수 있는 내용들이고, 대북 압박 수위도 오히려 낮아진 양상을 띄었다.

전문가들 중엔 그동안 기다려온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 결과에 대화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던 대북 적대정책 철회가 반영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반감을 표출한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또는 오는 5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보를 얻어내고자 한미 양국을 계속 압박하면서 도발에 나설 가능성까지 거론한다.

하지만 미국의 대북정책에 관해 언급한 내용이나 북한의 반발, 그리고 북한 외무상이 아닌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이 담화를 낸 것 등을 보면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지 않다.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은 2일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의회 연설을 겨냥한 담화에서 "확실히 미국 집권자는 지금 시점에서 대단히 큰 실수를 했다"며 미국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다.

권 국장은 "미국의 새로운 대조선(대북)정책의 근간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 선명해진 이상 우리는 부득불 그에 상응한 조치들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며 시간이 흐를수록 미국은 매우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의 행보를 지켜보면서 그에 맞춰 대응하겠다는 '강대강 선대선' 원칙을 천명하고, 도발을 자제하며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 결과를 기다려왔다. 그러나 의회 연설에는 선(先)적대정책 철회 등 북한이 기대할만한 내용은 없었고, '단호한 억지'로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겠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의회 연설에서 "미국의 안보와 세계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이란과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우리는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력해 외교와 단호한 억지를 통해 양국이 제기하는 위협에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미국은 의회 연설과 같은 날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이고 전체주의적 국가 중 하나"라고 비판하는 등 전임 트럼프 행정부는 관대했던 인권 문제를 제기했다. 북한에게 인권 문제는 가장 예민한 부분 중 하나로 군사·핵 문제는 예외가 있을 수 있지만  '인권'에 관한한 전 세계는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대북제재 대상이다.

이날 북한은 권 국장에 바로 이어 낸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국무부 대변인 성명에 대해 "우리와의 전면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는 뚜렷한 신호로 되며 앞으로 우리가 미국의 새 정권을 어떻게 상대해주어야 하겠는가에 대한 명백한 답변을 준 것"이라고 반발했다.

◇미국, 중국을 제1 타깃…中, 북한의 미국 공격 통해 대미 영향력 확대

북한 전문가나 국제 정보관계자들 사이에선 이번 북한의 대미 강경 발언과 경고 이면에 '중국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말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미국과 동북아 및 동남아 패권경쟁과 무역전쟁을 하고 있는 중국이 북한을 앞세워 미국을 압박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이 북한의 대미 강경 발언에 중국 배후설을 의심하는 데는 몇가지 근거가 있다. 먼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북한의 반발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100일만에 대북정책을 내놨지만 실제 '알맹이' 없는 정책이라 할만큼 부실하다. 물론 대북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계획은 밝히지 않았지만 '근본'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럼에도 북한은 미국의 대북정책 바로 다음날 기다렸다는 듯 공세를 퍼부었다. 그것도 대북정책 자체보다는 28일 바이든 대통령의 의회연설을 문제삼았다. 바이든 대통령의 의회 연설 발언은 북한을 겨냥했다기보다 중국, 러시아, 이란 등 미국에 위협적인 일련의 국가들에 대한 대응 원칙을 제시하는 가운데 나왔다.

또한 바이든 정부는 출범 이전부터 중국을 제1의 위협이자 경쟁상대로 규정했으며, 출범과 동시에 대중 견제정책을 본격화했다. 대북정책은 바이든 정부는 출범 이후 100일이나 돼서야 나왔고, 바이든 정부가 재검토 단계를 설정한 대외분야는 사실상 북한이 유일하다.

다음은 '인권' 문제다.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연설에서 중국의 인권 문제 등을 거론하는 날,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의 인권 상황을 맹공했다. 인권 문제는 북한에게 가장 예민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중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오히려 전 세계는 중국의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 탄압을 더 주목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인권 문제를 퍠권경쟁과 무역전쟁에 활용하고 있다.

사키 백악관 대변인의 "우리의 정책은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있고 (외교를) 모색하는 실용적이고 조정된 접근"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대북정책에서 군사적 위협이나 경제 제재 등 '압박'이 아닌 '외교'를 우선한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이에대해 북한의 노동당이나 외무상이 나서지 않고, 노동일보에서도 다루지 않은 것은 북한이 미국을 향해 쓴소리를 했지만 속내는 격앙될 정도로 미국에 반감을 갖고 있지는 않다.

베이징의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이번 북의 대미 발언은 종래와 다른 모습인데 중국이 관여한 흔적이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며 "한반도 문제에 중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해왔다. 

소식통은 이달 초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G7 회의에서 미국과 중국 간에 날카로운 신경전이 예상되는데 북한의 이번 대미 발언은 중국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라고 해석했다. 즉, 대북정책에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는 중국을 이전처럼 강하게 압박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번 북한의 대미 공세는 미중 전쟁 뿐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관계국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와 21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민대호 선임기자 mdh50@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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