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기자간담회…"정치 일정상 북한과 대화할 때"
北 대외 행보 저울질…美 비핵화 진전에 따라 제재 유연 적용 가능
"민간·지자체 차원의 접근 활성화돼 남북관계 흐름 변화돼야"

이인영 통일부장관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인영 통일부장관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9일 불확실성이 걷혀 나가는 올해 상반기는 남북미 모두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로 나아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최적의 시간'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개최한 출입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상반기를 "미국의 대북정책이 마무리되면서 불확실성이 걷혀 나가는 시기"라며 "미국이 대북관여를 조기에 가시화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실질적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북미 대화만을 우리가 마냥 기다릴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고 입장"이라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미중 전략경쟁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고 국내 정치 일정도 본격화되는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있다"고 상황을 진단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정세의 유동성이 커질 수 있고, 대북정책 추진 여건이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이 장관은 이 자리에서 북측에게 대화 의지를 보내며 "언제 어디서든, 어떤 의제나 형식이든 관계없이 모든 것을 열어놓고 북측과 마주해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올해 상반기 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해법'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통령께서도 '이제 북한과 대화할 때'라고 하신 만큼 관련된 구상은 대통령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당국 차원의 공식적인 접근 전에 민간·지자체 차원의 접근이 활성화돼 상반기 중으로 남북관계가 흐름이 변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보건·의료협력 분야를 시작으로 쌀, 비료 등의 민생협력으로 확대된 인도협력이 재개되길 바란다"면서 "이에 국제 사회에서도 크게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이를 통해 "북미 대화, 비핵화 평화정착, 제재 문제들에 대한 실마리가 풀리면 철도·도로와 같은 비상업용 공공 인프라나 제재에 본령에 해당하는 금융·철강·석탄·섬유·노동력·정제유 등 문제에 대한 제재의 완화, 단계적인 완화와 해제까지 발전되는 것이 국민들과 국제사회 공감대 속에서 진척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조만간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타냈다. 이 장관은 북한이 지날 달 유보적이고 관망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대외정세 탐색을 시도한 점, 북중 간 국경 통제 완화와 제한적인 물자교류 재개 준비하고 있는 동향 등을 언급하며 "북한은 한미정상회담의 결과를 주시하고,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하면서 향후의 대외 행보를 저울질 해나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장관은 추후 발표될 미국의 대북 정책 중 '비핵화 해법'이 단계적·동시적 접근으로 이뤄질 것이라면서 "비핵화 진전에 따라서 제재 완화 등 유연성이 발휘될 가능성도 어느 정도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이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인도적 분야 협력은 정치적 상황과 또 별개로 추진할 것"이라면서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해 북한 인권과 인도적 협력 사안이 포괄적으로 함께 다뤄져야 한다는 점에 한미가 공감대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북미대화와 비핵화의 시기와 속도에 대해서는 관련 정세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고 신중했다.

이날 이 장관은 '미국 대북정책에 포함됐으면 하는 정책과 기조'를 묻는 질문에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성과를 존중하고 그러한 내용들이 반영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취재진들과 만나 "미국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중요하게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임에는 틀림없지만 양국 간 더 큰 주요 현안은 비핵화 협상일 것"이라면서 "평화 정착이나 대북 제재 문제 등을 진전시키는 과정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갈등 요인이 되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미국이) 접근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당국자는 미 대북정책의 방향성 외에 '속도'도 중요함을 강조하며 "방향만 (단계적, 동시적 접근으로) 선언하고 북미관계가 개선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북측에 어떻게 대응할지 모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최근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Z)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1차 접종을 완료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후 미국 방문 등 외교적 활동 등을 염두에 둔 행보로 해석된다.

이날 고위 당국자는 이 장관의 백신 접종 소식을 전하며 이 장관의 미국 등 해외 출장에 대해선 "아직 특정되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 후에도 약 2주 후에나 미국 방문이 가능하기에 그런 차원에서 (이 장관이) 미리 (백신을) 맞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당국자는 '남북 코로나19 방역 등 보건의료협력에 백신이 포함되는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우리 국민의 (백신)접종이 먼저 이뤄져야 하고 여력이 있다면 국민 공감대 후 협력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백신만을 앞세워 코로나19 협력 문제를 이끌다 보면 의도하지 않게 (방역 협력) 취지가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코로나19 공동 방역은 방역 장비·시스템, 치료, 백신 등 3가지를 의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당국자는 추후 대북 물자 반출 승인 시점과 관련 "북중 국경이 열린 것이 확인되면 그때 가서 재개 시점을 밝히겠다"고 대답을 유보했다.

다만 우선적으로 승인할 품목에 대해서는 임산부와 아이들에 대한 영양 관련 물품, 코로나19 방역 관련 물품, 쌀·밀가루·기름 등 식량 관련 물자 등을 언급했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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