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북정책 검토 완료 선언 다음날 "낡고 뒤떨어진 정책"
바이든 첫 의회연설에 "적대시 정책 추구…묵과할 수 없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VOA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VOA

북한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강력 반발하면서 향후 북미관계의 추이에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이번 북한의 발표들은 미국이 대북정책 검토를 완료했다고 밝힌 바로 다음 날 나와 주목된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대북정책 검토가 완료됐다고 밝힌 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가 유지된다"면서 "우리의 정책은 일괄타결 달성에 초점을 두지 않을 것이며 전략적 인내에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정책은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있고 (외교를) 모색하는 실용적이고 조정된 접근(a calibrated practical approach)"이라고 밝혔다.

사키 대볌인은 대북정책을 발표하면서 한국과 일본 등 동맹과 계속 협의를 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번 바이든 정부의 새 대북정책의 핵심요소는 ‘동맹’, ‘외교’, ‘강한 억지’라고 할 수 있다. 4월 28일 첫 의회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 핵문제를 미국과 세계의 안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규정하고 ‘동맹과 함께(with our allies)’ ‘외교(diplomacy)’와 ‘강한 억지(stern deterrence)’를 통해 해결하겠다고 선언했다. 즉,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동맹과 연대를 강화하고 외교적 해법을 우선하며, 북한의 행동을 강제하기 위한 억지를 최대화하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정부의 동향으로 볼 때 강한 억지는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 억지, 무력 도발 억지, 최대 압박 수준의 대북제재, 인권 등 북한의 취약점 공략, 중국의 영향력 활용 등으로 볼 수 있다.

◇북한, 바이든 대북정책 맹공…"큰 실수, 상응조치할 것"

이에 대해 북한은 바이든 대통령이 '외교와 단호한 억지'를 통해 북한 핵 위협에 대처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대단히 큰 실수"라며 상응하는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경고했다. 또 미국이 북한의 인권 상황을 비판한 것에 대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모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은 2일 담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첫 의회 연설을 언급하며 "미국의 새로운 대조선정책의 근간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 선명해진 이상 우리는 부득불 그에 상응한 조치들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며 시간이 흐를수록 미국은 매우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아직도 냉전시대의 시각과 관점에서 시대적으로 낡고 뒤떨어진 정책을 만지작거리며 조미(북미)관계를 다루려 한다면 가까운 장래에 점점 더 감당하기 어려운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며 "확실히 미국 집권자는 지금 시점에서 대단히 큰 실수를 했다"고 말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의회 연설에서 "북한과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미국과 세계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우리는 동맹국과 긴밀히 협력해 외교 및 엄중한 억제력으로 양국 위협을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국장은 "미국이 주장하는 '외교'란 저들의 적대행위를 가리우기 위한 허울 좋은 간판에 불과하며 '억제'는 우리를 핵으로 위협하기 위한 수단일 따름"이라고 주장했다.

또 "우리를 미국과 세계의 안보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걸고 들면서 외교와 단호한 억제를 운운한 것은 미국 사람들로부터 늘 듣던 소리이며 이미 예상했던 그대로"라면서도 "그러나 미국 집권자가 첫 시정연설에서 대조선 입장을 이런 식으로 밝힌 데 대해서는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는 "미국이 반세기 이상 추구해온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구태의연하게 추구하겠다는 의미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면서 "전대미문의 악랄한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항시적인 핵공갈로 우리를 위협해온 미국이 우리의 자위적 억제력을 '위협'으로 매도하는 것 자체가 언어도단이며 우리의 자위권에 대한 침해"라고 규정했다.

북한이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과 대북정책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한 것은 북한이 일관되게 요구해온 '적대정책 철회'에 부합하는 입장을 보이지 않는데 따른 반발로 분석된다. 

앞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1월 8차 노동당대회 사업총화보고를 통해 “새로운 조미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 데 있다고 하면서 앞으로도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는 입장을 천명했다. 

지난 3월 18일에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담화를 발표해 바이든 행정부가 2월 중순부터 여러 경로를 통해 대북 접촉을 시도해왔지만 무시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미 미국의 대조선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조미접촉이나 대화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미국의 접촉시도 를 무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美 '비핵화' 난제, 유엔이 해결사…한국 민간역할 주목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북한이 크게 반발한 것에 대해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북이 미국에 요구하는 것은 한마디로 '적대정책 철회'"라며 "북은 바이든 정부도 큰 틀에서 이전 트럼프 정부 때와 같이 달라 진 게 없는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전해왔다. 

소식통은 "북은 실제 핵을 가진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 하고, 핵을 자위권 차원에서 보유하고 있다는 입장"이라며 "미국이 이를 무시하고 북핵을 제거하거나 이를 빌미로 북을 압박하려는 것에 반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은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이 그런 북을 이해하고 변하지 않으면 북미 간 대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북핵 문제도 기존 보유핵은 인정하고 현재 진행중이거나 앞으로 추진할 핵 개발은 미국의 태도에 따라 중단할 수 있다는 있다는 게 북한의 입장이기 때문에 결국 미국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달려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과 최초로 교역을 하며 30년 넘게 북한과 인연을 갖고 있는 장백산 해외동포지원사업단 이사장은 "북핵 문제는 미국이 독자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유엔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높고, 그때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 할 것"이라며 "미국의 대북정책이 성공허려면 적대정책부터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이사장은 "미국이 과거 정부부터 북한에 해온 것이 있기 때문에 먼저 북핵 문제를 유엔에 상정하거나 적대정책 철회라는 대북정책 변화를 스스로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이 그 역할을 대신한 것이 현실적"이라며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중국이나 러시아, 그리고 한국이 적임자"라고 말했다.

장 이사장은 "대북관계에서 남한 정부가 '정치'기 아닌, 그리고 정부 대신 민간 차원에서 북한에 접근하는 것이 미국이나 국제사회의 견제를 덜 받을 수 있고, '경제(경협)을 매개로 하면 북한도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이사장은 30년 넘는 북한과의 교역 경험을 토대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엄존하고 국내법 등의 규제가 있는 만큼 이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물물교환' 방식, 그리고 해외동포가 주체가 되는 경제교류를 15년전부터 주장해왔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취임 후 '물물교환' 방식의 남북교류를 제기해 주목을 받았지만 아직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장 이사장은 "정부가 나설 경우 미국을 비롯해 국제사회의 감시와 제재가 있고, 국내에서 민간이나 지자체가 하더라도 규제법이 너무 많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사정을 북한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데서 해외동포가 나서주길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집권 후 첫 신년사에서 이례적으로 '해외동포'를 여러차례 언급한 것은 같은 민족이 주체가 돼 민족의 발전을 도모해야한다는 취지로, 남북관계도 민족(해외동포)이 중심이 되면 북한도 적극적으로 호응할 것이라고 장 이사장은 설명했다.

민대호 기자 mdh50@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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