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항일투쟁 담은 '세기와 더불어' 판매…이념·법 대립 불러
출판사 "민족화해 목적,출판자유 보장돼"…반대측 "국보법 위반"

도서출판 민족사랑방이 펴낸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전질.
도서출판 민족사랑방이 펴낸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전질.

김일성 주석의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가 대형 인터넷 서점에서 일제히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통일부의 승인 여부와 국가보안법 저촉 문제 등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책을 펴낸 도서출판 민족사랑방 김승균 대표는 "'민족의 화해와 협력'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희망"에서 출판했다고 밝혔다.

<세기와 더불어>는 북한 조선노동당 출판사가 김일성 주석의 80회 생일을 맞아 1992년 대외 선전용으로 출판했다. 김 주석 본인이 어린 시절부터 학창시절 그리고 항일운동 까지의 자신의 인생사를 구술한 책으로 생전에 발간된 6권의 '항일혁명편'과 사후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가 김일성의 유고들과 각종 자료들을 기초로 발간한 2권의 '계승본'까지 총 8권으로 이뤄져 있다. 

김 주석 사후 주사파 파동이 불어닥친 1994년에 도서출판 가서원이 이 책을 우리나라에 만들어 팔려고 했다가 8월 8일에 출판사와 인쇄소가 압수수색되고 대표가 구속되기도 했다

김 대표는 1998년 완간된 <세기와 더불어> 8권을 영인본으로 묶어 '김일성 항일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라는 제목의 8권 세트로 지난 2월 25일 초판을 발행해 22일부터 예스24, 인터넷 교보문고, 알라딘, 반디앤루니스 등 대형 인터넷 서점을 통해 판매를 시작했다. 

영인본으로 펴냈기 때문에 사진이나 일부 내용의 인쇄 상태가 흐릿해 가독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지만, 그동안 전자도서나 오디오 북 등 여러 형식으로 유포되던 '세기와 더불어'가 처음으로 원래 도서형태로 출판, 판매된다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김 대표는 통일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당국의 허가와 관련해 "출판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고 그걸 허가받도록 되어 있지 않은데 누구에게 허가를 받으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남북간에 공통적으로 서로 칭찬해줄 수 있는 것이 항일운동 아닌가. 항일운동을 매개로해서 서로 어려웠던 시절을 공유하고 새 시대를 열어보자는 뜻"이라고 이번 출판의 의미를 설명했다.

김 대표는 1989년 남북교류를 목적으로하는 최초의 민간단체인 남북민간교류협회를 설립하고 이듬해인 1990년 남북교역(주)라는 회사를 만들어 지금까지 30여년간 주로 북측 단행본과 78종의 잡지, CD, DVD, 우표 등에 대한 반입 업무를 해 온 손꼽히는 전문가이다. 또 1993년부터는 특수자료 취급 권한을 얻어 국내 여러 기관 단체에 노동신문 등을 공급해 온 장본인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국가보안법 저촉 여부와 관련 "항일운동은 누가 했던지 값진 일이다. 회고록이 1945년 8월 15일까지 회고한 것으로 되어 있어서 그때까지의 항일 행적에 대해서는 누구든지 공감할 수 있는 것라고 생각했다"며 "정부가 그런 걸 감췄다면 잘못한 일이지, 그걸 알고자 한 우리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출판사 측도 "우리나라 헌법이 언론 및 출판의 자유를 보장한 데다, 이 책은 김일성의 어린 시절 및 항일운동사까지 소개한 터라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22일 통일부는 민족사랑방이 <세기와 더불어> 출판 목적의 사전협의나 반입승인을 받은 바 없으며, 출판경위 등을 살펴보고 통일부 차원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 대표는 자신이 오랫동안 특수자료를 취급하고 있는 사람이라며 세계 어느 나라 것도 특수자료가 없는데 유독 북한 것만 특수자료로 분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남북이 공동으로 서로 칭찬해 줄 수 있는 것이 항일운동이라며 이번 출판을 남북이 화해할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하기 바란다고 했다.

인터넷 서점에 올린 책소개에는 "이 책의 내용은 1945년 8월 15일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해방되는 그날까지 중국 만주벌판과 백두산 밀영을 드나들며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했던 생생한 기록"이라고 하면서 "이 책의 출판이 민족의 고귀함을 일깨우고 남북화해의 계기가 된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겠다. 판매 수익금은 통일운동기금에 사용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1960년 4.19혁명 당시 민족통일학생연대 연락조직위원장을 지냈고, 1965년 사상계에 입사, 1970년 편집장으로 재직중 시인 김지하의 오적 필화사건에 연루돼 구속됐다. 

1971년 민주수호국민협의회 사무총장을 지내면서 6년간의 수배생활을 했고, 1978년 일월서각을 창립해 30여년을 운영해 유수의 출판사로 키웠다. 1980년대에는 민통련 서울시의장과 민언련 공동대표, 출판문화협의회 회장을 역임했다.

남북민간교류협의회 이사장을 20여년 지내면서 평양시 장교리에 돼지사육농장을 크게 지어서 6.15사료공장이라는 이름으로 북측에 기증하기도 했다. 1989년 남북민간교류협회를 설립하고 이듬해 남북교역(주)를 세웠고, 북측 사회과학원에서 펴낸 이조실록 400권 1질을 들여왔으며, 현재 부산대학교 도서관에 소장돼 있다.

오동윤 기자 ohd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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