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IS, '北 남포조선소 SLBM 움직임' 사진 공개…전제, 해석 오류
국내 언론 인용 보도…경색된 남북관계, 대북 인식 악영향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북한전문사이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가 19일(현지시간) 촬영한 북한 남포조선소 위성사진.(사진=분단을 넘어 홈페이지 https://beyondparallel.csis.org)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북한전문사이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가 19일(현지시간) 촬영한 북한 남포조선소 위성사진.(사진=분단을 넘어 홈페이지 https://beyondparallel.csis.org)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시험 발사 준비를 추정케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북한 전문 사이트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는 20일 이달 들어 남포의 해군 조선소에서 촬영한 상업 위성사진 6장을 공개하며 이같이 발표했다.

조셉 버뮤데즈 CSIS 선임연구원과 빅터 차 한국 석좌는 북한이 지난 4주간 SLBM 시험발사용 바지선의 중앙 위치에 고정된 원통형 물체에 작업을 하고 있다며 이 원통형 구조물 미사일용 발사관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북한이 해군 조선소의 SLBM바지선에서 미사일 발사관으로 추정되는 원통형 관에 방수포를 씌우거나, 크레인을 설치해 작업중인데 이것이 SLBM의 시험발사를 준비하는 차원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 본토를 겨냥한 장거리 탄도미사일 능력을 완성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드러내 왔다며 “운용가능한 SLBM 능력은 북한 핵 억지력의 생존성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날 21일 국내 대다수 언론은 CSIS 발표 내용을 그대로 인용해 보도했다. “北 남포조선소에서도 SLBM 발사 준비 징후 포착” (동아일보), “북 SLBM 또 수상한 움직임…"美 대북정책 앞두고 기만작전?"(중앙일보), “北 남포에 SLBM 발사관 추정 물체”…‘발사준비’ 혹은 ‘보여주기’?(KBS), “북한, 남포에서 SLBM 발사관 추정 물체 배치 정황”(SBS) 등등.

CSIS 발표 내용을 인용한 국내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북한이 실제 SLBM의 시험발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기 쉽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동해에서 고각으로 신형 SLBM 시험발사를 진행한 뒤 남포 해군조선소에서 발사해 서쪽에서 동쪽으로 내륙을 관통하는 사거리 향상을 과시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나마 일부 언론은 정부 당국자의 말을 빌어 “북한이 SLBM발사 때 사용해온 바지선에 모종의 움직임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당장 미사일 발사가 임박한 징후로 보기는 어렵다”고 보도했다. 

◇CSIS의 “北 SLBM 발사 움직임‘ 공개는 ’오판‘...국내 언론 보도 문제

CSIS가 남포 해군 조선소 사진을 근거로 북한이 SLBM의 시험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해석은 명백한 오판이다.

이는 북한의 군사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데서 기인한 것이고, 북한 내부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먼저 남포조선소와 SLBM 실험을 결부시키는 것 자체가 오류다. 한마디로 남포항과 SLBM을 실험 발사한다는 서해의 상황에 대해 기본이해조차 결여된 것을 말해준다.

북한이 SLBM을 실험 발사하려면 현재 가장 큰 잠수함인 로미오급(1800t급)을 개량한 3000t급 이상의 잠수함을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북한이 그러한 잠수함을 개발했다는 소식은 아직 없다.

설령 북한이 비밀리에 3000t급 이상의 잠수함을 보유했다고 해도 서해는 발사 실험이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베이징 소식통은 “서해는 수심이 얕아 대형 잠수함으로 SLBM 실험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북히 대형 잠수함으로 SLBM 발사 실험을 한다면 동해에서 할 수밖에 없고 신포조선소에서 출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서해는 중국이 ’자신의 앞바다‘로 여기고 있어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SLBM의 경우 2015년 '북극성-1'을 시작으로 2019년 10월 '북극성-3형'까지 시험발사했지만, 아직까지 서해에서 내륙을 관통해 쏜 적은 없다.

◇CSIS의 北 SLBM 거론 ‘노림수’ 있나...국내 부화뇌동 말아야

조셉 버뮤데즈 CSIS 선임연구원과 빅터 차 한국 석좌는 북한이 실제 SLBM을 발사할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SLBM 시스템 개선, 또는 새로운 시스템 설계이거나 확장 수리, 바지선 및 운영 체계 업그레이드 또는 수정, 선원 교육, 전략적 기만 또는 허위정보 작전이거나 이런 것들의 조합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일부 전문가와 언론들은 두 연구원의 견해에 덧붙여 북한이 SLBM 관련 활동을 보여주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해석하고 보도했다.

신종우 사무국장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SLBM 개발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군사위성 등이 북한의 움직임을 실시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보란듯이' 남포에서의 움직임을 노출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신 사무국장은 "북한이 지금 보여줄 수 있는 것은 군사력 밖에 없다"며 "이런 전략무기 개발 움직임을 굳이 감추지 않고 끊임없이 보여줌으로써 미국과 국제사회를 압박하는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도 "만약 북한이 의도적으로 이런 움직임을 보인 것이라면 곧 내놓을 미국의 대북정책과 관련한 견제의 메시지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앙일보는 “미국의 새 대북정책 발표를 앞두고 한미 정보당국에 자신들의 움직임을 보여주려는 시위, 또는 전략적인 기만일 수 있다”고 전직 정보 당국자의 말일 인용해 보도했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은 여전히 CSIS 두 연구원의 견해를 기반으로 하는 것으로 북한은 남포조선소에서 SLBM과 관련한 어떠한 움직임도 없었다는 게 대북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설령 잠수함 관련 움직임이 있더라도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SLBM 관련 내용은 아니라는 것이다.

베이징의 대북소식통은 “북은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SLBM 실험발사처럼 미국을 자극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이 SLBM을 실험하기에는 아직 준비할 게 많은 걸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르면 오히려 CSIS가 북한 남포조선소 SLBM 관련 사진이라며 공개한 배경이 의심스럽다. 또한 이 내용을 인용 보도하고 주석을 붙인 국내 언론의 행태는 경색된 남북관계나 북한에 대한 인식을 더욱 부정적으로 이끌 수 있다. 

민대호 기자 mdh50@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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