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컬렉션]인왕제색도·이중섭·피카소…국보·보물, 근대 명작 '국민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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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컬렉션]인왕제색도·이중섭·피카소…국보·보물, 근대 명작 '국민 품으로'
  • 오동윤 기자
  • 승인 2021.04.2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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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모든 시대 망라한 문화재… 박물관 통해 국민 감상 기회 열려
수집 어려웠던 국내외 근대미술 모아…"미술사 연구에 큰 역할"
'이건희 컬렉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국보 216호 '인왕제색도'
'이건희 컬렉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국보 216호 '인왕제색도'

고(故) 이건희 회장이 생전에 수집한 국가문화재와 한국 대표 근대미술품, 세계적 거장들의 대표작들이 국민 품으로 돌아간다.

이 회장의 유족은 이 회장이 개인 소장하고 있은 문화재들 중 국보 제216호 '정선필 인왕제색도', 보물 제2015호 '고려천수관음보살도' 등 국가지정문화재 60건(국보 14건, 보물 46건)이 포함해 총 9797건(2만1600여점)을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민병찬)에 기증한다. 

이중섭, 김환기, 나혜석, 박수근 등 한국 대표 근대미술품 460여점과 모네, 고갱, 르누아르, 피사로, 샤갈, 달리 등 세계적인 거장들의 대표작 등 미술품 약 1226건(1400여점)을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윤범모)에 기증한다. 

◇국보 등 지정문화재 포함 2만1600여점 국립박물관 기증

 

'이건희 컬렉션' 중 고미술 기증품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는 △도자기 2938건(3596점) △금속 484건(2122점) △서화 783건(1500점) △전적 4176건(1만2558점) △목제 389건(407점) △석제 458건(834점) △토제 400건(451점) △민속 169건(225점) 등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국가지정문화재는 △도자기 8점(국보 2, 보물 6) △금속 16점(국보 6, 보물 10) △서화 5점(국보 1, 보물 4) △전적 31점(국보 5, 보물 26)이다. 

이 중 국보 제216호 정선 필 '인왕제색도'는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고 이건희 회장의 소장품 가운데 가장 눈에 띤다. '인왕제색도'는 1751년 당시 75세였던 겸재 정선이 비가 내린 뒤의 인왕산을 그린 진경산후화다. 겸재 정선은 친구의 병이 낫기를 기원하며 이 그림을 그렸지만 완성된 지 나흘만에 겸재의 친구가 명을 달리했다. 이 작품은 국보 제217호 금강전도와 함께 겸재 정선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보물 제2015호 '고려 천수관음보살도'는 관음보살의 자비를 1000개의 손과 손마다 눈으로 상징화한 고려시대 불화다. 이 불화는 오랜 세월로 인해 변색됐지만 화려한 색감과 섬세한 필력을 통해 매우 우수한 조형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보물 제1393호 김홍도 필 '추성부도'는 중국 송 나라의 구양수(歐陽修, 1007∼1072)가 지은 '추성부'(秋聲賦)를 단원 김홍도(1745∼1806?)가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단원은 갈필을 활용해 가을밤의 스산한 분위기를 잘 살려냈다. 이 그림은 1805년 단원의 나이 61세에 제작됐다.

보물 제935호 '월인석보'는 1459년(세조 5년)에 편찬한 조선의 불교 서적이다. 월인석보는 전질이 전해오지 않기 때문에 명확하지 않지만 전체 25권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에 유족이 기증한 월인석보는 권 12권과 권 11권이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가장 의미 있는 작품은 삼성가에서도 굉장히 애착을 갖고 있었던 '인왕제색도'"라며 "발굴 매장문화재가 대부분이었던 박물관은 이번 기증을 통해 우리 역사의 전 시대를 망라한 미술, 역사, 공예 등 다양한 문화재들이 골고루 기증받았다"고 말했다.

국민화가 이중섭의 '황소'.
국민화가 이중섭의 '황소'.

◇ 국내외 근현대 명작 1400여점 국립현대미술관 기증

이건희  회장 유족은 이 회장의 생전 소장 예술 작품들 중 이중섭, 김환기, 나혜석, 박수근 등 한국 대표 근대미술품 460여점과 모네, 고갱, 르누아르, 피사로, 샤갈, 달리 등 세계적인 거장들의 대표작 등 미술품 약 1226건(1400여점)을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윤범모)에 기증한다. 

국내 작품 가운데는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1954년작)과 이중섭의 '황소'(1950년대작 추정)가 돋보인다.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은 아이를 등에 업고 절구질하는 여인의 모습을 화면 가운데 확대해 그린 작품이다. 박 화백은 전체적으로 갈색조를 띠는 화면에 물감을 여러 번 덧칠해 거친 질감으로 표현했다.

이중섭의 '황소'는 강렬한 붉은색 배경에 황소가 고개를 틀고 울부짖는 듯한 순간을 포착했다. 소 머리를 화면 가득 표시해 소가 내뿜는 힘찬 기운을 강조하면서 강한 붓칠은 소의 동작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이번 기부에서 특기할만한 지점은 지방까지 알뜰히 챙겼다는 점이다. 전남도립미술관에는 전남 일대에서 활동한 동양화가 허백련, 대구미술관에는 대구 대표 화가 이인성, 제주 이중섭미술관에는 이중섭, 강원도 박수근미술관에는 박수근의 작품을 기부하는 식으로 각 지역별 특성까지 감안했다.

해외 작품 가운데는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끌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1919년작)과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책 읽는 여인'(1890년대작) 등이다.

'수련이 있는 연못'을 그린 끌로드 모네는 프랑스 인상주의를 창시한 화가 가운데 한다. 모네는 지베르니의 자택에서 연못에 핀 수련을 주제로 약 250여 점을 제작했으며 이번 기증품은 이 가운데 하나다.

인상주의 수장 모네의 대표작 '수련 연못'.
인상주의 수장 모네의 대표작 '수련 연못'.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책 읽는 여인'은 작가 특유의 부드러운 붓 자국과 화사한 색채감이 잘 드러난다. 특히 자연광의 색감을 눈에 보이는 대로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르누아르는 밝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여인의 모습을 통해 '그림은 즐겁고 유쾌하면서 아름다워야 한다'는 평소의 예술관을 잘 표현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미술관의 경우 그동안 희소가치가 높고 수집조차 어려웠던 근대미술작품을 보강하는 계기가 됐다"며 "한국 근대미술사 전시와 연구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도 말했다.

오동윤 기자 ohd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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