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공유할 항일역사 출판 계기로 새 시대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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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공유할 항일역사 출판 계기로 새 시대 열자
  • 오동윤 기자
  • 승인 2021.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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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주석의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가 대형 인터넷 서점에서 일제히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책을 펴낸 도서출판 민족사랑방 김승균 대표(83)는 22일 통일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민족의 화해와 협력'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김 대표는 먼저 당국의 허가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출판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고 그걸 허가받도록 되어 있지 않은데 누구에게 허가를 받으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더군다나 "지금부터 100년전에 있었던 항일운동을 기록한 일종의 역사책인데, 이런 것도 사람들에게 알리지 못한다는 말이냐"며 도대체 납득할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남북간에 공통적으로 서로 칭찬해줄 수 있는 것이 항일운동 아닌가. 항일운동을 매개로해서 서로 어려웠던 시절을 공유하고 새 시대를 열어보자는 뜻"이라고 이번 출판의 의미를 설명했다.

김 대표는 1998년 완간된 김일성 주석의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8권을 영인본으로 묶어 '김일성 항일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라는 제목의 8권 세트로 지난 2월 25일 초판을 발행해 22일부터 예스24, 인터넷 교보문고, 알라딘, 반디앤루니스 등 대형 인터넷 서점을 통해 판매를 시작했다. 판매가격은 25만 2,000원에서 28만원.

영인본으로 펴냈기 때문에 사진이나 일부 내용의 인쇄 상태가 흐릿해 가독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지만, 그동안 전자도서나 오디오 북 등 여러 형식으로 유포되던 '세기와 더불어'가 처음으로 원래 도서형태로 출판, 판매된다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먼저 특수자료로 분류되면, 취급 허가가 없는 일반인의 접근이 통제된다는 사정을 모르고 '세기와 더불어'를 출판한 것인지 물었다.

김 대표는 "내가 오랫동안 특수자료를 취급하고 있는 사람이다. 세계 어느 나라 것도 특수자료가 없는데 유독 북한 것만 특수자료로 분류하고 있다. 남북이 공동으로 서로 칭찬해 줄 수 있는 것이 항일운동 아닌가. 북의 것은 오히려 더 잘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김 대표는 1989년 남북교류를 목적으로하는 최초의 민간단체인 남북민간교류협회를 설립하고 이듬해인 1990년 남북교역(주)라는 회사를 만들어 지금까지 30여년간 주로 북측 단행본과 78종의 잡지, CD, DVD, 우표 등에 대한 반입 업무를 해 온 손꼽히는 전문가이다. 

또 1993년부터는 특수자료 취급 권한을 얻어 국내 여러 기관 단체에 [노동신문] 등을 공급해 온 장본인이기도 하다. 

누구보다 국가보안법과 특수자료 취급에 대한 제약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김 대표이기에 이런 논란은 충분히 예상하지 않았느냐고 재차 물었다.

김 대표는 "김 주석 본인도 이미 작고하지 않았나. 그런 걸 떠나서 항일운동은 누가 했던지 값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이 하면 잘한 일이고 김 모가 하면 잘못한 일이라는 견해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김 주석의 회고록을 금기시하는 상황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또 "(회고록이) 마침 1945년 8월 15일까지 회고한 것으로 되어 있어서 그때까지의 항일 행적에 대해서는 누구든지 공감할 수 있는 것라고 생각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오히려 정부가 그런 걸 감췄다면 잘못한 일이지, 그걸 알고자 한 우리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2010년 5.24조치때도 계속되던 북측 도서와 잡지 반입이 작년 1월 코로나 이후에는 뚝 끊겨 회사 문을 닫을 지경이 되었기 때문에 회사 유지를 위해서도 출판을 해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북측과 저작권 계약, 통일부 반입승인 등 실무 절차에 대해서도 물었고 "북측과는 특별히 말한 바 없으며, 회고록을 주문한 뒤 책이 들어와서 그걸로 출판했다"는 간단한 답변이 돌아왔다.

통일부 승인과 관련해 재차 질문하자 "출판하는데 어디다 승인을 받느냐. 제도가 있어야 뭘 하지"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통일부는 기자들에게 도서출판 민족사랑방이 '세기와 더불어' 출판 목적의 사전협의나 반입승인을 받은 바 없으며, 출판경위 등을 살펴보고 통일부 차원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설명했다.

북측 도서를 반입하려면 사업자가 먼저 통일부에 반입승인 절차를 밟고 통일부가 특수자료 여부와 저작권 관련 합의 등을 검토해 관계기관의 허가를 거쳐 반입을 승인하는 절차를 거치게 되는데, 이번 경우 출판 경위와 경과 등을 좀 더 살펴보고 입장을 정리하겠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김 대표는 "남북이 화해하지 않고 살 수 있는 길이 없지 않느냐. 이번 출판을 남북이 화해할 수 있는 계기로 잘 활용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세기와 더불어는 김 주석 생전에도 널리 알려진 책이고 이걸 남북이 공유한다고 하면 북측도 무엇보다 큰 선물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앞으로 "남북 공히 누가 읽어도 좋을 책을 내겠다는 취지로 남쪽 저자 책도 내고 북측에서 나온 역사책 같은 것은 계속 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인터넷 서점에 올린 책소개에는 "이 책의 내용은 1945년 8월 15일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해방되는 그날까지 중국 만주벌판과 백두산 밀영을 드나들며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했던 생생한 기록"이라고 하면서 "이 책의 출판이 민족의 고귀함을 일깨우고 남북화해의 계기가 된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겠다. 판매 수익금은 통일운동기금에 사용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책을 펴낸 김승균 대표가 젊은 시절부터 펼쳐보인 실천적 활동도 예사롭지 않다.

그는 1960년 4.19혁명 당시 성균관대학교에 재학 중 민족통일학생연대 연락조직위원장을 지내고 1965년 사상계에 입사해 1970년 편집장을 하던 중 김지하의 오적 필화사건에 연루되어 옥고를 치렀다.

1971년 민주수호국민협의회 사무총장을 지내면서 6년간의 수배생활을 하다 1978년 일월서각을 창립해 30여년을 운영하면서 유수의 출판사로 키워냈다.

1980년대에는 민통련 서울시의장과 민언련 공동대표, 출판문화협의회 회장을 역임했다.

남북민간교류협의회 이사장을 20여년 지내면서 평양시 장교리에 돼지사육농장을 크게 지어서 6.15사료공장이라는 이름으로 북측에 기증하기도 했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쟁취 이후 민주화는 달성했으니 통일에 전념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1989년 남북민간교류협회를 설립하고 이듬해 남북교역(주)를 세웠다.

김대중 대통령이 1998년 민관을 아우르는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를 만들었으니 남북민간교류협회는 약 9년 앞선 발상이었던 셈이다.

1993년 특수자료 취급 기관 인가를 받았지만 남북교역(주) 설립 당시에는 다른 방법이 없어서 첫 사업으로 교보문고의 특수자료 취급기관 인허가를 이용해 북측 사회과학원에서 펴낸 이조실록 400권 1질을 들여왔다. 

그때 들여온 이조실록은 현재 부산대학교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오동윤 기자 ohd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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